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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꽃의 숨결

리시안셔스

변치 않는 사랑

by 자명

그날도 마리언니네 꽃집에 커피를 2잔 사서 갔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또 수다를 떨었다. 언니가 만드는 꽃다발을 보며 언니와 이야기하는 것은 힐링되는 시간이 되는데, 언니의 손 끝에서 꽃들이 한 송이 한 송이가 모여 점차 커지며 완성되는 꽃다발은 꼭 마법을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문득 꽃냉장고 안에 있는 예쁜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니, 얘들은 이름이 뭐예요?"

언니는 꽃다발을 만들며 내가 가리키는 꽃을 보더니 대답해 주셨다.

"리시안셔스. 예쁘지?"

"예쁘네요! 특히 이 흰색은 어쩜 이렇게 깨끗할까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더 먹는다고 내가 이른 새벽부터 꽃시장에서 그렇게 얼굴 깨끗하고 예쁜 애들로 골라오니까 예쁘지."

"오늘은 얘네들이 당첨이에요!"

"그래~ 색깔 있는 애들도 엄청 예뻐~"

"네, 색깔별로 가져갈래요."

언니와 또 잡다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 동안 나의 꽃들이 모여 한 다발이 되어 내 품에 안겼다.


집에 오자마자 꽃병에 꽂고 그림 재료들을 준비했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관찰했다. 자세히 봐야 더 예쁘다는 말은 정말이다. 꽃은 자세히 보면 더 예쁘. 잎사귀 하나, 꽃잎 하나 까지도 자세히 보면 그 느낌이 다르다.

생화를 보고 그리는 일은 행복하면서도 바쁘다. 점차 시드는 것을 생각해서 미리 사진도 찍어둬야 하고 최대한 실물을 보며 그린다. 세밀하게 그리는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며칠 동안 꽃은 시들게 되고, 그러면 사진을 보며 그리거나 마리언니의 꽃집에 또 가서 꽃을 더 사 온다.

리시안셔스는 꽃도 예쁘지만 여리여리한 줄기가 좋다. 그리고 리시안셔스의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마음에 든다. 리시안셔스는 꽃말처럼 사랑을 담고 있는 듯한 모습을 가졌다. 언뜻 보고 장미나 카네이션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과는 다른 매력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리시안셔스 (종이에 색연필, 2018. 김예빈 作)

정성을 담아 예쁘게 완성된 그림은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주듯 그림 속에서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 그림은 2019년 전시에서 팔렸다. 전시실에서 그림을 보던 분께서 리시안셔스의 꽃말을 듣고 이제 신혼부부가 된 친구에게 선물한다며 구매하셨다.

선물 받으신 신혼부부가 오래도록 변치 않는 사랑을 이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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