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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VILLAGE May 15. 2022

채식이 염려되는 당신이 염려되어



● 엄밀히 말하면 비건과 채식은 다른 단어다. 비건은 식습관 외에도 다양한 삶의 요소에서 반동물적, 반환경적인 것에 저항한다는 넓은 의미가 있다. 채식은 비건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먹는 것과 관련한 활동을 지칭한다. 다만 이 글은 주로 채식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비건과 채식을 같은 단어로 인식해도 무방하다.


● 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에서 참고했다. 실험과 논문의 세부적인 수치, 재미를 위해 영상을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비건 혹은 채식이라는 말을 보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대개 ‘동물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 ‘나의 식단을 부정하는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즉 비건을 다소 성가시거나 동물권의 한 운동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맞는 말이지만, 비건은 비단 이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비건을 지향하는 이유는 크게 건강, 동물, 환경으로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육식이 세 가지 항목에서 큰 오점이 있다는 말이다.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채식만 하는 게 골고루 먹는 것보다 오히려 건강에 나쁘다고 들었는데?’ ‘채식이 환경이랑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데?’


 내 주변에서도 동물과 환경에 대해 높은 감수성을 갖고 있지만 결국 건강에 대한 염려로 채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좋은 염려다. 물론 인간과 자연을 위해 비대해진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계속해서 포기해야만 한다면, 특히 자신의 건강과 활력을 잃는다면 그건 말 그대로 건강하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여기 그 염려에 대한 명확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비건이 어떻게 ‘건강’과 ‘환경’으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 영상은 넷플릭스의 <더 게임 체인저스>다. 해당 영상엔 채식에 의문을 품은 운동선수가 등장한다. 그는 채식하는 정상급 운동선수들과 전문 팀 닥터, 연구자를 만나며 채식의 영향을 실체로써 파악한다. 그리고 본인도 채식을 시작하며 긍정적 변화를 몸소 체험한다. 영상 속 운동선수처럼 채식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있는 이들을 위해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들어가기에 앞서 글이 전반적으로 채식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자칫 채식이 몸엔 좋지만 쉽사리 입에 대지 못하는 쓴 약처럼 인식될 까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 영상 속 운동선수들은 신체 능력 향상을 위해 채식을 하지만 동시에 채식을 아주 맛있게 즐긴다. 고정관념처럼 풀만 먹는 것이 절대 아니다. 채식 안에도 수많은 방법과 결이 존재한다. 굉장히 새롭고 다양한 동시에 익숙함이 공존하는 풍미 또한 채식의 이유임을 같이 인식하기를 바란다. 이를 보고 주체적으로 파악해 보시라. ‘나’와 나의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



 채식은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불안한 식단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채식이 더 오랜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 과거 폭발적인 힘이 필요했던 로마 검투사의 골밀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검사 결과 대다수가 채식을 위주로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 과거로 거슬러 가도 결과는 같다. 초기 인류의 뼈와 치아를 분석한 결과 그들의 식단 역시 거의 다 채식이었다. 원시적인 사냥 기구들이 식물보다 더 오래 보존될 수 있었기에 육식주의로서의 인식이 쌓이게 된 것이다.


 오히려 '고기는 힘이다'라는 인식은 1800년대에 형성되었다. 근력은 동물 단백질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널리 퍼지며 탄생한 개념인데, 이후 근육은 식물의 탄수화물로 기능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래도 인간은 잡식 동물이니까 결국 고기를 먹어야 완전한 식단이 아닌가?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몸 체계는 생물학적으로 채식에 맞춰져 있다. 인간의 소화관은 육식동물보다 길어서 소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식물을 소화할 수 있다. 또한 육식동물보다 식물의 상태를 더 원활히 확인할 수 있는 3색 색각을 갖기도 했다. 고기를 먹는 데 특화된 유전자와 해부학적, 생리적 능력이 없는 반면 식물 섭취에 적응한 부분이 많이 나타나기에, 인간의 몸은 기본적으로 채식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적합하지 않은 연료인 육류를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엔 이상 반응이 생긴다. 동물성 제품엔 염증성 분자로 구성된 단백질이 있으며 이는 조리, 보존, 소화만으로도 형성된다. 이를 섭취하여 염증을 촉진하는 균종이 증식하게 되면, 늘어난 염증은 혈류를 감소시키고, 혈류가 감소하면 근육과 관절의 통증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각한 것은 혈류가 막히면 그만큼 심장이 무리하게 되고 이는 심질환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세포의 증식 속도도 높이기 때문에 유제품으로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암에 걸릴 위험과 연관이 있기도 하다.



 채식만 해서는 단백질과 같은 영양소가 부족할 텐데 그것도 건강하지 않은 것 아닌가?


 결론은 역시 아니다. 일종의 단백질 신화가 작용하는 질문이다. 육식주의자와 채식주의자의 영양 섭취를 비교한 최대 규모의 연구 결과, 채식주의자는 일반적으로 필요한 단백질량을 섭취하며 필요한 양의 70% 이상을 먹기도 한다. 육식주의자도 풀에서 단백질의 절반가량을 얻는다. 동물의 단백질은 그들이 먹는 풀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동물은 결국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근육으로 유명한 고릴라와 말 같은 동물도 초식동물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사실은 자명하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채식인이자 호주 400m 달리기 2회 우승자 모건 미첼이다.)


