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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도 내시경을 한다구?

시험관 동결배아 이식 전 자궁경 받은 이야기

by 단신부인

난임휴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나에게, 주치의는 이렇게 권했다.

지난 이식 때 착상이 잘 이뤄지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자궁경을 하지 않겠느냐고.

휴직을 결심할 당시만 해도 나는 임신이 빨리 될 거라고 감히 오판했으며,

임신이 되면, 잔여 기간 만큼 안전한 초반부를보내고 복직 또는 산전육휴나 출산휴가를 쓸 계획이었다.

허나, 신은 결코 내게 쉬운 길을 걷게 하지 않았다.

자연임신에 성공한 사람들이 마냥 대단하고 부럽기만 했고, 매양 치료비만 축내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었다.


안정된 직장에서의 소득을 포기하고, 기껏 휴직까지 했는데 성과가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

휴직급여도 더는 나오지 않아 남은 기간 동안은 지금껏 아껴둔 살림에서 치료비까지 써야 한다.

더구나 한 주기를 건너 뛰면 최소 한 달은 쉬었다가 진행해야 한다.

나처럼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경우는 두 달 또는 세 달에 한 번씩 생리가 시작하기도 하니,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이들에게는 다음 타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는 형국이다.

자궁경을 한다고 한들, 이후 배아 이식 과정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리스크를 감당하느냐, 아니면 조금이라도 시도를 해서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여보느냐의 차이였다.

동결 1차 실패 후, 다시 신선배아로 돌아가서 난자채취를 한 만큼 이미 한 달이나 소진한 상태다.

여기서 내시경까지 하느냐, 바로 이식을 하느냐의 선택은 결국 나의 몫이다.

그리고 기어이 용단을 내렸다.

"선생님, 저 자궁경 할게요."


자궁경 VS 자궁초음파


자궁내시경(이하 자궁경)과 초음파는 모두 자궁을 검사하는 방법이나, 진행 방식 등에 차이가 있다.

먼저, 자궁경은 끝부분에 카메라가 달린 얇은 관을 삽입해서 자궁 내부를 촬영하는 것으로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의 방법과 마찬가지로 용종(폴립)이 발견되는 경우 절삭할 수도 있다.

마취가 필요하며, 본인의 경우에는 수면마취를 위해 사전에 혈압, 키, 체중을 측정한 바 있다.

초음파 상으로는 폴립 여부와 부위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기에 실시한다고 한다.

반면, 자궁초음파는 자궁 내, 외부를 검사하기 위해 음파 발생기를 몸에 대고 비추는 방식이다.

마취 없이 실시하며 약 10분 이내로 소요 시간이 짧은 편이다.


비용, 통증, 생리까지


자궁경을 실시하고, 검사결과를 듣기까지 총 3번의 내원약 15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했다.

위 기간동안 소요한 비용은 약 34만원이며,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여기에는 각종 약제비, 마취, 수술비, 진단서 발급 비용(20,000원)이 포함된 수치이다.

image.png?type=w966 자궁경 수술 과정에서 본인이 지출한 비용

첫 방문은 여느 난임시술(시험관, 인공수정) 일정과 마찬가지로 생리 시작 후 2~3일차에 한다.

생리가 끝날 시기를 가늠하여 일정을 잡고, 혈압, 키, 몸무게를 재고난 후

'미소프로스톨'이라는 제제를 처방받았다.

위장에 작용하는 소화성궤양용제인데, 부작용 중 하나로 자궁 내부를 말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임부 복용 금지 약물에 속하며, 수술 전날 밤 22시에 복용하라고 안내 받았다.

복용 후 밤새 속이 쓰려서 끙끙거리면서 자야 했는데, 이는 비교적 양호한 축에 속한다.

혹자는 소량의 출혈, 설사까지 발생한다고...


수술 당일엔 절대 혼자 퇴원을 못 하게 하는 난임클리닉 방침으로 보호자 명목으로 친정엄마를 모시고 갔다.

차 끌고 오지 말라고 해서 아예 친정에서 잠을 청하곤, 함께 이른 새벽부터 출발했다.

비가 참 많이 오던 날에, 대중교통까지 이용하느라 둘 다 옷이 흠뻑 젖은 상태로 입장했다.

대기 및 회복시간까지 포함해서 약 2시간 정도 걸린 듯 싶다.

기실, 내시경 자체는 약 30분 내외로 끝났으나 수면마취에서 회복되는 시간이 오래걸렸다고 보면 된다.


몇 번이나 들어가 본 수술실이기에 이제는 구조가 익숙하기만 하다.

이 날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떠올리자면,

혈관을 잘못 잡아서 여러 번 찌르다가 결국 실패하고 다른 간호사 불러서 반대편에 수액 꽂았다는 정도다.

양쪽 팔에 멍이 2주나 갈 정도였다.

지금 와서야 우스개소리로 말하건대, 자궁경 자체보다 이 주삿바늘이 10배는 더 아팠다.


자궁경 후 아프다는 사람도 더러 있는가하면, 나의 경우에는 의외로 말짱했다.

하복부가 묵직하고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던 난자채취에 비해서는 상당히 양반 수준이었다.

난자채취 과정과 마찬가지로 그 많은 지혈붕대를 어떻게 쑤셔넣었는지 줄줄줄 나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혼자서는 무서워서 절대 못 뺄 것이다.

집에 온 후 내막을 일부 긁어내고, 폴립 절제를 한 여파로 팬티라이너 반이 젖을 정도로 붉은 피가 묻어났다.

그래도 크게 아프지 않아 다행이었고, 하루만에 금방 회복이 되었다.

일주일 뒤에 결과 들으러 오라고 예약을 잡았고, 초음파 검사 후 진료를 보라고 안내받았다.


자궁경 그 이후


일주일 뒤, 초음파를 보고 주치의와 면담을 했다.

자궁 내부에서 절삭한 폴립의 갯수, 내막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간단한 문답절차 후 실비보험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받았다.

임신, 출산을 비롯해서 난임진료 포함까지 사보험에서 지원하는 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데,

용종을 절제한 건 생식기 질환으로 들어가서 청구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사라질 뻔한 인류애를 회복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 나의 경우에는 실비와 종합보험에서 모두 지원받을 수 있었으니.


난임치료를 시작한이래, 홍양을 기다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주일 정도 빨라질 수 있을 거라는 말과는 달리, 평소 주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참고로, 전달 생리가 8월 1일, 자궁경은 10일이었고 이번 생리는 9월 6일에 시작했다.


한데, 여느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길게는 일주일까지 검정 또는 갈색 찌꺼기가 나오다가 선홍색 피가 시작했던 지난 회차와는 달리,

내시경 이후 시작한 첫 생리에서는 바로 붉은 피가 분출했고, 생리통도 현저히 적었다.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은 따로 있다.

그 생리 시작을 신호삼아 진행한 동결배아 이식에 성공하여, 현재 임신 8주차에 돌입한 것이다.

결국, 내 온 몸을 불사한 도박(?)이 성공한 셈이 아닐까...


#자궁내시경 #시험관아기 #자궁경 #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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