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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17화
기도의 힘
by
자유인
Jul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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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다정하고 익숙한 목소리가 반가웠다
그분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들이 내 뱃속에서 만삭이던 때부터
우리 집에 우유를 넣어주시던 분이다
가난을 포함해서
너무도 커다란 삶의 고통을 감당하고 있던 분이라
나도 카드빚으로 생활을 하던
힘든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만 원을 시작으로
조금씩 기부금을 늘려가면서 인연을 맺은 지
20년 지기가 되었다
주색잡기로 전재산을 탕진하고
중풍으로 6년을 투병하던 아빠가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 나에게 지갑을 맡기셨는데
그 안에는 3만 원이 들어있었다
나는 그것을 쓸 수가 없어서
그 돈도 우유아주머니께 드리며
입맛이 없어 힘들 때 삼계탕이라도 드시라고 했다
이후에
그녀는 내가 조금씩 평수를 늘려서 이사를 하면
자기 자식의 일인 것처럼 너무도 기뻐하셨고 은혜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나의 소소한 배려들에 보답하고 싶다며
우리 엄마가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실 때
병원에서 고생 안 하시고
고통 없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도
성당에서 100일동안 위령기도를 하셨다며
나에게 보답할 방법은 기도뿐이라고 하셨다
세월이 흘러
아빠의 소천 18년 만에
엄마가 심장마비로 올해 3월에 돌아가셨다
장례식이 끝나고 얼마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가 우유 배달 일을 접으면서
점차 서로 연락이 뜸해졌는데
최근에 내 생각이 많이 난다며
혹시 무슨 일이 있냐고 안부를 물어왔다
글라라(그녀의 세례명) 아주머니,
얼마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아주머니의 기도 덕분에
우리 엄마는 기적처럼 80세도 넘기시고
요양병원에서 고통받는 일도 없이
소풍 가듯 떠나셨어요
직접적으로 아는 분도 아닌데
긴 세월 동안
저희 엄마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분을 위해
기도할 차례라는 것을 알았다
글라라 아주머니
그동안 열심히 삶을 버티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희 아빠 엄마를 포함해 평생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을 위해 정성껏 기도해 주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부디
평안히 천수를 누리시다가
천국으로 가실 때 고통 없이 편히 날아올라
당신이 그토록 평생을 사모하시던
주님을 만나시기를 소망합니다
거룩한 본보기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인연이 되는 소중한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게요
늘늘
건강하셔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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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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