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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09. 2024

ep.01 가입소

남(南)의 아들 1부


내 이름은 전영화, 오늘은 군대 가는 날이다.


훈련소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인 분위기로 가득 고, 많은 이들이 부모님, 친구, 혹은 여자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이곳에 모여 있다.

주변에서는 가족의 눈물과 환한 미소가 교차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훈련소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더 진지했다. 대기실에는 새로운 예비 후보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그들 중 일부는 긴장한 모습으로 곧게 선 자세로 있었다.

그때, 한 훈련교관이 입소한 이들을 모은 후 말했다.

“대한민국 군대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큰 절을 하며 입소를 진행하겠습니다.”

'이제 시작이구나.'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며, 앞으로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 호기심을 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훈련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가 되기도 했고, 동시에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사관이 되기 위한 목표를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이겨내리라 마음먹었다. 


우리는 훈련교관의 인솔에 따라 연병장에 집합했고, 다시 한번 인원 체크를 했다.

“오늘 입소자는 250명 예정이지만, 입소하지 않은 인원이 있어서 한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김민호... 박인권.... 서정범... 박홍주...”

명단 확인이 끝난 훈련교관은 우리에게 질문했다. 

“퇴소하실 분들은 지금 퇴소하세요. 훈련을 매우 힘들 것입니다.” 동기들은 순간 동요했지만, 우리는 병사로 온 것이 아니고 간부로 지원했기에 마음가짐이 달랐다.

“다시 한번 더 묻겠습니다. 지금 손들지 않으면 아무도 못 나갑니다.”

“.........”

“좋습니다. 지금부터 강의실에 모여 훈련 안내와 생활반 배정을 해드리고, 가져오신 물품은 전부 집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반말을 할 테니 통제에 잘 따라라.”

“........”

“대답!”

“네!”

“어린애들도 아니고, 무슨 ''라고 대답하는 거야? 오늘부터 ''라고 대답해 알겠어?”

“예!”

“군대 놀러 왔냐? 목소리 크게 안 해? 다시 한번 묻는다, 알겠어?”

“예!!”

순간, 나는 잘못됐음을 느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오싹해졌고 훈련교관의 카리스마에 입소한 동기 223명이 압도당했다.

강의실에 모인 우리는 앞으로의 훈련이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식으로 임관을 하는지 설명을 들었다.


훈련교관은 총 4명이었고, 그중에는 엄청 무섭게 생긴 김현주 상사, 난폭하게 생긴 김철민 중사, 반듯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이민석 하사, 평범하게 생긴 건혁 하사가 있었다.

막내 하사인 이건혁 하사가 우리에게 말했다.

“반갑다. 이건혁 교관이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손 씻는 거, 화장실 가는 거, 물 마시는 거, 숨 쉬는 것까지 전부 교관들의 통제에 따른다.”

“1주 차 가입소 기간에는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는다. 너희가 2주 차부터 시행되는 훈련을 받을 수 있는지 선별해서, 미달자들은 돌려보낸다. 지금 바로 소양 평가를 실시한다.”

소양 평가의 문제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다. 두세 자리 곱셈과 태극기를 그리거나, 애국가를 4절까지 적는 것, 그리고 초중등 수준의 단순한 과목별 문제였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목욕탕에서 팬티만 입힌 상태로 문신 여부를 확인했고, 문신이 있는 동기들은 군기본자세가 불량하다며 전부 집에 돌려보냈다. 그리고 혈압이 높은 인원들도 전부 돌려보냈다.

소양 평가와 신체검사를 마친 인원들은 강의실에 모였고 삭발을 진행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이발기는 얼마나 뻑뻑한지 머리가 뽑히는 건지 밀리는 건지 모를 정도로 너무 아팠다. 그리고 동기들이 머리를 다 밀었을 때, 전부 다 빡빡이라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겼다.

빛나는 우린 연병장에 모여 1소대, 2소대, 3소대로 나누어졌고, 나는 2소대로 편성됐다.

“생활반은 소대별로 사용한다. 교번을 나누어줄 테니 자신의 교번이 부착된 관물대를 사용하도록.”

“그리고 지금부터, 복명복창과 함께 몇 번 부사관 후보생 홍길동이라고 관등성명 한다.”

“210번” 교관이 호명했다.

“2... 210.. 부사관 후보생 전영화!!!”

“옳지, 관등성명은 이와 같이 실시한다!”

관등성명뿐 아니라 생활반에서 과업이나 식사 정렬 시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 교육을 받았고, 우리는 입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확실한 갑을 관계가 형성됐다.

그리고 생활반으로 이동하여 자리를 확인했고, 동기들과의 어색한 인사가 오갔다.

“안녕하세요…” 내가 말을 열었지만,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야, 동기들끼리 원래 반말하는 거야. 말 편하게 해.” 한 동기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혼자 전투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반가워, 난 상호야.”

“어… 그래. 근데 너는 왜 전투복 입고 있어? 계급도 병장인데?” 나는 궁금해졌다.

“나는 병 1165기고, 말년병장에 기리까시 했어.” 상호가 설명했다.

“기리까시?”

“해병대에서 복무변경을 기리까시라 해. 하여튼 반갑다. 잘해보자. 모르는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상호는 여유롭게 웃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알아가며 조금씩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생활반의 좁은 공간 속에서 대화는 점차 활기를 띠었고, 농담이 오가며 서로를 소개했다.

“야, 여기서 밥은 언제 주냐?” 한 동기가 물었다.

“이제 곧 먹을걸?” 상호가 대답했다.

그때, 힘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각~ 소대 들어! 부사관 349기 석식 식사정렬, 생활관 떠나 15분 전, 생활관 떠나~ 15분 전!”


이제 15분 뒤면, 군대에서의 첫 식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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