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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09. 2024

ep.02 요즘 군대 좋다며?

남(南)의 아들 1부


“각 소대들은 석식............. 생활관 떠나~ 5분 전!” 교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우리는 차렷 자세로 인원파악을 했다.

“번호! 하나, 둘, 셋, 넷... 번호 끝!”


인원 파악이 끝난 후 밖으로 나가서 정렬했고,“무적해병, 상승해병, 귀신 잡는 해병대!”를 큰 목소리로 외치며 뛰었다.

우리는 식당 앞에서 여러 구호를 외친 후, 배식을 받게 되었으나 눅눅한 고봉밥에 콩나물 조금, 김치 조금, 그리고 빨간 국물에 콩나물 몇 가닥이 담겨 있는 식사였다.


'하... 이걸 먹으란 건가?' 속으로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 나면 다시 생활반으로 뛰어가 대기해야 했지만, 양치는커녕 손 씻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석식을 다 먹은 동기들은 교관의 통제에 따라, 입고 온 옷과 시계를 제외한 모든 물품집으로 보냈다.

'이건 꿈일 거야...'


우리는 선크림, 로션, 치약, 칫솔 등을 상자에 담으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지원해서 온 군대라지만, 막상 오니 최악이었다.


'요즘 군대 좋다더니...'


그리 우린 석별과업에 들어갔다. 이 많은 것들이 반나절도 안 돼서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석별과업으로는 깜지를 작성해야 했는데, 군인 복무규율을 외우라며 PPT 파일을 띄워줬다.

우리의 기상 시간은 05시 30분. 지금 잠들어도 3시간 남짓 잘 수 있는데,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진짜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아, 진짜 제기랄...! 제기랄...'


다음날 아침 05시 30분, 해는 뜰랑 말랑 고개만 기웃거리고 교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각~ 소대 들어! 부사관 349기 총 기상, 총 기상! 아침 점호 생활반 떠나 15분 전, 생활반 떠나~ 15분 전!”


우린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아침 점호를 실시했고, 국군 도수체조를 교육받았다.

“지금 배운 국군 도수체조는 아침 점호와 체력 단련을 실시하기 전에 항상 실시하고, 아침과 저녁엔 구보를 실시한다.

그리고 교관의 호각소리에 맞추어 뛰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사나이 프로그램에서 보던 뜀걸음이란 것인가.'


“삐ㅡ빅 삐ㅡ빅 삐삐ㅡ빅 삐삐ㅡ빅”


교관의 호각소리가 힘차게 울렸고 1.5km가 운동이 될까 싶었지만, 덩치 큰 태호와 상훈이가 조금씩 처지는 것을 보니 준비가 안 된 이들을 무턱대고 교육하진 않는구나 생각 들었다.

조식은 형편없었지만 부산우유가 부식으로 나와서 나름 괜찮았다.


오늘 오전 과업으로는 해병대 10대 군가와 부사관 교육대가배웠다.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우리들은 교관이 선창 하면 후창으로 따라 불렀다.

“아~잇! 팔각모가 아니라 파~알각.모 얼.룩무늬! 이런 식으로 부르란 말이야!” 여지없이 교관의 호통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군가 교육을 받고 있을 때, 김현주 교관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어제 소양 평가와 간단한 신체검사에서 불합격한 인원들은 집에 갔다. 지금은 환자 파악을 하겠다. 예전에 수술을 한 적이 있거나 천식이 있거나, 자신이 훈련을 함에 있어서 신체적 제한 사항이 있는 인원들은 뒤로 나와라.”

예전에 라식을 한 인원과 다른 수술을 한 인원, 그리고 어제부터 대변을 못 본 인원까지 우루루 뒤로 나갔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인원이 뒤로 나오자 김현주 상사가 한마디 했다.

“이번 기수는 뭐 이리 병x이 많아? 넌 뭐가 문제야?” 뒤로 나갔던 인원들은 김현주 상사에게 자신이 아픈 것들을 말했지만 제한 사항이 아니라며 다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후보생들에게 물었다.

