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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식PM Apr 20. 2024

비효율이 오답은 아니다

때로는 경쟁력이 된다.

'핑프'를 아는가? 꽤 오래된 신조어다.


커뮤니티 신참들에게 가장 중요한 규칙은 '핑프 금지'다. '핑프'는 '핑거 프린세스(finger princess)' '핑거 프린스(finger prince)'의 줄임말로 간단한 정보조차 스스로 검색하거나 찾으려 하지 않고 온라인 또는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는 사람을 뜻한다.


정보를 검색하는 행위마저 아웃소싱을 하는 시대다. 그래서 네이버는 지식iN으로 성공했었고, 구글은 사이트 랭킹 알고리즘으로 흥했으며, Chat-GPT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기술은 인간이 편리해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시대 분위기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섞여버리니 엄청나다. 배송, 교통, 업무, 교육, 육아... 즐기는 것이 목적인 게임에서도 한국인들은 최적의 파밍 경로와 테크트리를 연구해서 빠르게 성장한다. 사람들은 경험자의 매뉴얼과 정리된 자료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것이 효율적이니까.


나도 마찬가지다. 편리함과 효율을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최적 경로를 추구한다면,

1. 그 최적 경로는 누가 만들까?

2. 모두가 한 곳을 지향하면, 다른 곳이 기회 아닌가?

경쟁력은 이런 고민을 하고 실행하는 사람에게 나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중간 과정을 건너뛰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시간 대비 효과가 높은 것. 보통 이것을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간 과정에 소요된 시간은 비용인가 투자인가? 나는 투자라고 믿는다.


헬스에 관심 갖고 알아보면, 머신과 프리웨이트 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 다루는 영상이 많다. 보디빌더들은 대체로 머신보다는 프리웨이트를 통해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타겟인 주동근과 함께 '협응근'도 발달시키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중량이 올라가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몸은 정직하다. 보디빌더들의 멋진 육체는 결과다. 중간 과정을 들여다보면, 운동과 맛없는 식단뿐이다. 지름길은 없다. 


중간 과정은 지루하고 힘들다. 바쁜 현대인에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기초 체력과 협응근을 기르는 투자로 보면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며칠 동안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끙끙 앓아본 적이 있는가? 온갖 정보를 찾아보고 시도하고 비로소 해결했을 때의 그 성취감은 대단하다. 중요한 것은 알아보고 시도해 본 경험이다.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감도 생기지만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쌓이면 경쟁력이 된다고 믿는다.


나는 엑셀을 잘 다룬다. 취업했을 때는 엑셀을 잘 몰랐다. MOS 자격증과 대학 수업 한 학기만 들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엑셀이 정말 중요했다. 궁금한 것은 검색해 가며 익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내게 엑셀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개인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도왔다. 야근도 했고, 며칠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질문하고 답을 받아갔지만, 나는 엑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것이 비효율일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환경마다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아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과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스스로 해결해 본 사람은 검색 키워드도 구체적으로 입력할 수 있고, 유용한 소스들도 이미 알고 있다. Chat-GPT도 프롬프트를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품질도 다르다.


비효율이 오답은 아니다. 

비효율의 시간은 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것은 며칠 동안 SQL로 밤낮없이 삽질하다가 해결하고 난 후의 자기 합리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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