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애 두 번째 난자채취 이야기
"너한테 아이가 없어도 괜찮아.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돼"
두 번째 난자채취를 앞두고,
난임 사실을 고백한 나에게 엄마가 건넨 말이었다.
그 말 하나로 구원받은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마음이라도 편히 수술실에 입장할 수 있었다.
첫번째 난자채취 때는 예상과는 달리 6개가 나와서
5개의 수정란이 5일간 배양됐고, 2개의 배아를 얼렸다.
그 중 고품질 배아는 얼마 전 이식에서 착상 실패를 했고,
기대가 무색하게도 핏빛으로 무너져내렸다.
첫 피검사도 통과하지 못할 줄이야.
하나 남은 건 중등급이라 주치의는 새로이 난자를 채취할 것을 권했다.
처음은 어려워도, 익숙해지면 할 만한가보다.
이미 한 차례 겪었으니 두 번째 시도부턴
무엇을 할 지, 얼마나 아플지 자연스레 예상되는 법.
다만, 의학적 소견으로 주사제가 변경되었다.
기존에는 고날에프라는 피하주사와 먹는 배란유도제(페마라정)를 병행했는데
먹는 약만 빼곤 이번에 퓨레곤, IVFM-Multidose로 바뀌었다.
일반인 입장에선 무슨 차이인진 모르겠으나,
감히 판단하건대, 이전에 썼던 것보다 더욱 약효가 센 걸 쓰지 않았을까?
스스로 주사를 놓는 것도 익숙해졌다 생각했건만,
의외로 맞은 부위가 아렸다.
전보다 아랫배 양 옆이 부은 듯한 느낌도 들었고 콕콕 쑤시기도 했다.
그저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선
주사침을 느리게 찔러넣는 것보단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90도로 팍 찔러넣는 편이 낫다
겁이 나서 천천히 찌를 때면 눈에 보이는 바늘도 있고 해서
오히려 고통스러울 따름이니까.
어째 난포가 생각 외로 빠르게 성숙했던지,
채취일 잡기 전 2차례의 방문에서 초음파 결과를 보더니,
주치의 선생님이 조기배란 억제제, 가니레버를 함께 처방해주셨다.
피하주사는 매 번 새로웠으나 방식은 동일하니 제법 익숙하다.
그리고 나의 난자채취 일정이 결정됐다.
처음엔 어떤 절차를 겪게될 줄 익히 알고 있으므로
담담하게 수술실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운전자는 남편으로 대동하고선.
퇴원 후 자가 운전이 불가능한데다,
가능한 빨리 집에 돌아가서 쉬는 게 낫다는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익히' 아는 절차를 다 마치고 나서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모든 상황이 다 끝나 있었고,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다만 아랫배가 전과 달리 묵직하니 격통이 느껴져
소변을 보고 오라는 간호사의 말에 조금 짜증이 날 정도였다.
몸 안에 들어있던 거즈에도 핏물이 꽤 많이 묻어났다.
돌돌 말려서 들어가있던 걸 빼내는 느낌은 여전히 불쾌했고,
누워서 쉬기가 어려웠던 난 결국 진통제 찬스를 요청했다.
효과가 발효되고 나서야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익히' 아는 밑 빠지는 고통이 3일정도 계속되었다.
첫날이야 쿨쿨 잠만 잤는데,
둘째날부터는 집 근처에서 조금씩 걸었다.
TV를 즐겨 시청하는 우리 엄마가
어디서 난임 관련 프로그램을 보셔서 그런지,
제 딸이 얼마나 아플 지 익히 알고 계셨나보다.
하여, 손자녀가 없어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셨던 건 아닐까?
결과적으로 이번엔 13개가 채취됐고,
그 중 11개가 수정되었으며,
5일 배양 후 품질을 선별하여
최종적으로 4개가 동결 대상으로 결정됐다.
지난 1회차보다 딱 2배 늘은 셈이다.
정확한 내용은 가서 들어야겠지만,
2배 증가한 만큼,
이번에 동결비용 내는 것도
2배 늘었겠거니 싶다.
참고로 정부지원 1도 안되는 게 아쉽다.
엄마한테 결과를 말씀드리니,
고생 많았다며 별안간 복숭아를 사먹으란다.
나를 임신했을 당시, 엄마가 먹고싶어한 과일인데,
가난한 집에 시집와선 먹고싶다고 말도 쉬이 못 꺼내셨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먹으라고 한 걸까.
복숭아는 지금이라도 내가 사드리면 되는 것을.
그래도 엄마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
이번 난자채취의 결과가 실패에 다다르더라도
나는 괜찮다.
엄마가 손자녀가 꼭 없어도 된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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