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의 좋은 점

by 손나다

'인생의 밝은 면을 봐라'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퍼붓는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결혼해서 좋은 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인생의 밝은 면을 보기로 결심했다.


흔히 결혼 생활을 표현하는 말들은 ‘인생 내던졌다’, ‘이번 생은 망했다’와 같이 부정적인 느낌이 대부분이다.



분명 결혼생활이 괴롭고 불행한 순간들만 있는 건 아닐 텐데, 인터넷상에서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결혼의 좋은 점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결혼생활이 행복한 사람들은 새삼 '나 행복한 결혼생활 중이에요!'라고 말하기 멋쩍은 걸까, 아님 너무 행복한 현재를 사느라 그에 관한 글을 인터넷에 올릴 시간이 없는 걸까?



정확한 속 사정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온라인상에서 남편과 시댁의 험담,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한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부남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내심 속마음이 궁금했던 터라 그들의 글을 염탐한 적이 있다.



너무나도 신랄하게 결혼생활에 대한 안 좋은 점을 열거해 놓았기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옆에 있는 남편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혹시라도 결혼한 것을 후회할까 봐. (잔소리를 줄이자.)



뜬금없이 뭘 그런 걸 묻냐며 대답을 안 하길래 '인터넷에서 유부남들이 결혼생활에 대해 이러이러한 말들을 하던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라고 재차 물었더니, '이상한 글 좀 찾아 읽지 마.'라며 끝내 얼버무린다.



'그래, 끝까지 대답 안 한다 이거지. 당신의 진심을 알았다.'



그래도 남편이 나와의 결혼생활을 '자유를 빼앗긴 족쇄'같이 느낀다면 슬플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몸이 편해지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일까?



희망퇴직한 지 일 년쯤 된 어느 날, 같이 집 주변을 산책하다가 감정이 벅차올랐는지 남편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 집 근처에 이렇게 산책할 곳이 많다는 건 정말 행운이야. (이건 내가 한 말이기도 하다.)


2010년도에서 2020년도 사이에

내가 잘한 일 두 가지는 결혼한 것과

내 집 마련한 거야."



남편의 인생에서 결혼생활이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했다니!


그는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는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결혼생활의 좋은 점을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아도, 남편의 저 한마디는 나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혼자 걷는 산책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같은 풍경을 공유하는 것.

매일 돌아오는 저녁 메뉴를 함께 고민하고

딸들의 재롱에 함께 웃을 수 있고

각자의 취미생활을 존중해 주고

배우고 싶은 공부들을 응원해 주는 것.

서로 매번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아도 내 편이 되어주는 것.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일이 기적이다.

기적 같은 일들이 사소한 일상의 얼굴을 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인생의 안 좋은 면에 집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정적인 부분만 보이는 것처럼, 긍정적인 부분을 보기 시작하자 당연했던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남편의 게으른 모습만 보고 구박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가 늘 게으른 모습만 보였던 건 아니었다. 종종 보였을 뿐이지!



남편은 설거지도 가끔 하고, 요리도 곧잘 한다. 분리수거는 남편의 몫이다. 한창 내가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바빴을 때 남편이 아이들 등 하원을 시켜주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한 준비과정을 묵묵히 응원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지나가는 말로 ‘나 저거 먹고 싶다’고 하면, 잊지 않고 꼭 사다 주거나 시간을 내서 같이 먹으러 가는 감동을 주는 사람도 남편뿐이다.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한 남편이다! (지금 이렇게 남편의 장점을 나열하는 이유는 이전 글에서 남편의 장점을 두 개밖에 못 찾아서 뒤늦게 수습하는 건 절대 아니다.)



'앞으로 평생 일 할 건데 쉴 때 푹 쉬렴'이란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그가 게으름을 피워도 '남의 집 아들이구나. 고로 난 화가 나지 않아'란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기로 마음먹었다.



잔소리쟁이 와이프를 두고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남편에게, 나 또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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