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는 『생각의 감각』이고, 부제목은 「인간의 생각 감각에 대하여」이다. 이 책은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나는 뇌가 아니다』를 포함한 저자의 3부작 마지막 작품이다.
생각하기는 철학의 제일가는 핵심 개념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철학은 숙고하기에 대한 숙고로 논리학의 원천이다. 논리학은 우리가 속한 디지털 문명의 토대다. 논리학에서 이루어진 진보들이 없었다면, 컴퓨터 과학은 절대로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수학자 겸 논리학자 겸 철학자 조지 불과 고틀로프 프레게는 이 분야에 특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이들은 생각하기에 관한 이론을 내놓았고 그것에 기초하여 최초의 형식 논리학 시스템들을 개발했다. 오늘의 컴퓨터 과학은 그 시스템들을 토대로 삼는다. 그들은 우리 시대의 컴퓨터 혁명과 디지털화를 결정적으로 예비했다.
수학은 자연과학과 기술 과학의 토대로 구실을 하는 언어와 사유의 형식을 이루는데, 철학은 그런 수학보다 더 일반적이다. 철학은 우리 일상의 구체적 현상들에 수학보다 더 가까이 접근한다. 철학의 목표는 지혜다. 결국 우리가 모르는 모든 것에 대한 더 정확한 앎이 철학이다. 생각하기는 자연적 실재와 심리적 실재 사이의 인터페이스다. 생각하기란 여러 의미를 지니지만, 그중 하나는 연결 형성하기와 알아채기다.
철학적 사유는 아테네에서 최초의 민주주의와 더불어 최초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오늘날 사상들이 거래되는 시장은 디지털 시대의 중심 매체인 인터넷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숙고가 먼저고, 디지털은 나중이다.〉 이 구호는 칸트의 유명한 계몽 구호 〈너 자신이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를 지금 시대에 맞게 고친 것이다.
생각하기는 청각, 촉각, 미각, 평형 감각, 기타 인간의 감각 시스템의 일부로 간주되는 다양한 능력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감각이다. 생각하기에 접근하는 첫걸음은 생각하기는 복잡성 줄이기와 관련 있다는 깨달음이다. 생각할 때 우리는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구별함으로써 미가공 데이터를 정보로 가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실재에서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생각하기는 무한을 가로지르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하기는 생각 붙잡기다. 생각은 말 그대로 생각하기의 내용이다. 생각할 때 우리가 붙잡는 것이 바로 생각이다. 생각은 대상을 가진다. 생각의 대상은 생각이 다루는 것이다. 생각의 내용은 생각이 대상을 다루는 방식이다. 우리는 생각을 생산할 수 없고 수용할 수만 있다. 생각이 우리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단지 수용자일 수만 있다.
인식론이 다루는 주요 질문은, 인식이란 무엇이며, 인식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실재를 가짜 곧 환상과 구별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사회적, 정치적 질문들과 관련해서 우리가 대개 각자의 가치관과 선입견을 안경처럼 쓰고 사물을 보면서 저마다 다르게 평가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각자의 견해에 속박되어 있으며 객관적 실재를 파악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에 기대어, 뜻 있는 생각과 뜻 없는 생각을 구별할 수 있다. 뜻 있는 생각이란 필연적으로 참도 아니고 필연적으로 거짓도 아닌 생각이다. 반면 뜻 없는 생각이란 필연적으로 참인 생각, 곧 동어반복(예, 고양이는 고양이다) 또는 필연적으로 거짓인 생각, 곧 모순(예, 여기 이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니다)이다.
논리학은 생각들 사이의 관계 규정에 관한 학문이다. 전통적으로 세 가지 주제, '개념, 판단, 추론'을 다룬다. 개념이란 한 생각에서 추출하여 다른 생각에도 써먹을 수 있는 무언가다. 인간들이 합리적으로 처신하고자 할 때, 즉 오류추론을 피하고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규칙들에 따라서 참인 생각들로부터 다시금 참인 생각들을 도출하고자 할 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다룬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각하기 복제본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사유 모형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각하기를 모방하는 논리적 지도다. 유한한 생물인 우리는 반드시 죽어야 하는 몸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생각하기 능력을 아예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인공지능에도 한계가 있다. 바로 논리의 한계가 인공지능의 한계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논리보다 더 지능이 높을 수 없다. 논리는 사유 가능성의 한계를 지정한다. 논리는 우리의 생각들이 안정적인 맥락을 형성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논리를 벗어난 곳에 지능적인 작동이란 없다. 논리는 생각하기가 넘을 수 없는 한계선을 긋는다.
문제란 행위자가 특정 목표(해답)에 도달하기 위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다. 예컨대 도로 횡단하기는 하나의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건널목으로 건너기, 아무 곳에서나 좌우에 차량이 보이지 않을 때 건너기, 신호등이 설치된 건널목에서 기다리다가 신호가 바뀌면 건너기, 위험을 무릅쓰고 무작정 내달려 건너기 등이 가능하다. 모든 각각의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해결 전략들이 존재하며, 그 전략들을 효율성에 따라서 나열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문제에 관한 문제가 생긴다. 무엇이 효율적이냐는 이해 관심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의 생각은 하나의 감각이다. 우리의 생각감각은 우리를 무한한 가능성 및 실재성과 접촉시킨다. 바꿔 말해서, 의미장들과 접촉시킨다. 우리는 대단히 높은 해상도로 우주의 심층 구조를 숙고할 뿐 아니라 정신의 가장 깊은 곳들, 미술의 역사, 십자 단어 퍼즐, 기타 수많은 것을 숙고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생각감각은 특별하다. 우리가 그 모든 것들을 숙고할 수 있는 것은 생각감각의 대상들이 모두 논리적 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 책은 566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다. 철학적 단어와 철학적 사고의 문장 나열이 지루하다.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헷갈린다. 전체적인 맥락은 인공지능, 과학의 발달에 인간이 매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이해했다. 특히 인간의 사고능력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피폐해지는 것을 경계한다.
책 소개.
『생각이란 무엇인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2021.11.15. 주식회사 열린책들. 566쪽.
마르쿠스 가브리엘 Markus Gabriel.
철학자. 1980년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진치히에서 태어났다. 2009년 독일 본 대학교 철학과 석좌 교수에 올랐다. 저서,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나는 뇌가 아니다』 등
전대호.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 수료.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 『철학은 뿔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