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과 억지를 반격하는 사이다 논리 이야기」
이 책의 부제목은 「모순과 억지를 반격하는 사이다 논리 이야기」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라거나 ‘논리에 맞지 않는다.’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논리란 무엇인가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논리 論理’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글을 씀에 있어서, 내용을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철학적으로는 참된 인식을 얻기 위해 사고 작용이 밟는 과정이나 형식을 뜻한다. 사물의 이치나 법칙성. 이것을 학문화한 것을 논리학이라고 한다.
논리학은 2가지로 구분한다. 형식논리학, 비형식논리학이다. 형식논리학은 일반논리학이라고도 부른다. 비형식논리학은 형식논리학을 포함하는 특수한 경우까지 다루는 경우가 많다. 형식논리학은 형식을 다루고, 생각하는 방법, 틀, 과정에 집중한다. 비형식논리학은 ‘비판적 사고’라고도 부르며, 전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확인하는 것과 명제의 방향이 옳은지까지 확인하며, 내용을 다룬다.
이 책은 부제목처럼 일상에서 모순과 억지를 반격하는 데 필요한 논리를 펼치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제 논리’는 가장 단순한 논리 체계다. 일반적으로 ‘명제’란 참이거나 거짓이거나, 둘 중 하나인 문장을 뜻한다. 예를 들어, “서울은 한국의 수도다.”, “다음 월요일에 비가 올 것이다.”, “요정과 요괴가 존재한다.”가 명제다. 둘째처럼 미래 사건에 관한 명제, 셋째처럼 완벽한 검증이 불가능한 경우처럼, 내가 진위를 가릴 수 없는 문장도 명제다. 그러나 명령문(“저녁 먹어라!”)이나 의문문(“나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는 명제가 아니다. 주어진 문장이 명제인지 판별하는 어림규칙 하나는 문장 뒤에 ‘…는 참이다’를 붙여보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전체가 유의미하다면, 그 문장은 명제다.
논증이 타당하고 모든 전제들이 참일 경우, 그 논증을 건전하다고 한다. 건전한 논증의 결론은 반드시 참이다. 결론을 건전하게 증명하지 못하는 논증을 일컬어 ‘오류 추론’이라고 한다. 정치와 세계관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오류 추론이 흔히 등장한다. 증거로 제시할 만한 사실들이 별로 없는데도 상대를 설득하려 할 때 사용하는 변형된 오류 추론도 많다. 오류 추론들은 대충 생각하는 사람들을 노리는 현혹의 기술이며 논리보다 수사학의 영역에 속한다.
오류 추론의 사례
긍정 논법/부정 논법 오류, 예를 들어,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는 사람은 뚱뚱해진다. 나는 초콜릿을 먹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뚱뚱해질 것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전제 오류, 타당한 추론이 반드시 건전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포유동물은 알을 낳지 않는다. 부리를 가진 동물은 알을 낳는다. 따라서 부리를 가진 동물은 포유동물이 아니다.” 알을 낳는 포유동물도 있다.
순환 논법, A에서 B를 도출한 다음에 다시 A를 도출하는 추론.
선후 인과 혼동 오류, A 다음에 B가 나타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A가 B의 원인이라고 결론짓는 오류 추론이 선후 인과 혼동이다. 예, “나는 우유를 먹고 두 시간 뒤에 복통이 생겼다. 따라서 나는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다.”
미끄러운 경사면 오류. 명제 A에서 일련의 귀결들이 도출되는 데, 마지막 귀결이 아주 나쁘기 때문에 A도 나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짓는 오류 추론. 예, “장애를 가진 태아의 낙태를 허용하면, 사회에 장애인이 점점 더 감소할 것이다. 장애인이 감소하면, 장애에 대한 편견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장애를 가진 태아에 대한 낙태는 나쁘다.”
딜레마 오류, 선택지들을 부당하게 줄인 다음에 틀린 결론을 내리는 오류 추론. “우리는 휴가 때 네덜란드에 가거나 아니면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너는 네덜란드에 가기 싫다. 그렇다면 좋다. 집에서 휴가를 보내자.” 수사관들은 이런 오류를 범할 위험에 늘 직면한다.
유추 오류, A와 B는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B에서 C가 나온다. 따라서 A에서는 C와 유사한 무언가 나올 것이다. 예, “유기 분자들의 혼합물에서 복잡한 유기체가 발생했다는 것은 토네이도가 폐차장을 휩쓸고 나니 잘 작동하는 벤츠 자동차가 발생했다는 것만큼 터무니없다.”
허수아비 공격 오류, 상대의 견해를 왜곡하거나 단순화 해놓고 공격하는 것. 예, A 의원은 국방 예산에서 종이집게 구입 비용을 20% 삭감하자고 주장한다. 그러자 B 의원이 반발한다. “당신은 이 나라를 무방비 상태로 적국에 넘길 작정입니까?”
