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뭐에요?'
요즘 참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 동안의 나는 적당히 보기 좋은, 적당히 즐기는 취미를 꾸며내고는 했다.
프라모델 만들기.
사실 좋아하는 모델은 이미 다 만들어버려서 손을 놓은지 오래지만 말이다.
그 이후의 질문들은 주로 이렇다.
'그럼 퇴근 이후나 주말엔 뭐하세요?'
'음.. 그냥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강의를 듣거나.. 그런 것 같아요'
이 대답조차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지만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쇼핑이다. 시간만 나면 소품샵을 찾아다닌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책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계획없이 드라이브를 떠나서 발길이 닿는 곳에 멈춰서 낯선 곳을 돌아보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스스로가 진짜 좋아하는 일들이 참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일들이라고 여기나보다.
그저 보여주기 좋은 답변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보통 여기서 끝나는 대화들이 대부분이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독서 모임에서 나를 놀라게한 질문을 받게되었다.
'와 자기개발을 열심히하시나봐요. 자기개발은 왜 하시는거에요?'
생각을 거치지않고 나온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다들 열심히하는데 뒤쳐지기 싫어서요'
말을 뱉자마자 나도 모르게 침묵했다.
뭐야, 나는 목표가 없어?
왜 목표도 없이 자기개발을 하려고하지?
남들도 하니까가 내가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이유였어????
솔직히 너무 놀라서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스스로 굉장히 멋진사람이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끊임없이 무언가 배우고 나아가려는 자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나에게 목표가 없다고 생각하고 나니 허망해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열심히일까?
사실 오늘도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지 못했다.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은 숙제로 남겠지만,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무엇'에 대해 정의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