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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모든 것이다

일체유심조

by 자유인


인간은

너무도 연약한 존재이지만

때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마음이다




퇴원 당일에

같은 병실을 쓰던 분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퇴원수속을 위한 정산이 완료되었다는

간호사실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심신의 치유를 일으킨 장소와의 작별을 위해

바다가 보이는 환자 휴게실과

이쁜 글과 그림들이 걸려있는 복도와 메인 로비

그리고

병원의 카페 옆에 작은 분수대가 있는 뒷 뜰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정산이 완료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퇴원수속을 하기 위해

짐이라고도 할 것 없는 작은 가방을 가지러

병실로 올라가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홀수층으로 가야 하는데

짝수층 전용으로 잘못 타게 되어

한 개의 층을 계단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비상문을 열고 들어가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서

청소노동자와 마주치게 되어 가볍게 인사를 했다


-계단은 에어컨이 없는 공간이라 힘드시지요

했더니 그분께서 빙긋이 웃으시며

-아이고 아닙니다

이런 거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부잣집의 청소도 해보고

호텔의 청소도 해보았는데

노동의 강도가 가장 높은 병원 청소가

적성에 맞아서 이유를 여러 번 생각해 보았어요

아마도 매일 온갖 환자들과 마주하다 보니

내가 이 나이에 무탈하고 건강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돈까지 벌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큰 감사함을 느껴서 그런가 봐요

부잣집에서 일하면서는 존중받기가 힘들고

호텔에서 일하면서는 화려한 사람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에 내 처지를 가끔 불평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인간인지라

감사한 마음보다는 비교하는 마음이 자주 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병원에서는 의사 간호사 조무사 간병사

그리고 청소노동자 순으로 노동의 강도가

강해지는 것에 비해 수입은 적다

그러나

그 분은 그런 물질적인 편견을 벗어나

매일 순수하게 자신의 일을 감사할 수 있는

지혜롭고 자유로운 존재로 변모했고

유쾌하고 멋있었다

문득 바바 하리 다스가 쓴 단편소설인

<성자가 된 청소부>가 생각났다


계단에 층층이 걸린 멋진 글귀에 반해서

하나하나 읽고 감동하며 사진을 찍다 보니

더운 것도 잊고 수술부위의 통증도 잊고

무엇에 홀린 듯이 전층을 계단으로 걷고 있었다


나는

어찌하다 단어와 문장에

이토록 설레는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하며

행복해서 나도 모르게

빙긋이 미소를 짓게 되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감사하는 것이

지혜와 용기의

출발점이고 완성도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가장 큰 기적은

조건이 아니라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쓰는 습관이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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