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마지막 선물

ep55

by 유 시안

외할머니와의 기억.

우선 필자를 엄청 예뻐하셨다는 것을 기억한다.


엄격했던 어머니와의 균형을 맞추듯 외할머니는 너무도 자상했다고 회상한다.

또한 필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늘 외할머니의 등에 업혀 있었다고 생각하면 가장 안심을 느낄 수 있는 존재임에는 틀림없었다.

마지막을 가셨을 때는 필자가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무언가 큰일이 있을 때에는 어머니의 꿈에 자주 보였다고 한다.


이전에 살고 있던 집에서 있던 일이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3월 5일 17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에 들어선 순간,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상당한 양이, 세제가 섞인 듯한 흰색빛 물이었다.

급히 천장 아래의 짐을 치우고 관리 사무실로 달려가 관리자를 불렀다.

보통 별 일이 없으면 17시에는 관리자가 퇴근하는데 그날은 왜인지 자리에 있었다.

이후 시설관리자와 건물관리자가 와서 대응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필자의 집 현관 쪽은 물난리가 나 있었다.


이유는 천장의 낙후로 인해 위층의 청소했던 물이 세었던 것.


사실 필자는 운이 없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생일 전날에, 다음날 공연을 앞두고 귀찮은 일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심기가 불편했다.


일단은 젖은 물건들을 정리하며 그날이 지나며 잠이 들었을 때였다.

필자에게는 보이지 않던 할머니가 꿈에 보였고 필자를 향해 웃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려나 정도로 생각하며 다음날 공연으로 향했다.


그런데 며칠 뒤의 일이었다.

건물 관리자에게서 천장 아래 있던 필자의 물건에 대해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현관 쪽에는 판매용 시디가 몇 상자 쌓여 있었는데 상자가 전부 물에 젖었고 이에 대해 청구하라고 연락이 왔다.

시디가 장당 2000엔 정도임을 생각하면 상당한 금액이었다.


일본은 아파트의 경우, 각 호실별로 손해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이번 사고는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건물 관리자가 청구한다.

간단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귀찮은 과정을 거쳐 현장촬영 후 피해보상 청구서를 작성했다.

한 달 정도 뒤, 보험사에서의 심사가 통과했고 피해보상금을 받았다.

이 돈이 정말 유용했던 것이, 당시 필자에게 두 가지 급한 일이 있었다.

첫째 대장암이 아닐까 하는 증상이 있었지만 정밀검사에는 상당한 돈이 들어서 생각만 하고 있었다.

둘째는 한국에서 가지고 온 iPad가 너무 구형이라 사용에 한계가 와서 입버릇처럼 새 아이패드 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보상금을 받자마자 동시에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전신 정밀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 처음으로 펜을 쓸 수 있는 최고가 사양으로 아이패드를 구입했다.


필자의 생일 전날, 집에 도착한 시점에 맞춰, 왜인지 관리자가 퇴근하지 않고 필요한 조건이 갖추어져 꿈에 할머니가 보이고, 피해보상금을 친절히 청구하라는 안내를 받아 보상금을 받은 것은 단순한 우연의 연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형 아이패드를 교체하지 않고 쓰고 있다.

할머니가 완전히 떠나기 전에 손자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