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와 페스트
이복희
부다는 어디고 페스트는 어딘가
다리는 이곳과 저곳을 이어주는 공중의 길
빨간 티셔츠 남자
손가락 한 마디보다 짧은 꽁초를 물고
에르제베트다리*를 건넌다
여태껏 생각지 못했던 발걸음
바람처럼 떠도는
발끝은 어디며 뿌리는 어떠한가
남자의 그림자가 차바퀴에 깔린다
로드킬처럼 납작해진 짐승 한 마리
길바닥에서 꿈틀,
몇 대의 차가 지나가고
부다페스트로 떠밀려온 난민의 남자
뼛속까지 파고든 불안을
담배 연기 한 모금에 풀어 날린다
관광객 웃음소리 사이사이
뿌리 내리지 못한 국적만 이리저리 맴돌 뿐
움켜쥔 지폐 한 장 손에서 오그라든다
땅에 엎드린 플라타너스 나뭇잎
어떻게든 한 남자의 그림자를 뒤섞어
뒷골목 귀퉁이로 굴러간다
*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를 연결하는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