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딸 둘 엄마의 자기 계발 도전기

by 손나다


주변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아이 둘 키우면서 언제 그 많은 걸 하느냐고.

실제로 매일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홈트와 만보 걷기, 독서와 필사하기, 그림 그려서 그림 계정에 올리기, 책 계정에 책 리뷰 써서 올리기, 글쓰기와 영어 원서 필사 등등 많은 일들을 틈틈이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유튜브 운동 영상을 보면서 홈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세 달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매일 한 시간의 홈트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마른 비만 타입이라 겉으로 보기엔 다이어트가 필요 없어 보였기에 운동을 등한시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운동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운동은 언제나 중요도에서 저 멀리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 시간에 책이라도 한 장 더 읽고 하고픈 일들을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을 안 해서인지 주기적으로 아파서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있는 일들이 반복됐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내 의지력으로 모든 걸 소화시키기엔 체력이 따라주질 않았다.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는 이틀의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럴 바에야 운동을 시작해서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처음엔 집에서 홈 트레이닝만 하다가, 어느 책에서 ‘오전에 햇볕을 쬐며 30분 동안 산책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 나열한 문장을 읽게 되었고, 당장 실천에 옮겼다. 평소 같았으면 아이들을 어린이집 차량에 등원시키고 곧바로 집에 들어와 누워서 휴식을 취했겠지만, 걷기를 결심한 그날부터 산책을 시작했다. 처음엔 30분씩 걷다가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싶어서 만보기 앱을 설치해서 만보 걷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30분의 산책은 1시간 반의 만보 걷기로 발전했다. 만보 걷기를 한 지도 한 달이 다 돼간다. 겨울만 되면 항상 몸을 움츠리고 춥다고 투덜거리며 집에만 있기 일쑤였는데, 추운 겨울바람을 쐬며 산책하기 시작하자 시원한 겨울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졌다. 답답했던 마음도 사라지고 머리도 시원하게 정리되는 듯했다. 산책하면 할수록 겨울 풍경이 좋아지고 겨울을 사랑하게 되었다. 항상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 풍경들도 새롭게 다가왔다. 나뭇가지에 한가롭게 앉아있는 새들을 주의 깊게 보게 되고 물가에서 떼 지어 헤엄치는 오리들을 경이로운 눈길로 쫓게 되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아침 산책을 할 때면 여러 영감이 갑자기 떠오를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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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하며 발견한 놀라운 풍경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처음부터 끈기 있고 생산적인 일만 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엄청나게 게으른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은 몰두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지만, ‘해야 할 일’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루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게으름의 끝판왕이 되고 만다.



관심사가 다양하고 좋아하는 일이 많은 사람들은 으레 끈기가 없고 싫증을 잘 낸다고 오해받아 억울한 경우가 있다고들 한다. 문제는 마냥 오해라고 억울해하기엔 끈기가 있는 편도 아니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나의 인정 욕구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운동을 시작했다고 소문내고 인증 계정을 만들어 SNS로 매일 운동하고 인증하기 시작했다. 운동 인증 단체 채팅방에도 들어가서 인증하고, 게으름이 불쑥 올라올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인증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는 운동을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하다. 땀 흘려 운동하고 샤워할 때의 상쾌함 때문에 운동을 지속하게 된다. 무엇보다 습관이 잡히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과 운동 인증을 공유하고 서로 응원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KakaoTalk_20220226_213532672_02.jpg 만보걷기의 흔적들



운동뿐 아니라 그림 그리기나 옷 만들기, 독서, 글쓰기 또한 나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림 그리기는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해왔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전학을 많이 다녀서 친구들을 사귀는데 서툴러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 그림 그리고 만화책을 읽으며 외로움을 달랬는데 지금도 틈틈이 그림을 그릴 때마다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는 하루라도 그림을 안 그리면 허전할 정도로 매일 그림을 그렸는데, 교과서 귀퉁이나 노트에 낙서나 그림이 항상 그려져 있었다. 지금은 웹툰을 즐겨보고 SNS에 1일 1그림을1그림을 올리는 정도의 취미가 됐지만, 그림은 항상 나와 함께 했던 소중한 취미 중 하나다. 지금은 매일 그림을 그려서 올리진 못하지만 아이들이 잠든 새벽이나 아이를 학원 보내고 기다리는 틈틈이 그리곤 한다.



