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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by 자유인

욕지도 여행에서 만난 개와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겁내거나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쓰윽 쳐다보면서

느리게 다가오기도 하고

하품을 하며 기지개도 켰다

조그마한 섬마을에서 주민들이나

오고 가는 관광객들에게 사랑만 받은 것이

확연히 표가 났다

모든 경계를 해제하고

무조건 신뢰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얼마 전에 14층의 교장 선생님을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분은 지인들과 차를 주문하시고

나는 생맥주 한 잔을 안주 없이 마시면서

글을 쓸 메모들을 정리하고 있다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여자 혼자 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것이

흔한 풍경도 아니고

사모님이 너무 점잖은 분이라 조금 놀라셨는지

-여기서 혼자 맥주를 마셔? 골 때린다 진짜!

하고 크게 웃으셨다

교장 선생님이 어떤 표현으로 농담을 하셔도

나는 섭섭한 적이 없다

내 또래의 딸이 있는 그분이

나를 딸처럼 이뻐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고

지금도 다양하게 응용된다

그 책에서 말하는 언어의 온도라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매너를 말하지만

나는 말하는 사람에 대한 듣는 사람의 호감도와

서로에 대한 친밀도와 그것에 대한 신뢰도

언어의 온도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서로 친하고 호감이 있고

그런 유대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오해나 실례가 될만한 말이나 행동도

친밀함의 표현이나 애교로 보아진다

그런데

사람 자체가 불편하면

칭찬도 거북하게 들릴 때가 있다




언어의 온도는

말에 대한 객관적인 배려 포함되지만

말하는 사람에 대한

듣는 이의 주관적인 감정상태와

그로 인한

마음의 무장해제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좋으면

무슨 말을 해도 좋고

사람이 싫으면

무슨 말을 해도 싫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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