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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와 페스트

by 보내미 이 복 희 Jan 06. 2025

부다와 페스트​


이복희


부다는 어디고 페스트는 어딘가

다리는 이곳과 저곳을 이어주는 공중의 길

빨간 티셔츠 남자

손가락 한 마디보다 짧은 꽁초를 물고

에르제베트다리*를 건넌다​


여태껏 생각지 못했던 발걸음

바람처럼 떠도는

발끝은 어디며 뿌리는 어떠한가


남자의 그림자가 차바퀴에 깔린다

로드킬처럼 납작해진 짐승 한 마리

길바닥에서 꿈틀,

몇 대의 차가 지나가고​


부다페스트로 떠밀려온 난민의 남자

뼛속까지 파고든 불안을

담배 연기 한 모금에 풀어 날린다


관광객 웃음소리 사이사이

뿌리 내리지 못한 국적만 이리저리 맴돌 뿐

움켜쥔 지폐 한 장 손에서 오그라든다


땅에 엎드린 플라타너스 나뭇잎

어떻게든 한 남자의 그림자를 뒤섞어

뒷골목 귀퉁이로 굴러간다


*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를 연결하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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