20대엔 옷 만들기와 독서와 빠져 지냈는데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옷을 직접 만들어 입고 싶다는 로망으로 의류패션학과에 입학했지만 밤새워 과제하느라 실제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니진 못했다. 대학교를 다니는 4년 내내 옷 만들기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고 과제를 할 때마다 좌절했다. 센스 있고 감각 있는 동기들이 많아서 ‘왜 나는 저렇게 재능이 없을까’하고 부러워만 했다. 옷을 만들 때마다 전체적인 과정이 이해가 안 돼서 이런 식으로 하다간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졸업 후 다른 직종의 일을 하다가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딸들의 옷을 만들어 입히기 시작했는데, 엄마표 핸드메이드 옷을 입힐 때마다 너무 행복하고 뿌듯했다. 과제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너무 재밌었다. 어느 순간 미싱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관련 자격증을 미친 듯이 따기 시작했고, 내일 배움 카드로 미싱 관련 강좌를 수강해서 듣다가 패션 직업전문학원 원장님의 눈에 띄어서 옷 만들기 강사가 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무언가 커다란 성취를 이루기 위해 도전했다면 금방 지쳤을 것이다. 작은 성취를 하나씩 반복하고, 꾸준히 즐겼기에 직업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글쓰기 또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20대에 아무도 읽지 않는 일기나 짧은 글을 블로그에 쓰곤 했다. 일부러 남들은 안 읽는 어려운 책을 골라 읽으며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 그렇게 블로그에 글을 거의 십 년 넘게 쓰다가 30대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지만, 독서와 필사는 꾸준히 지속했다.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건 나의 또 다른 취미 중 하나인데, 좋은 문장을 필사하며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 지금은 인스타에 책 계정을 만들어 꾸준히 독서하여 책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좋은 책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기쁨은 덤이다.



내가 이렇게 자기 계발에 미치게 된 것은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받고 자신을 각성시킨 효과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육아를 하면서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결혼하고 연년생 아이 둘을 키우면서 순식간에 6-7년이 지나갔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6-7년이 뭉뚱그려져 사라져 있었다. 이러다간 아이들만 키우다 십 년이 훌쩍 지나가고 정신 차렸을 때쯤엔 할머니가 되어 있을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잃어버린 나의 시간들을 되찾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어도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의 엄마의 역할에 자신을 한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육아를 하면서 무한정의 사랑을 주는 엄마의 역할도 보람 있지만, 그보다 하고픈 일들을 하며 행복한 자신이 되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행복해할 때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마냥 소비할 때보다 사소한 무언가라도 생산해낼 때 뿌듯함과 살아있음을 느낀다.



며칠 전, 자기 계발의 함정에 대한 동영상을 우연히 보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계발서를 읽고 강연과 세미나를 찾아 들으며 ‘자기 계발’에 중독되어 아무런 실행도 하지 않으며 생산적이고 발전한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는 것이다. 실행하지 않고 자기 계발에 중독되는 것도 문제지만 배우고 발전하려는 의지가 있는 한, 실행만 한다면 언젠가는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아무것도 안 하고 TV나 유튜브만 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은 더 성장하고픈 간절한 욕구가 있다. 그러한 욕구가 있는 채로 인풋을 계속 쌓다가 언젠가는 실행하고픈 욕구를 느낄 것이고 실행하는 순간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야장천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다.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가 이 음악을 직접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듣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다.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쌓다 보면 언젠가는 직접 그 일을 하고 싶어서 어쩔 도리가 없어지는 ‘실행의 욕구’를 나는 믿는다.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며 자기 발전을 위해 매일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나의 꿈을 자식들에게 투영시키고 대리 만족하기보다는 스스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관심사도 다양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는 어머니에게 종종 ‘넌 맨날 뭐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냐’, ‘어떻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냐’, ‘이것저것 변덕스럽게 건드려 보기만 하고 끈기가 없다.’며 타박을 받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것들을 체험할 수 있게 다양한 조기교육을 시켜주셨다.


한 가지에 올인하여 전문가가 되는 삶도 멋지겠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건들며 다양한 체험을 하고 경험치를 쌓고 싶다. ‘어떻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냐’고 하지만 한편으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면 왜 안돼?’란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도 짧은 게 우리네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마인드는 결혼 후 육아하면서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앞으로도 지금의 마인드를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우물을 이것저것 건드려 볼 예정이다.



오늘도 나는 어제의 나보다 발전하는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해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딸 둘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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