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종

by 물구나무
11 보종각.jpg


내소사 절 집 마당엔

울지 않는 종이 있습니다.

크지도 그리 작지도 않지만

천년을 묵은 보물입니다.

따로 전각 한 채를 독채로 차지하고 사는데

창살 두른 집은 감옥처럼도 보입니다.


스님의 말로는

땅 속에 묻혀 지내던 것을

어느 농부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아무리 두드려도 묵묵부답이었답니다.

몸에 새겨진 글귀가 남아 있어

지금은 사라진 청림사의 종으로

고려 말에 제작된 걸 겨우 알았다지요.

소문을 듣고 근동의 절마다 탐을 냈다는데

내소사로 갈 거냐는 물음에

비로소 소리를 내었다고 합니다.


귀한 물건이라 나라에서 보물로 지정했습니다.

그 후로 종은 스스로 울지도 않고

감히 울리려는 이도 없어

다시 벙어리로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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