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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18화
슬기로운 병원생활
by
자유인
Aug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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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맹장수술을 했는데
또다시 우측에 심한 복통을 느껴서
다른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결과가
놀라웠다
맹장을 1센티만 남기고 잘라내야 하는데
2센티를 남기고 잘라서 또 충수염이
생겼고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맹장 재수술
ㅠㅠ
당일 오후에 응급으로 재수술을 하고
수술을 한 다음 날부터
4
일 동안
진통제도 소용없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다가 몇 차례의 면담 후
항생제의 종류와 용량을 바꾸고 나서
견딜만한 통증으로 전환되었고
4일을 더 지켜보고 퇴원을
의논하자고
한다
무슨 일을 만나든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라는 마음이 가장 부정적이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부정성을 내려놓고
해결방법에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통증으로 움직일 수 없을 때는
호흡에만 집중을 해보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면서는 조금 걷고 쉬는 것을 반복하는 단순한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는 동안에 여러 번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의 저자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를 생각했다
그러자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삶과 죽음도 보였다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우리 병실에서 1인실로 옮긴 환자는
안타깝게도 가장 젊은 40대 중반의 미혼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시간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기도했다
최고 연장자이신 82세 할머니는
카톨릭 신자이고
-먹는 것도 귀찮고 빨리빨리 죽고 싶은데
죽지는 않고 여기저기 아파서
미치고
환장하겠다
!
!
고 여러 번 말씀하시는데 너무 귀여워서
모두들 많이 웃었다
80세 할머니는 불교도이신데
계속 집에 홀로 남겨진
할아버지의 식사를 걱정하셨다
평생 동안
배우자를 과잉보호하며
살아오신 분들이
자신의 몸이 아플 때조차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몇 달 전에 돌아가신 친정 엄마를 닮은 분이라
나도 모르게 여러 번을 울컥했다
68세 어르신은 평생 횟집을 하시면서
두 번째 무릎수술을 했는데
이번에 퇴원을 하면
정말 장사를 접겠다고 우리랑 약속을 했지만
가게가 안 팔리면 불편한 다리를 절면서도
또다시 장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편이 이쁜 여자랑 살아보고 싶어 하는데
계속 살아남아서 이제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고백해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병원 곳곳에 걸려있는 고운 글들이
산책을 할 때마다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된다
keyword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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