반지와 욕망 그 사이에는

by 봄동

태풍이 휩쓸고 가듯 내 마음에도 한번씩 광풍이 불어닥친다. 말 그대로 이 미친 바람은 끝을 봐야 끝이 난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욕망이다.

첫 시작은 이렇다. 내 예민한 레이더가 우주 어디선가(어쩌면 인스타그램속 남의 욕망이...) 보내는 신호를 고감도로 수신한다. 번쩍. 머릿속에서 반지, 팔찌, 혹은 스웨터를 사야한다는 신호를 수신하고 나는 초록색 검색창을 틈이 날때마다 검색해댄다. 화장실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소파에 누워서 등등 그리고 며칠 후 집으로 기억에도 없던 택배가 배달된다.

대개 그 물건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채로 처박혀 있다가 몇년의 동면기를 거쳐 속 어딘가로 돌아간다. 몇 백년이 지나도 썩지 못하는 운명을 지닌 채.

그 날 내가 수신한 것은 반지였다. 머릿속이 온통 반지, 반지, 반지로 가득찼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반지 쇼핑몰 몇 개를 찾아 베스트셀러 디자인을 추리고 추려 반지 하나를 주문했다. 결과는 대실패. 화면보다 광택이 떨어졌고 사이즈가 묘하게 안맞았다. 그 이후에도 서너 번 반지 쇼핑에 더 실패했다. 그 사이 사이 나는 초록창을 뒤지고 다른 이의 손가락을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그러던 차에 친구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선물로 판도라의 이터널 클라우드링을 선물해주었다. 사이즈도 동글동글한 모양도 내 마음에 꼭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건 가벼워서 끼고 있는지조차 모를때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욕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샤넬이니, 반클리프며, 까르띠에니 하는 명품 주얼리들이 하나씩 보였다. 금값고공 행진에 지니고 있던 금붙이들을 팔고 남은 여윳돈도 있겠다 눈독 들이고 있던 티파니 반지를 샀다.

하지만 욕망이 달성 되었을때 기쁨의 강도와 지속성은 정비례하지 않는 법. 그토록 갖고싶었던 티파링은 손이 잘 안갔다. 혹시 잃어버릴까 염려도 되고 손가락에 반지의 무게감이 느껴져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원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집착하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원한다는 그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꼭 물건에 대한 마음만 그런것은 아니다. 누군가에 대한 마음도, 꿈에 대한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것이 너일까, 그저 욕망하는 내마음일까? 내가 잃어버린 순수한 욕망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에게 썩지 못하는 운명 대신 꽃 피고 열매맺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 풍화되는 마음을, 내 것과 네 것을 분별하는 분별심을 배우고 싶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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