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기도 피곤한 나이
적당히 아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하는 건
여러모로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된다.
아는 사람인 걸 인식했을 때
일단 눈을 마주치며
적절한 인사 타이밍을 포착해야 한다.
어쩌다 씹히기라도 하면
그 사람 잘못이 아닌데도
쓸데없이 마음이 상하고
그날 하루를 망치게 된다.
보통 인사만 하고 끝나는 경우는 없기에
이런저런 안부의 말들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이 죄다 귀찮아서
인사를 안 하고 싶어도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거나
그분도 나의 존재를 눈치채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
등 떠밀린 듯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한다.
이것이 작년에 엄마들 모임에 나가서
쓸데없이 이리저리 얼굴 팔은 대가인 건가.
모자 쓰고 마스크 쓰고 다녀도
동네에 얼굴만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피곤하다.
그들은 귀신같이 날 알아본다.
이번 연도엔
어떤 모임도 나가지 말아야지
얼굴만 아는 사람들을 더 이상
늘리지 말아야지.
가끔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사 온 직후로 돌아가고픈
충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