동일시 오류, 동일하지 않은 둘을 동일시하는 오류. “환경 보호론자들은 기후가 더워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난 여름은 매우 시원했다. 따라서 환경 보호론자들의 말이 틀렸다.”
이런 논증들은 강력한 반론에 직면하면, 살아남기 위해서 원래 명제들과 정의들을 번복한다.
임기응변, A는 독심술 같은 초감각 현상을 과학적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몇 가지 실험 방법을 제시한다. 회의론자 B가 실험해 보니 입증되지 않는다. 그러자 A는 자신의 이론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반례로 해석하는 대신, B가 있으면 독심술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새로 덧붙여 자신이 이론을 보강한다.
골대 옮기기, 자기 주장의 진위 판정 기준을 바꾸는 것.
오류 추론을 내놓는 사람은 외적 권위에 기대어 자기 추론의 취약성을 보완하려고 한다.
인기 논증, 예, “수백만 명이 꽃향기 치료를 받고 효과에 만족한다.”
권위 논증, 예, “비타민 C를 다량 섭취하면 감기가 예방된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아리너스 폴링이 그렇게 말했다.” 폴링은 의사가 아니다. 노벨화학상과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갈릴레오 카드, “갈릴레오도 당대에는 비웃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가장 위대한 지식인의 한 명으로 꼽힌다.” 오늘날 엉뚱하게 느껴지는 모든 생각이 미래에 정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히틀러 카드, 히틀러가 고속도로를 건설했기 때문에 고속도로는 악마의 작품이라는 식이다.
인신공격, 쟁점과 상관없이 반대자의 이력이나 성격에 관한 세부 사항을 거론하여 그의 견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전략.
피장파장, 논리적으로 부당한 수사학적 전략. ‘너 또한 마찬가지다.’ 예, A는 동물 보호와 채식주의를 옹호한다. 그에 맞서 B는 “당신은 지금 가죽옷을 입고 있다. 동물 학대다.”
자연주의 오류, ‘자연적’인 것은 무조건 옳다고 판단하는 오류. “자연적인 식품첨가물이 인공적인 식품첨가물보다 더 낫다.”
나쁜 논증 방식 중 일부는 순전히 수사학적이다. 즉 논증의 약점을 말장난으로 가리려 한다.
얼버무리기, 질문 무시, 질리게 만들기, 넘겨짚기 등
일상에서 문장이 명확하고 완벽한 논리적 구조를 가질 필요가 있는 분야라면 법률 분야를 꼽을 수 있다. 때때로 우리는 문장의 애매성을 알아채지 못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 연방법에 나오는 한 문장은, “판결의 공개는 원칙적으로 익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문장에서 “원칙적으로”는 상반된 두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엄격하게, 무조건, 항상”을 뜻할 수도 있고, “통상적으로 그렇지만 예외가 가능한”을 뜻할 수도 있다.
강물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과거의 강물이 아니지만, 강은 항상 동일한 강이다. 인체에서는 분자들뿐 아니라 개별 세포들도 끊임없이 교체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10년 전의 우리 자신과 오늘의 우리 자신이 동일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용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동일성이 과거에 우리 몸에 속했다가 떨어져 나간 수많은 부분들 안에 깃들어있지 않고 온통 새롭게 바뀐 현재의 몸 안에 깃들어 있다는 강력한 주관적 확신을 가진다.
기반이 튼튼한 문장도 모순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문장은 열네 글자로 이루어졌다
이 문장은 기반이 튼튼하다. 검증 가능한 사태를 서술한다. 더 나아가 이 문장은 참이다.
이 문장은 열네 글자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문장은 열일곱 글자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문장은 참이다. 요컨데 한 문장과 그것의 부정이 둘 다 참이다. 이것은 논리적 ‘모순율’의 명백한 위반 사례다.
한 문장과 그것의 부정이 둘 다 거짓인 상황도 만들 수 있다.
이 문장은 열여덟 글자로 이루어졌다
이 문장은 열여덟 글자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첫째 문장은 간단히 거짓이다. 둘째 문장은 첫째 문장의 부정인데 실제로 열여덟 글자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자신이 열여덟 글자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진술하므로 이 문장은 거짓이다. 결과적으로 두 문장 모두 거짓이다.
우리가 생각을 분석하고 증명하고 반박하기 위한 도구로서 칼날처럼 예리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삶에는 그 논리로 영원히 접근할 수 없을 영역들이 여전히 충분히 많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다.
책 소개.
『슬기로운 논리학』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전대호 옮김. 2019.01.30.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329쪽. 15,800원.
크리스토프 드뢰서 Christoph Drosser.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의 과학 담당 편집자, 과학 저널리스트. 저서.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 『치마가 짧아지면, 경제는 성장한다: 현대의 미신들』 등
전대호.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 수료.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 『철학은 뿔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