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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투케이 May 13. 2024

나도 당신도 쉽게 쉽게 살아지길

적당히와 포기를 모르는 것도 병이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며 일과 가정을 양립하려 고군분투하는 엄마 회사원이다. 두 아이는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나이다. 나의 어떤 하루는 이러했는데…


* 오전 3:30 둘째 아이가 잠에서 깨서 칭얼대기에 다시 재우기를 시도하는 중 나는 잠이 완벽하게 깨 버렸다.

* 오전 4:30 뒤척이다 잠이 든 것 같던 둘째를 두고 방에서 나오다 들켜버렸다.

* 오전 5:10 안방으로 옮겨 잠이든 둘째를 두고 드디어 나만의 시간을 가지러 방을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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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5:15 요즘 마음이 들썩이기에 아침 명상을 해본다. 가까운 이에서부터 시작해서 나 자신 그리고 주변인들, 모르는 이들까지 나름의 안녕을 빌어주는 명상이다. 밑의 말을 계속 반복하며 숨을 고른다.

- May I (you, we) be safe 내가 (당신이, 우리가) 안전하길…

- May I (you, we) be happy 내가 (당신이, 우리가) 행복하길…

- May I live my life with a sense of ease 내 (당신, 우리) 삶이 쉽게 쉽게 살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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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5:30 명상이 끝나고 스트레칭 겸 30분 홈트를 한다.

* 오전 6:10 회사 일을 뒤적여본다.

* 오전 7:10 둘째가 일어나서 아이들 등원 준비시키러 간다.

* 오전 8:15 두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 옷을 입히고 이를 닦이고 양말을 신기고 신발을 신겨 남편 차에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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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8:30 오늘은 미팅 6개가 있는 날임을 체크하고 미팅 준비를 시작한다.

* 오전 10:00 미팅 1.

* 오전 10:45 미팅 2.

* 오전 11:10 미팅 결과가 안 좋다. 서재를 정리하다 가구를 재배치해버렸다.

* 오전 12:00 미팅 3. 양해를 구하고 10분 일찍 다른 미팅으로 향한다.  

* 오후 12:35 미팅 4. 늦었다. 이건 급하진 않지만 중요하므로 참가해야 한다.

* 오후 1:40 남편이 집을 고치는 소음이 커서 급하게 유선이어폰으로 바꾸고 미팅을 마무리한다.

* 오후 2:05 미팅 5. 내가 요청한 옆팀 사람들한테 부탁한 미팅인데 너무 정신없이 물어보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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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2:45 첫째 아이 픽업하러 5분 거리 학교로 운전해 간다.

* 오후 2:55 첫째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나서 왜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는지 모르겠다며 서로 넋두리한다.

* 오후 3:00 학교에서 아이가 나온다. 놀이터에서 놀겠다는 아이를 달래서 차에 태우러 간다.

* 오후 3:06 학교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아이 친구와 그 아빠를 보고 창문을 내려 반갑게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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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3:06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운전하다 주차된 차 옆을 거세게 송두리째 긁어버리는 차사고를 낸다. 차주는 방금 인사한 아이 친구 아빠다.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급한 미팅이 있으니 집에 가서 보험정보를 보내주겠다고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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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3:15 남편에게 사이드 범퍼가 구겨진 걸 보여주고 주저앉았다. 나 도대체 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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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3:30 오늘 마지막 미팅. 정신없지만 중요하다는 정보 다 담아서 기록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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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4:10 사고 낸 차 주 엄마한테 보험회사 정보를 보내고 백번 사과한다. 고맙게도 이해해 주었지만 어떻게 하면 그쪽 피해를 최소한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그 차를 못 쓰게 되면 당분간 그 집 아이들 라이드라도 도와주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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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의 서두름과 모든 걸 다 잘하고자 하는 게 문제였다. 나는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일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싶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Maximizer랄까. 적당히와 포기를 모르는 것도 병이다. 몸도 건강해야 하고, 멘탈도 건강해야 하고, 일이 바빠도 애프터스쿨이 싫다면 빼주는 다정하고 좋은 엄마여야 하고, 일도 잘 해내고 동료들한테도 도움이 되는 직장인이어야 하고, 심지어 동료 학부모와 이웃과도 잘 지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하는 건가? 나에게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결국 나를 하대하는 거 아닌가.


내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천천히 가는 데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명상은 그렇게 해놓고도 실제 생활에서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힘을 잔뜩 준 채 살아가는 내 일상생활이 모순되기 짝이 없다. 쉽게 쉽게 살자. 너무 애쓰지 말자. 힘 빼고 살자.


May I live my life with a sense of ease…May you live your life with a sense of 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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