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7
한국의 먹거리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여러 음식이 조명받고 있다.
특히 해외에 살다 보면 이런 한국 음식이 있었나 하는 특이한 음식도 적지 않은데, 필자는 기억에 남는 따뜻한 음식이 있다.
수제비
유년 시절 점심식사로 메뉴 선정에 고생하던 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것을 기억한다.
상당히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아버지가 해외에서 일하시던 중이라 어머니가 역할이 컸다.
만드는 방식은 생각보다는 간단한데, 밀가루를 반죽하고 육수를 끓여 반죽을 떼어 넣어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육수에는 주로 애호박과 멸치를 넣고 만들었고 달걀이 들어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음식을 자주 하시는 분들에게는 간단할 수 있지만 필자처럼 요리를 일절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넘사벽의 영역이다.(웃음)
사실 별로 영양가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수제비로 배를 채웠다는 표현이 정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머니는 뭔가를 대충 해서 만드신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가능한 재료로 최대치를 만들었고 항상 누나와 나의 건강을 생각했다.
어릴 적에 수제비를 너무 많이 먹어서 어른이 돼서는 싫다는 이들도 본 적이 있는데, 어머니의 영향으로 필자는 지금도 수제비가 싫지 않고 가끔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해외에서는 자신이 만들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수제비를 연속으로 먹는 날이 지속되면, 어머니는 칼국수를 하셨는데 칼국수는 반죽을 칼로 썰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수제비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
칼국수는 한국에 가면 가끔 먹을 때가 있는데, 가게에서 파는 해물이 많이 들어간 전문적인 맛이 아니라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그 맛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한 번은 해외에서 온 친구들과 칼국수 전문점에 간 적이 있는데, 다들 아주 맛있다고 극찬을 했고 일부는 이후로도 한국에 오면 칼국수를 먹는다고 연락이 왔다.
지금은 부모님 집에 가면 오래 있을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어머니 건강을 생각해 반죽에 손이 많이 가는 수제비나 칼국수가 아닌 기존의 면으로 조리햘 수 있는 잔치국수를 선호한다.
음식에는 사연이 있다
물과 밀가루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먹을 것에 고민하던 시절에 수제비는 맛이 아닌 배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미식가들이 찾는 음식이 되었다.
6・25 이후 미군 부대의 쓰레기통을 뒤져 재료를 넣고 끓였던 ‘꿀꿀이죽’ 은 시간이 지나 부대찌개로 바뀌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고 외형이 무서워 버렸던 생선이었던 ‘아귀’는 지금은 아귀찜으로 없어서 못 먹는 필자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김치냄새에 민감했던 일본인들도 이제는 엄청난 수가 김치를 선호하며 일본식 김치가 아닌 한국식 전통 김치를 선호하는 이들도 급증했고 명실공히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자리잡았다.
시대의 변화와 한국의 국제적 입지의 발전으로 한국음식이 세계적으로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도 수제비와 상당히 유사한 ‘스이통’ (すいとん)이라는 동북지역에서 주로 먹는 요리가 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지만 어려운 시절 배를 채우기 위해 만든 서민요리라는 점은 공통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음식면에서도 상당히 비슷한 점을 많이 갖고 있다.
요즘은 서울의 음식점에서는 수제비를 파는 가게가 상당히 드문데, 한국에 들어가면 파는 곳이 있는지 찾곤 한다.
필자는 해외 친구들에게는 유명한 음식보다는 가정에서 먹는 음식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을 권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순댓국이 제일 맛있다는 이도 있었고 감자탕이 인생 음식이 되었다는 이도 있었다.
다음에는 수제비를 권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수제비.
지금을 있게 한 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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