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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by 자유인

가을이 빙그레 웃으며 다가오니


청명한 공기 속에서


모든 풍경이 그림이 되었다


곧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것이 무상함의 원리이다




얼마 전

산책 후에 다리가 아파 앉은 벤치에서

이웃한 벤치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한 사람이 자기 지인들에 대해서

이상한 사람이라거나 모지랭이 또는

또라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재미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자기 지인들에 대해서

재미난 사람 또는 특별한 사람

그리고 부처 같은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신기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다른 동행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일까?

하고 한마디의 짧은 질문을 던졌다

잠시 후에 나는 슬며시 고개를 돌려

그분의 얼굴을 보았다

눈이 참 투명하고

과하지 않은 미소가 따뜻하고도 신비로웠다


그들은 잠시 어색해하다가 함께 웃었다

답에 해당하는 단어를

스스로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내 수준의 안경너머로

세상구경도 하고 평가도 하고

그에 해당하는

반사적인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라이가 가득한 이상한 세상이든


모두가 부처 같은 특별한 세상이든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자신의 선택으로


같은 세상에서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다


어제의 또라이가


내일의 부처가 될 씨앗을 품고서...


그래서


모든 것이 변하는 무상함은


허무함이 아니라


성장 가능한 희망이라는 것도 함께 배웠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과


<내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반복하면서 정진하면


최소한 길을 잃지는 않을 것 같다



모든 존재는


성장으로 가는 긴 여정에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서로에게 필요한 배움을 나누기 위해


시절인연을 공유함도 알게 되었다




짧지만 감사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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