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인생 처음 제대로 먹어본 랍스타의 감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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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땅을 나와선 이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NATYS RESTAURANT에 갔다.
그래도 발리는 섬인데, 해산물을 안 먹을 수 없지. 계속 현지식을 먹었어서, 마지막 날에는 해산물을 거하게 먹기로 했다. 무려 랍스타를!
https://goo.gl/maps/5j1VaphoW5jhW8GQ6
인터넷 후기를 보고 갔는데, 생각보다 식당 위생이나 분위기는 그저 그랬다. 오픈형인데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제대로 안 나와서 일단 더웠고, 벌레가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3일차에 갔던 WARUNG NIA도 오픈형에 여기는 심지어 위에 천막만 쳐진 곳이었는데도 여기가 더 위생이 안 좋았음.. 위생에서 조금 실망스럽긴 했다.
그래도 들어왔고, 맛있다는 후기가 있어서 일단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점심 먹을 때가 14시 반쯤 되었었는데, 조식 8시쯤 먹고 아무것도 먹은 게 없어서 배가 굉장히 고팠다. 접시도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일단 랍스타 세트를 시키고, 어니언링&오징어 튀김을 추가로 시켰다. 밀크셰이크도 시켰는데 맛있어서 만족. 사진도 너무 예쁘게 나왔다. 특히 튀김이 약간 한국에서는 못 먹어본 느낌이었다. 엄청 기름진데 그렇다고 느끼하지는 않은 맛. 너무 맛있어서 게 눈 감추듯 집어삼켰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트 등장. 한 40분 기다렸는데 그릇 크기 보자마자 납득했다.
사진으로 봐서 잘 모를 수 있는데, 정말 어마무시하게 컸다. 어쩐지 둘이서 이 세트 시키니까 서버가 양이 많다고 3번 강조하긴 했다. 호기롭게 문제 없다고 외쳤는데 이건 넷이 먹어도 못 먹을 양이었다. 우선 랍스터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있었고, 거대한 타이거 새우에 통오징어 구이, 그릴에 구운 생선, 가리비, 조개 등등 정말 해산물 파티였다. 데뽁에서 갔던 Rumah Lobster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느꼈다.
이 실한 랍스터가 보이는지.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버터구이인데 위에 모짜렐라 치즈가 뿌려져 있어서 훨씬 고소하고 해산물 특유의 달큰한 맛이랑 짭쪼롬함이 어우러져서 입에 넣자마자 침샘 폭발이었다. 갈릭 소스를 같이 주는데, 거기에 찍어 먹으니 진짜 환상 조합.
타이거 새우도 너무 맛있었고, 가리비나 오징어 구이도 맛있었다. 문제는 너무너무 양이 많아서 거의 반 이상을 남겨버렸다는 것... 너무 미안해서 거듭 너무 맛있었고 우리 위장이 너무 나약하다는 걸 엄청 강조했다. 오징어 튀김을 시키지 말았어야 했어.
https://goo.gl/maps/vZycZBxGF84wfGNy6
거한 식사를 하고 둘 다 너무 배불러서 겨우 숨 몰아쉬면서 산책 겸 스미냑 스퀘어로 향했다. 생각보다 NATYS가 우리 숙소랑 엄청 가까웠더라. 스미냑 스퀘어랑 숙소 중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기대가 컸던 탓인지, 스미냑 스퀘어는 생각보다 별로 볼 게 없었다. 동대문 시장같은 느낌..? 밀라노 이런 느낌이었고 햇빛 뜨거운 날씨에 에어컨도 안 나와서 안 그래도 배부른데 너무 지쳐서 구경할 의욕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시원한 빌리지로 얼른 피신.
https://goo.gl/maps/FK6SUzvEiz3vFqRQA
친구는 결국 어제 찜해뒀던 라탄백을 빌리지에서 구매했다. 탄탄하고 모양도 귀여워서 잘 산 것 같더라. 잘 어울렸다. 드림캐처랑 마그넷도 사고 싶었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차라리 우붓에서 볼걸. 로드샵 몇 군데 돌아다니다가 이러다가 더위 먹고 쓰러질 것 같아서 급히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요기도 친구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던 아사히보울 먹으러 찜해놨던 곳이었다.
여행 리뷰 쓰다보니, 나는 정말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무계획으로 다니긴 하는 것 같다. 워낙 일상에서 파워 계획형이라 그런지, 쉬려고 간 여행에서는 그렇게 빡빡하게 다니고 싶지 않더라. 그래서 대부분 같이 가는 친구가 가고 싶다는 곳들 위주로 가는 듯.
아무튼. SISTERFIELDS 카페는 압구정동에 있는 카페 느낌이었다. 현지인보다는 외국인이 엄청 많았고, 분위기가 되게 세련되고 모던했다. 그래서인지 가격도 비쌌다. 발리 물가 대비가 아니라 한국 생각해도 좀 비쌌던 것 같다. 아사히보울 시세를 몰라서 그렇긴 한데, 요만한 거 한 그릇에 거의 12,000원이면 비싼 거 아니냐구. 맛은 상큼하고 시원해서 더위 가시기엔 좋았다. (그래도 우리 테이블 옆에 있던 외국인이 참 잘생겨서 그걸로 만족했다)
16시. 이제는 공항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컨시어저에서 짐을 찾아 그랩을 타고 다시 응우라라이 공항으로 출발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비가 재해 수준으로 쏟아졌는데, 돌아가는 날에는 마치 솜사탕 같은 구름과 새파란 하늘이었다.
조금 야속하기도 했다. 첫 날부터 이런 파란 하늘 좀 보여주지. 그래도 절반은 맑은 날로 즐긴 것에 감사하다.
공항으로 가면서, 친구랑 정말 3박 4일이 꿈 같다고 얘기했다.
너무 정신없이 여행이 지나가서, 발리에 여행을 왔다 간다는 사실조차도 실감이 안 났다. 그나마 사진이라도 있으니 하루하루를 돌아보고 추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붓에서 3일, 스미냑에서 2일만 더 있었으면 너무 좋았을 것 같은데.
발리는 정말 길게 잡고 가야 하는 곳인 것 같다. 특히 나처럼 두 군데를 간다면 더더욱.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는 게 이 곳을 방문하는 목적이고 이유인 것 같다. 나는 이미 두 번이나 발리를 다녀왔지만,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도 발리에 다시 가고 싶은 걸 보니, 발리는 나에게 인생 여행지 그 자체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