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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필통 Sep 01. 2023

끝이 보이는 연애를 끝낸다는 것(2)

서툰 그 여자의 답장

끝이 보이는 연애를 끝내고 왔다.

          

오빠와의 연애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에 대한 내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게 무서웠고, 내가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가는 듯해 두려웠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사랑하기에 떠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우려 섞인 목소리도 애써 외면한 채 서로만 의지하고 밝은 미래를 그려보았다. 희망을 찾으려 노력했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오빠는 나에게 최선을 다해 주었다. 다니던 직장을 나 때문에 그만두었고, 매일 사랑한다는 말로 나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었으며, 매주 맛있는 요리를 연구하며 나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삶에서 가장 우선 순위에 두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과거의 연인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헌신을 느꼈고, 거대한 그의 품 안에서 얼마든 기대도 될 것만 같았다.     


나도 최선을 다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해결책을 찾았고, 때론 거짓말로 그를 감싸주었다. 가끔은 부담스러운 애정표현도, 우리의 연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의 말도 듣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평생 그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며 귀를 막은 채 우리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 그와 결국 남이 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별을 말했을 때,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마치 내가 이별을 말할 것을 예상했던 것처럼. 붙잡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반응과 달라 멍할 뿐이었다. 아마도 우리의 미래를 짐작하고 있었던 탓일까?     


나는 펑펑 울었다. 눈이 부을까 두려워 눈물을 그칠 정도로 꺼이꺼이 눈물을 흘렸다. 우리도 결국 남들처럼 헤어지는 현실이 슬프고 싫었다. 하지만, 그려지지 않는 미래를 마주한 우리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이제는 정말 끝이다.

후련함과 미안함, 그 어디쯤에선가 나는 아직도 힘겹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더 이상 울리지 않는 핸드폰에 안도감과 허탈함을 동시에 느낀다.     


항상 함께였던 그와의 일상에서 조금씩 나를 꺼내오고 있다.

그렇게 끝이 보이던 연애가 끝이 났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행복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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