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미라클 모닝을 하는 이유

혼자 있고 싶어서

by 손나다


새해가 되면 다들 너도나도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다. 아침 독서, 명상, 긍정적 확언 등을 하며 성공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한다. 사실 나도 새해 버프를 맞아 작년 12월에 미라클 모닝을 시도했었다. 올빼미형인 나에게 미라클 모닝은 언젠가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였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열흘 남짓하고 서서히 본래의 패턴으로 돌아오며 미라클 모닝을 열심히 실천하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좋은 먹이도 차지할 텐데, 나는 좋은 먹이를 차지하기에는 너무 비생산적 생활패턴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들 다 자고 있는 야밤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새벽 즈음에 잠들어서 남들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오전 내내 비몽사몽의 상태로 비실거린다. 나에게 제일 생산성 있는 시간은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였는데, 보통 이 시간에 좋아하는 일들을 하느라 몰두하노라면 금방 새벽 4시, 5시를 훌쩍 넘기고 아침에 겨우 잠들기 일쑤였다. 학창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1시~3시에 하는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 라디오 방송을 거의 매일 들었고 아침 7시에 겨우 일어나 좀비처럼 학교에 가서 오전 내내 졸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랬던 내가 간헐적 미라클 모닝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계기가 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도저히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운동, 그림, 독서, 옷 만들기 등등) 그때그때 좋아하는 일들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계속 유보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강의가 있는 날에 새벽 5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 홈트를 하고 30분 동안 샤워를 한다. 그 뒤 책을 읽거나 강의 준비를 한다. 때론 빈둥댈 때도 있다. 일찍 일어난다고 매번 생산적인 일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나는 성공한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긍정적 확언 문을 읽거나 자기 암시, 이미지 트레이닝, 명상을 하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할 시간이 부족해서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혼하니 혼자 있는 시간이 귀하다. 외롭지 않으려고 결혼했는데, 외롭지 않은 만큼 가족들과 너무나도 항상 같이 붙어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면 더더욱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하단 사실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혼 전엔 외로움을 탈지언정 혼자 있는 시간을 꽤 즐기는 편이었다. 친구들은 맨날 집에서 혼자 뭐하냐며 궁금해했다. 대학생 때도 학기 내내 과제와 시험에 시달리면서도 방학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버텼다. 방학이 되면 흔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나는 그 흔한 아르바이트조차 하지 않고 방학 내내 집에서 여러 활동들을 하며 혼자 놀았다. 그렇게 두 달 동안 집에서 나가지 않고 집순이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가 학기가 다시 시작되면 낑낑거리며 학교에 다녔다.




일정 기간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멘붕이 올 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오늘도 절실하게 간헐적 미라클 모닝을 시행 중이다. 가끔 새벽 6시에 엄마가 없다고 번갈아가며 따라 일어나는 아이들.. 이젠 간헐적 미라클 모닝조차 내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엄마 껌딱지인 아이들에게 '엄마도 엄마만의 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해봤자 '엄마가 옆에 없어서 깼잖아.'라는 원망 섞인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언젠가 엄마가 필요 없어질 아이들을 기다리며(?) 오늘도 간헐적 미라클 모닝을 해본다.




keyword
이전 12화새해가 되면 하는 일들 (신년운세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