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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원의 효과

by 자유인

한 여자가 갑자기 쓰러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기적으로

사선에서 돌아온 여자가

재활을 하며 회복하는 동안 함께 할

간병인을 알아봐 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가장 절박한 순간에 함께 하고 싶다며

여자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는 때로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가장 간단하게 해 버리는 사람이었고

세상의 상식이 아니라

자기 규칙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아들이 고교를 졸업도 하기 전에

자신의 간병을 자처하여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자

여자는 하늘이 무너졌다는 것을 알았다

눈만 뜨면 심폐소생술의 후유증으로 생긴

끔찍한 가슴 통증을 안고

남편의 부축을 받아 걸음마 연습을 하며

둔화된 두뇌기능과 부분적인 기억상실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말을 하는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 일을

끝없이 상상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 시간을 버틸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구간에서

절망을 견디어야 하는 시간은

한 순간씩 그리고 딱 하루씩만 살아야 한다

발아래로 펼쳐진 낭떠러지에

눈길을 주면 운명과 함께 추락한다

그리고 가끔은

이문열의 소설 제목과는 반대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자신을 믿고 집중해서 앞만 바라보자고

그들은 서로를 위로했다


그때에 그들에게 돈을 보낸 사람들이 있다

10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급한 대로 우선 쓰라며 돈을 보낸 사람들을

여자는 한 번씩 떠올려본다


그 돈들의 의미는

꺼졌다가 겨우 불씨만 남은

생명에 대한 응원이었고

너희 가족은 혼자가 아니라는

세상의 격려 박수 같은 것이었다


여자는 어느 정도 회복하고 나서

남편이 다시 취업이 되자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세상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노숙인들에게 밥을 해주는 신부님과

의료시설이 소외된 곳을 지원하는 의사회와

개척교회에 삶으로 봉사하는 목사님과

어렵지만 열심히 사는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소소하지만 다양하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여자는 100만 원의 위력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로 했다

꺼져가는 생명과 희망의 불씨를 살려

바닥으로 추락한 한 사람과 그 가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100만 원은 그 액수의 100배 같은 효과가 있었다


여자는 계속해서 꿈을 꾼다

자신과 가족을 살린

사랑의 마법들에 감사하며

자신이 끝없이 그 마법을 재창조하는

사랑의 마법사가 되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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