 단백질을 어디서 섭취했느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슨 음식을 먹든 적당량의 아미노산을 섭취하면 근력에 차이가 없다. 다만 우리 식탁에 오르는 거의 모든 동물성 음식은 비위생적 환경 속에서 항생제와 촉진제로 중무장 한 것들이고, 앞서 말했듯 동물성 단백질엔 인간의 몸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많다. 그에 비해 식물성 단백질은 혈액 공급과 신체기능을 높이는 물질들이 거의 모든 식물에서 발견되며 그 양 또한 압도적으로 많기에 식물성 음식만 섭취해도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


 유일하게 동물성 음식에서만 섭취 가능하다고 알려진 B12도 동물이 아니라 그들이 먹는 흙과 물에서 섭취한 세균이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축산과정에서의 농약, 항생제 성분이 이러한 세균을 줄이기 때문에, 최근엔 동물에게도 B12 보조제를 먹이기도 한다. 결국 B12 보조제를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섭취 방법이 된다.



 이론으로는 알겠는데 실제 채식을 하고 건강한 사례들이 있는가?


 사실 채식은 유럽 국가에서 널리 퍼져 있는 문화다. 국내에도 채식 인구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필자도 채식을 하고 있으며, 우리의 생존이 곧 증거가 된다. 우선 필자는 최소 식단 때문에 몸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 식단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만, 이외 운동의 유무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소도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인지하면 더 좋을 것이다.


 해당 영상에서는 UFC 세계 챔피언, 최고의 마라톤 선수, 전미 사이클 대회 최다 우승자, 보디빌더, 가장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린 기네스 기록 보유자, 복싱 챔피언 등 채식을 하며 세계 정상을 탈환하고 유지한 수많은 선수를 소개한다.



 실제로 여러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루는 소고기, 닭 브리토를, 다음 날엔 콩 브리토를 섭취한 후 혈류와 혈액의 성분을 측정했는데, 단 하루 차이의 식단에서도 가시적인 차이가 나타났다.


 또한 '육식은 힘', '육식은 남자의 식사'라는 과거의 마케팅을 믿는, 전형적인 ‘남성성’을 신봉하는 이들을 위해 발기에 관한 실험도 진행했다. 역시 하루는 고품질의 육식 브리토를, 다음 날은 식물성 브리토를 먹은 채로 수면 중 발기 강도와 지속시간을 측정했다. 혈류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발기의 강도는 평균 10% 이상, 지속시간은 300~400% 증가했다.



 그렇다면 왜 여러 매체에서 전문가는 육식을 좋은 식품으로 소개하는가?


 먼저 의사라 하더라도 영양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상 이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한 각종 논문과 자료엔 보이지 않는 ‘후원’이 존재한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청년들에게 흡연이 몸에 좋다는 광고를 진행하여 흡연율이 상승했고, 담배 회사가 후원하여 흡연은 건강하다는 연구와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육식 업계도 비슷하다. 실제로 치명적인 질병과 동물성 음식의 연관성에 대한 압도적인 양의 과학적 증거에 대해 육류, 유제품, 달걀 업체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흡연처럼 미래엔, 육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육식과 환경은 무슨 상관인가?


 동물을 먹거리로 만드는 과정은 반환경적이기도 하다. 전체 농경지의 4분의 3이 가축 생산에 사용된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숲을 벌채하고 단일 품종만을 개량하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이 손실된다. 물도 압도적으로 소모되기에 지구 강의 25%는 더 이상 바다에 도달하지 못한다. 쉽게 예를 들면 햄버거 한 개에 2,400리터의 물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수질 오염도 심각하다. 그들을 키우기 위한 항생제, 농약과 배설물들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된다. 배기가스의 15%는 축산업이 원인이며 이는 비행기, 기차, 자동차, 트럭, 배 등 모든 형태의 운송 수단이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이렇게 제공된 열량은 우리가 섭취하는 전체 열량의 18%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니 실로 놀랍지 않은가. 내가 단순히 고기를 먹음으로 인해서 어마어마한 폭력의 굴레가 공고해지며 돌아간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어떤 예외도 없다. 최근 다발하는 산불과 폭우 등의 기후 위기도 축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온실가스, 숲의 파괴,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의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고 있는, 명백한 원인이 있는 현상이다.


 채식을 곧바로 시작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육식이 안 좋으니 육식주의자는 다 야만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탓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다만 나의 행동 뒤에 감춰진 것들을 파악하고, 조금 더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만약 비건 지향적인 생활을 시작할 때, 혹은 유지하고 있을 때 최소한 건강에 대한 염려는 접어두어도 괜찮다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 모두 자신만의 속도대로 ‘나’와 자연을 점진적으로 사랑해 가기를 바란다.








Editor & Contents Director : 정 해영

About Writer : blog.naver.com/zmzmt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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