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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g satisfied Apr 02. 2024

24‘01 겨울 삿포로에 가다

겨울방학을 맞이해서 삿포로에 다녀왔다. 나의 첫 삿포로는 고등학교 때였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지구과학 선생님의 주도 하에 홋카이도 체험학습 여행을 갔었다.  케케묵은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어딜 가든 수북이 쌓인 눈, 초콜릿 공장 견학 그리고 괴로웠던 장시간 버스탑승..ㅋㅋ 돌이켜보면 그것이 나의 첫 패키지여행이었다. 가이드가 선생님이었을 뿐..  꽤 힘든 여행이었는데도 눈 내린 풍경들이 정말 아름다웠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런 거 보면 겨울 홋카이도가 매력적인 여행지인 건 맞나 보다. 사실 이번 여행도 돌아보면 딱히 특별하게 한 건 없었다. 오며 가며 눈 구경을 제일 많이 했고,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기도 하다. 게으른 나는 이번 여행도 영상으로 만들어보았다.


1. 겨울 삿포로에 가다

삿포로에 머무는 내내 눈이 많이 왔다. 특별한 계획 없이 삿포로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눈 구경만 했는데도 재밌었다. 조금 힘들었던 건,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서 늘 긴장하며 걷다 보니 특별히 한 일이 없는데도 체력소모가 꽤 있었던 것 같다. 눈을 온몸으로 만끽하겠다는 의지로 패션을 포기하고 방한화부터 스패츠, 방수 옷들을 잔뜩 챙겨갔다. 철저한 준비 덕에 정말 온몸으로 눈을 즐기고 왔다.

https://youtu.be/i_B-SodhQwk?si=LxvGlAZsZKnhSw77


2. 삿포로에서 먹은 것들

워낙 일식을 좋아하기에, 여행 내내 즐거웠다. 삿포로에서 가장 기대했던 음식은 수프카레였다. 처음 맛보는 음식이었는데 내가 아는 기존의 카레와는 좀 달랐다. 일본식 카레라이스나 하이라이스와도 상당히 다르다. 야채와 고기가 통으로 들어간 카레국이라고 해야 하나? 두 군데의 수프카레 식당을 갔는데, 같은 음식인데 오묘하게 다른 맛이었다. 어디가 더 맛있냐라고 말하긴 어렵고, 각자의 특색이 있어서 비교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즐거웠던 식사 시간과는 별개로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건 일본 커피는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맛있는 커피집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난 일본 여행들을 돌이켜봐도 커피가 특별히 맛있었던 기억은 없다.. 그리고 맛있는 카페의 경우 흡연카페인 경우가 많았는데, 비흡연자로서는 상당히 견디기 어려웠다. 그리고 또 아쉬웠던 건 이자카야.. 이자카야에서 갖은 안주에 삿포로 클래식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는데… 이자카야는 전부 흡연이 가능하다. 이자카야를 포기할 수는 없어 몇 번 시도를 했지만, 갈 때마다 눈물 콧물을 빼느라 고생했다..

https://youtu.be/U1n-b71E_so?si=nadZqrqqbZNoqzzN


3. 후라노-비에이를 가다

겨울 삿포로 여행에서 후라노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빼놓을 순 없을 거다. 삿포로에서 차로 한 시간 반-두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후라노-비에이 지역은 삿포로 근교 투어로 유명하다. 차를 렌트해서 여행하면 정말 좋겠지만 일본은 운전방향도 다르고, 눈길을 달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홋카이도 투어를 찾았다. 꽤 많은 투어 업체가 있었는데, 내가 고른 곳은 홋카이도랩(https://smartstore.naver.com/hokkaidolab ​이다. 일반투어와 프리미엄투어가 있었는데, 프리미엄 투어는 투어인원을 25명으로 제한하고, 비에이의 유명한 튀김집 준페이 식사가 포함된다. 겨울 성수기여서 투어 예약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예약 오픈을 기다렸다가 열리자마자 예약했다. 투어는 굉장히 고됐지만, 대체로 만족했다. 물론 패키지여행이니만큼 자유여행과 같은 만족감을 느낄 수는 없지만, 가장 큰 장점은 자유여행으로는 절대 계획하기 어려운 코스들을 완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눈이 오면 여러 가지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어려움에 대한 대응이 용이하다. 그리고 또 좋았던 건 현지 가이드에게 홋카이도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삿포로 찐맛집 리스트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역시 패키지 투어는 쉽지 않다.. 장시간 버스탑승에 치이고 관광지에선 사람에 치일 수밖에 없다.. 인스타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평온하고 한적한 후라노 비에이의 모습, 그것은 다 가짜였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한적할 틈은 없다.. 기상문제로 원래 일정과는 다르게 들렸던 코스(제르브 언덕)가 있었는데, 투어 중에서 제일 좋았다. 이유는 사람이 없어서..

https://youtu.be/S3q9_P94dKw?si=r7q4aoHcYJsUB_RS


4. 홋카이도 료칸여행

삿포로 여행의 마지막에 료칸 여행을 넣었다. 홋카이도 내 온천마을이 굉장히 많아서 어느 온천지역을 갈지 고르는 것부터 과제였다. 사실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오비히로였는데, 현실적으로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포기했다. 그래서 고른 곳은 삿포로에서 가깝고, 물이 좋다는 노보리베츠. 노보리베츠로 정하고 나니 그 안에서 어느 료칸에 갈지가 문제였다. 많은 료칸 중에 고르고 골라 두 료칸을 골랐다. 이동을 싫어해서 한 곳에 머무를까 하다가 같은 가이세키 정식을 연속으로 먹는 건 질릴 것 같아 두 군데를 예약했다. 하나는 타키노야 베칸 타마노유 그리고 다른 한 곳은 노보리베츠 온센 쿄 타키노야. 이 둘은 같은 료칸 브랜드인데 온센 쿄 타키노야가 타키노야 베칸의 하이엔드로 보면 된다. 같은 브랜드라 체크아웃 시 짐을 다음 료칸으로 직접 옮겨주는 서비스가 있다. 료칸 예약할 때 숙박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묵고 나니 수긍이 됐다. 아침, 저녁 가이세키 정식이 다 포함된 가격이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다.

이번에 간 두 료칸 비교에 있어 어디가 더 좋다고 말하긴 싫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센 쿄 타키노야가 비싸지만 현대적이고 세련됐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타키노야 베칸에서의 하루도 좋았다. 좀 낡았지만 정갈하고 아늑하고 구수한 타키노야 베칸만의 분위기가 있다. 고급 중식당과 동네 중식당의 차이랄까. 그런데 때로는 동네 중식당의 짜장면 한 그릇이 당길 때도 있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두 곳 다 좋았다. 료칸 여행을 삿포로 뒤에 넣은 건 여독을 풀고 돌아가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실제로 노보리베츠에서 먹고 자고 온천하고 먹고 자고 온천하고만 반복하면서 풀충전을 했다. 하였는데…! 한국으로 오는 길에 모든 에너지를 다 쓰게 된다는 함정이 있었다…

https://youtu.be/QIEow-70Zg8?si=OZp_bgsZ5RhfEu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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