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경험할 게 많다
어느덧, 시골 살이를 시작한 지 6주 차가 되었다. 추석 연휴가 끼여있어서 그런지 더더욱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직장인일 때는 딱히 계획이 없더라도 이 긴 연휴 자체에 반가움이 생겼겠지만, 올해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허무하게 시간 낭비를 한 것만 같아 아쉽게 느껴졌다.
연휴를 보내고, 함께 시골살이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분들과 근처 수목원에 다녀왔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이었고, 2시간 만에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없어서 일부만 구경을 하게 되었다.
수목원 해설자분께서 한 나무에 다가가며 “어디서 달고나 냄새나지 않아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해설자님의 말에 가만히 서서 코에 집중을 해보았다.
“어, 나요!”, “와 달다 달아”라는 탄성이 나오게 되었고, 그 냄새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찾아보았다.
정체는 바로 이것!
계수나무였다. 떨어진 나뭇잎에 말 그대로 코를 처박고 냄새를 들이마셨다. 코 안쪽 깊숙이 들어오는 달달한 향이 비싼 향수 못지않았다.
향이 강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달콤했기 때문에 묘한 중독성을 가졌다. 나뭇잎을 도저히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고, 손에 꼭 쥔 채 계속해서 향을 음미했다.
한 걸음 발을 디딜 때마다 나뭇잎을 코에 대고 깊숙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 향을 잊지 않으리라’라는 마음으로 깊게 들이마시고, 짧게 내쉬고, 다시 깊게 들이마시고, 짧게 내쉬기를 반복했다.
방향제나 향수를 제조한다면, 이 향 그대로 들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중독되었다.)
시골로 오고 난 이후로, 이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이 세상에 비하면 개미만큼도 안되는구나를 느끼곤 한다. 지금까지 향은 꽃한테서만 나는 줄 알았더라면, 지금은 나뭇잎에서도 달달한 향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코리아 바나나라고 불리는 ‘어름’도 알게 되었다. 이 어름은 둥근 모양으로 있다가 반으로 쪼개지면, 먹으면 된다고 한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씨앗을 씹지 말고 그대로 삼키라고 했다.
호기심에 한 번 도전해 보았으나, 단 맛이 별로 없는 어름을 먹어서인지 특별한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약간 흰쌀밥을 오래오래 씹었을 때의 맛이랄까..?
씨앗을 뱉지 말고, 그냥 꿀꺽 삼키라는 말에 씨앗이 목에 잔뜩 걸려 약간의 불편함이 생겨났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았다는 것 자체에 뿌듯했다.
시골로 오기 전에는 새로운 것보다는 아는 맛, 아는 길, 아는 것만을 좋아했더라면 시골에 오고 나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즐거워졌다. 도시에 있었을 때는 어디서도 경험해 볼 수 없었던 밭 가꾸기, 즉흥으로 홍시 따먹기, 마당에서 달래 따서 바로 무쳐먹기, 북 치기, 민요 배우기, 공연하기 등과 같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예전이었으면, 새로운 것을 경계하고 무조건 안 하겠다고 뒤로 내뺐을 텐데, 이곳에 오고 나서는 ‘이왕 여기 온 거, 언제 이렇게 해보겠어 ‘라는 마음으로 서툴지만 하나씩 도전해 보는 중이다.
하나씩 해나가며,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생각보다 다 할만하다 ‘는 것.
지금까지는 한 번도 안 해 봤다는 이유로, 실수할 것 같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미뤄온 것들이 수십 개, 수백 개,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한 번 해보고 나면 결국 별 거 아닌 것이다.
속된 말로 ‘쫄‘ 필요가 없었다.
못할 것도 없고, 어려울 것도 없다. 서툴면 서툰 대로, 해나가면 어느 순간 적응을 하게 되고, 잘하게 된다.
만약, 이곳에 와서도 머뭇거리고 주춤했다면 이 새로운 경험들을 못 즐겨본 채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껴보고, 생각해 보면서 내 안의 단단함과 생각이 키워진다.
두려워 말고, 그냥 하기!
못할 것도 없고, 쫄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