“지금 가입소 2일 차다. 퇴소하고 싶은 사람 거수. 너희들은 언제든 선택할 수 있다. 동기들과 훈련받으며 임관을 할지, 사회로 돌아갈지.”


 여름이었기에 다들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이 찝찝함을 견디지 못하는 인원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동기 한 명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너 뭐야 퇴소할.. 야이 새x야 자기 겨드랑이 냄새를 왜 맡는 거야?” 동기들은 자신들도 찝찝했기에 키득키득 웃었다.

“웃지 마! 너희들은 훈련 기간 동안 이빨도 보이지 말고 다리도 꼬지 말고 웃지도 마라. 2주 차부터 훈련이 시작되면 웃을 일도 없겠지만.”

그리고 우리는 군에 입소하면 전투복을 지급받는 줄 알았는데 간부 입소생들은 달랐다.

“병사들은 입소를 하면 전투복이 지급되고 군번을 부여받아 군번줄이 지급된다. 그런데 너희는 달라. 너희는 가입소 기간 동안 나갈 인원들이 다 나가면 그때 피복이 지급된다. 그리고 임관을 하면 군번이 부여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가입주 동안 갈아입을 속옷과 옷이 없으며, 씻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동기 몇 명이 손을 들었다.

“105번 부사관 후보생 김민철! 106번 부사관 후보생 박상필...... 퇴소... 하겠습니다.”

“확인. 또 언제든 나가고 싶은 후보생들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도록.” 최초의 자진퇴소자들이 24시간도 되지 않아 생겼다.

우리는 중식 식사를 마친 후 오후에는 우리의 존재 이유와 6.25 전쟁이 확실한 남침이기에 주적이 북한이라는 것에 대한 정신교육을 받았다.


동기생들은 적게는 19살도 있었고 많게는 31살까지 있었다. 여기서 역사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인원들은 북한이 침략했으니까 북침이 아니냐고 하는 인원들이 있었는데, 이런 인원들이 제대로 알고 가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어제부터 나와 조금씩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 동기가 있는데, 이름은 김태형이다. 이 친구는 특전사에 지원했다가 훈련받는 도중에 나와서 해병대 부사관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야 태형아, 너 특전사 갔으면 특전사 하지 왜 해병대 왔냐?”

“나 특전사 갔는데 뭔가 안 맞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해병대 왔어.”

“그래, 여기선 나가지 말고 나랑 같이 임관하자!” 태형이는 나와 같은 생활반이었고 내 바로 옆자리였다. 나이도 21살 동갑이라 이야기도 잘 통하는 편이었다.

이제, 냄새나는 옷으로 체력 단련을 실시했다. 여러 종목으로 서킷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었는데, 구보를 하고 나면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외줄 타기를 반복했다. 

“후보생들, 너희가 처음에는 외줄 타기도 힘들고 턱걸이도 잘 안 될 것이지만, 꾸준하게 하다 보면 조금씩 발전해 가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땀을 흠뻑 흘린 우리는 석식을 먹고 생활반으로 돌아왔다. 어제 3시간 남짓 자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는데 오늘은 잘 재워주지 않을까 동기들과 기대했다.

“각~ 소대 들어! 부사관 349기 석별과업 총 생활반 떠나, 총~생활반 떠나!” 여지없이 울리는 교관의 목소리. 제발 잘못 들었길 바랐다.

오늘의 당직은 김현주 상사였는데, 짬이 있어서 그런지 강의실에 우리를 두고 밖에 있었다. 우리는 군인 복무규율 깜지를 쓰다 조금씩 조금씩 떠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23시쯤 되었을 때, 김현주 상사가 문을 발로 차며 들어왔다.

“떠들어~ 계속 떠들어~ 가만히 놔둘 때가 좋은 거야~ 확 다 갈아 마셔버릴라.” 


내가 21년 살면서 공포를 느낀 적이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자정이 되었을 때 우리는 생활반으로 들어갔다.

“태형아, 자?”

“아니.. 냄새가 너무 나서 잠이 잘 안 와.”

“나도..” 우리는 소곤소곤 얘기하며 작게 웃었다. 그러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더니,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 소대 들어! 부사관 349기 총 기상, 총 기상!”

내가 잠을 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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