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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lN 린 May 28. 2024

프롤로그_요가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책과 요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법

 몇 년 전에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보면서 참 커피를 좋아해서 해외여행을 다니고 원두 재배지를 직접 가보고 생산 과정 자체를 공정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일, 그런 일들이 무언갈 열렬히 좋아하면 생겨나는구나 알았다.


 근데 생각해보니 문득 누군가가 나를 보면 나도 그렇게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1.


 처음엔 책이었다. 소위 말해 중2병이던 시절, 나는 그 허영심을 지적으로 알은체 하면서 채우고 싶어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우리 언니들에게서 지고싶지 않았던 건지. 노자의 <도덕경>, 김구의 <백범일지>, 알랭 드 보통의 <우리도 사랑일까> 등 아니면 어린 나이에 사유할 게 많았던지 철학을 탐독하면서 지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책을 보면 내 삶의 이정표가 생기는 기분이 들었고, 책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는 삶을 살면 안정감이 들곤 했다. 말 잘 듣는 어린이 같아서 그랬나보다.


 하지만 고등학생 무렵 깨달은 것은 책도 결국 불완전한 인간이 쓴 것. 어떤 책을 보면 돈이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책을 보면 돈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결국 자기 입맛대로(?) 산다. 철학은 다 철학자라는 인간의 사유일 뿐이다. 그렇다. 나는 어떤 책을 보면 갑자기 돈을 벌고 싶어졌다가 어떤 책을 보면 갑자기 템플스테이하러 절에 가고 싶어졌다. 그런 제법 우유부단한 삶을 영위했다.


 그렇게 책만 읽고 몸으로 하는 일과는 멀었던 내가 어느날 요추를 삐끗하는 일이 벌어졌다. 원래 걸어다니면서 생각에 잠기거나책을 읽으러 카페를 다니는 일을 좋아했는데 몸이 아프니 그냥 누워있게만 됐다. 데카르트처럼 누워만 지내며 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 길로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운영하는 아침 요가를 끊었다. 



2.


 그 피트니스센터에는 지금의 나보다 어린 선생님이 계셨는데, 갈비뼈를 닫는 호흡법부터 알려주셨다. 딱 운동 초보자인 나에게 알맞는 수준의 운동이었고 나는 그 묘한 안정감에 요가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시기는 코로나가 딱 발발했을 시기여서 책임 문제를 쉬쉬한 아파트 측에서는 단번에 피트니스센터를 폐쇄했다. 무기한 연기라는 이름으로. 단 돈 3만원에 알짜배기 수업을 듣던 나는 웃돈을 주고 근처 헬스장 GX실에서 운영하는 아침 요가 수업으로 대체하였다.


 그 요가 수업은 필라테스 위주의 수업이었는데 그때 맨 앞자리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하던 것이 너무 재밌었다. 땀도 흘리면서. 요가스러운? 요가는 아니었지만 내게 누군가 요가란 운동이 아니야~라고 손사레 치면 그 손으로 그 사람의 뺨을 치며 너가 해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왜냐하면 정말 힘들었거든!


 그리고 그 아침 운동은 나의 취업과 함께 작별인사를 했다. 오전 9시 수업이었던지라, 9시까지 출근 해야하는 내가 들을 수 없었던 것. 나는 그래서 저녁 수업으로 갈아탔다. 


 저녁 수업 선생님은 전굴을 참 잘하셨다. 그때 당시에도 나는 후굴만 잘하는 전굴바보였고, 쌤처럼 허벅지와 배가 찰싹 붙는 전굴이 하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더랬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나바아사나를 참 좋아하셔서 피니시동작으로 나바아사나를 자주 넣으셨다. 자주 넣으시면서 "이거 하면 복근 생겨요 :) "라고 하시는데, 선생님의 선명한 복근을 보면 아무말 없이 따라할 수밖에 없었더랬다. 이래서 요가 강사님들이 다이어트를 하나보다, 했다.



3.


 그렇게 요가를 1년 반 정도 했을 무렵 알 수없는 자신감이 생겼을때 도전한 것이 폴댄스였다. 2년간 폴댄스에 거의 매진했다. 폴댄스 강사 아니냐는 말도 들을 정도로 열심히 했었는데, 내 조급한 성격 때문에 2년간 안 다쳐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상을 당했다. 부상을 당하고 다시 생각난 것이 요가였다. 


 처음엔 폴댄스를 잘 하고자 재활 목적으로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가 폴태기를 겪으며 내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면서도 내 몸으로 무언갈 완성해나가는 기쁨,에 대해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다. 그게 요가였다. 


 요가를 다시 시작했을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금의 선생님이 해주던 말이 있다. 오늘 안되면 내일 하면 되고, 누군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부가 된다고 말이다. 그 말에 폴댄스를 하면서 다쳤던 내 마음까지 싹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4.


 나는 요가를 하면서 다쳤던 몸과 마음에 대해 치유받는다. 사실 요가는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하다보면 경건해지고 정화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탐구했었던 종교 철학적인 마음들과 요가를 하면서 느꼈던 그런 치유를 연관시켜 글을 쓰고자 한다. 


 요가를 통해 혹은 철학을 통해 치유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들렀다가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것을 통해 느꼈던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나누어줄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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