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何者)』

아사이 료 소설 나오키상 수상작

by 안서조

이 책은 일본 소설가 아사이 료가 23세 나이에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수상 작가로 기록된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다섯 명의 취업 준비생이 등장한다. 주인공 다쿠토, 고타로, 미즈키, 리카, 다카요시 등이다. 다쿠토의 룸메이트 고타로, 고타로의 여자친구 미즈키, 미즈키를 짝사랑하는 다쿠토, 미즈키의 취업 활동 친구 미카, 리카와 동거하는 다카요시 이들은 대학 생활 5년 차이다. 리카네 집에서 취업 활동 모임을 갖는다.

소설은 시작부터 SNS 트위터 계정이 등장하고 짧은 글이 소개된다. 고타로는 보컬 활동을 한다. 다쿠토는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한다. 등장인물 들은 아르바이트하고 취미생활도 하며 취업 활동을 한다. 취업은 번번히 실패하고 우여곡절 끝에 미즈키가 먼저 취업에 성공한다. 고타로도 중견 출판사에 취업한다. 다쿠토, 리카, 다카요시는 연이어 취업에 실패한다.


다쿠토는 리카네 집에 있는 프린트를 사용하기 위해 방문한다. 내일 면접시험이 있어서 수험표를 출력하기 위해서다. 그때 리카가 스마트폰을 분실하고, 리카는 자기 전화를 찾기 위해 다쿠토의 스마트폰을 빌린다. 다쿠토의 스마트폰을 켜자 다쿠토가 친구 고타로가 합격한 회사를 검색한 사실을 발견하고 다쿠토의 비열한 행동을 지적한다.


다쿠토는 ‘누구(何者)’라는 익명으로 트위터 계정을 하나 더 갖고 있다. 그곳에서 친구나 지인들의 행동을 비판하고 자기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리카는 다쿠토의 이런 행동을 알게 되었고 다쿠토의 비겁한 행동을 비난한 것이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은 2013년이다. 10여 년 전에 트위터, 라인 같은 SNS가 일본에서 유행했다. 익명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리트윗하는 횟수에 따라 만족하는 인간 심리를 잘 표현했다.


10년 전 소설이지만 오늘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익명의 뒤에 숨어서 현실 세계의 인간관계를 폄하하고 왜곡하는 행동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친한 친구가 온라인에 나를 뒤통수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끼는 세상,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중에서

나는 별과 별을 잇듯이 슈퍼 안을 바삐 움직였다. 내가 걸어간 곳을 선으로 이으면 ‘자취 생활’이라는 별자리가 완성될 것 같다.


책상에 엎드려서 스스로 만든 어둠 속에서 버튼을 누르자, 작은 휴대전화의 큰화면이 환해졌다. 네 자리의 비밀번호를 탭 한다. 그 위치는 이미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다.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도, 아이템도, 키워드도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홈버튼을 더블클릭하여 바로 메일을 열었다. ‘o’라고만 쳐도 ‘ok’라는 글자가 떴다. 이런 식으로 짧은 말을 사용하며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날들을 기록하고 발신하기 위해, 최소한의 말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버린 말고 주운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꿈’이라든가 ‘센스’, ‘최근 읽은 책’ 등 어떤 주제를 주고 ‘1만 자 이내로 표현하세요.’라고 하면 전혀 다른문장이 태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140자로 제한되면, 분명 같은 키워드를 선택할 것이다. 어떤 주제가 나와도 두 사람은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여 상대의 상상력을 긁어모르려 들 것이다.


휴대전화 트위터 화면을 닫고, 언제나처럼 인터넷 화면을 열었다. 프로그램된 것처럼 손가락이 움직여 늘 찾던 단어를 검색한다. 이 작은 기계에 묻힌 시스템은 머리가 아주 좋아서 첫 글자를 입력하면 이미 검색하고 싶은 말이 줄줄이 떠오른다. 이것은 거의 마약 같은 것이다.


고타로가 성적 증명서가 필요할 정도의 단계까지 올라간 일 역시,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메일도 아무것도 없었다면 숨겼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종이의 여백을 보았다. 진짜 이야기가 묻혀간다. 가볍게, 간단하게 전하는 이야기가 늘어난 만큼, 정말로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지 못하게 된다.


휴대전화를 꺼내 잠금을 해제했다. 혹시, 하고 의심하는 마음과 분명 그럴 거야, 하고 확신하는 기분이 같은 질량으로 교차했다. 살짝만 건드려도 반응하는터치 패널. 정중하게 손가락으로 눌러서 메일 주소를 복사한다. 그리고 다른 화면에 이동해서 붙여 넣기. 검색. 검색 종료. 들켰구나, 생각했다.


우리는 이제 오로지 한 사람, 나 혼자서만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아야 해. 함께 선로 끝을 봐 줄 사람은 이제 없어졌어. 진로를 생각해 줄 학교 선생님도 없고, 우리는 이미 우리를 낳아주었을 때의 부모와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고, 이제 부모님이 나를 키워 준다는 생각으로 지낼 수 없어. 우리는 이미 그런 시기까지 온 거야.

밤하늘 한복판에는 아주 커다란 달이 무슨 인증 표시처럼 떠 있어, 지금 서 있는 이곳과 이어진 그 끝에 우주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달이 떠 있는 저 캄캄한 우주와 이 새하얀 가드레일 사이에는 아무런 경계도 없다. 끝없이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장소와 단 한 장의 벽도 없이 그대로 이어져 있다. 그것은무언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것이라든가, 앞으로 걸어갈 인생 같은 짧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나게 큰 무언가를.


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배터리는 67퍼센트 남았다.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였다. 비밀번호, 4자리 숫자, 프로그래밍 된 듯 손가락이 움직였다. 인터넷 화면에 접속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도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다.

나, 너는 또 하나의 계정을 잠그거나 트위터를 삭제하지 않을 거란 거 알고 있었어. 왜냐하면 넌 자신의 트위터를 엄청나게 좋아하거든. 자신의 관찰과 분석이 최고로 날카롭다고 생각하잖아. 종종 다시 읽어 보곤 하지? 신경 안정제, 손에서 놓을 리가 없지. 아주 이따금 모르는 사람이 리트윗해 주거나 관심글로 지정해 주는 게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지? 그래서 남들이 보지 못하게 잠그지도 않은 거지. 네가 또 하나의 계정으로 멋대로 별거 다 쓰는 것도 알아.


생각한 것을 남기고 싶다면 노트에라도 쓰면 될 텐데, 그걸로는 부족하지? 자기 이름으로는, 자기 글씨로는 안 되지. 자기가 아닌 누군가가 될 수 잇는 장소가 없으면 이제 어디에도 설 수 없는 거지. 마음속을 생가하는 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에게 전해지는 거야. 아무리 멀쩡하게 정장을 입어도, 아무리 또 하나의 계정을 숨겨도 네 마음 안쪽은 상대에게 다 보여.


누구나 마음속에 선과 악이 공존하지만, 대부분은 ‘선함’을 내세우고 살며 자신은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대외적인 ‘선함’고 어울리지 않게 은밀한 ‘악’을 행사할 때도 있지만, 자신밖에 모르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심하라. 관찰자는 도처에 있다.


책 소개

『누구(何者)』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2013.09.04. (주)은행나무. 307쪽. 17,000원.

아사이 료. 1989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 문화구상학부 졸업. 2009년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로 제22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하며 데뷔. 2013년 『누구 何者』로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기록됐다.

권남희. 일본문학 번역가.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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