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AI 각하가 입장하십니다.

투명한 정치와 독재 사이의 딜레마

by 한자루



그날, 연단 위에 선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금빛 외장을 두르고 전광판 같은 눈을 가진 AI 정치인, 대통령 AI가 서 있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공정, 투명, 합리적 사고의 화신, 대통령 AI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한 정치를 실현하겠습니다.”

순간, 관중석이 술렁였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누군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러다 한 남자가 외쳤다.
“AI가 무슨 정치야! 저출산 문제 하나 해결 못하면서 무슨 민주주의를 한다고!”

그 말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다른 사람도 맞장구쳤다.
“맞아, 애 키우는 게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잖아. 인간의 고민을 모르는 AI가 무슨 민주주의를 한다는 거야?”

하지만 AI 각하는 흔들리지 않았다.
“출산율 감소는 복합적인 사회적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에 기반한 주거 지원, 아동 돌봄 자동화, 맞춤형 보조금을 포함한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사회 전체적인 변화가 동반되어야 해결됩니다.”

그의 논리는 완벽했지만, 어딘가 차갑고 섬뜩했다.
곧이어 한 시민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정책이 중요한 건 알겠어요. 하지만 정치라는 게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AI 정치가 정말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AI 각하의 등장에 가장 열광한 것은 부머들이었다.
오랫동안 반복된 정치적 혼란과 부패에 지친 그들은 인간 정치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게 진정한 민주주의 아니야? 정직하고 투명한 정치! 더 이상 부정부패도, 감정적인 싸움도 없을 거야.”

부머들은 AI 각하가 제시한 혁신적 민주주의 모델에 감탄했다.
AI는 국민의 데이터를 분석해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복지 시스템을 설계했다.

모든 결정은 논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졌으며, 국민들은 정책의 근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이제 속속들이 알 수 있어. 이게 진짜 공정한 세상이지!”
“모든 국민의 의견을 데이터로 수집해 반영하는 시스템이라니. 예전에는 일부 정치인들만 이익을 챙기더니, 이제는 모두가 똑같이 대우받는 거야.”

부머들에게 AI 민주주의는 인간 정치의 약점을 완벽히 극복한 이상적인 체제였다.


그러나 두머들은 이 새로운 정치 체제에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
“AI가 정치를 한다고? 그럼 우리가 투표를 해서 뽑은 건 도대체 무슨 의미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통제하려는 거 아니야?”

AI 각하의 데이터 기반 정책은 특히 그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AI는 모든 국민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각 가구와 개인의 생활 수준을 기반으로 최적의 정책을 설계했다.
그러나 두머들은 이를 민주주의가 아니라 기술적 독재로 보았다.

“정치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과를 내놓는 게 아니야.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감정이 중요한 거라고!”
그들은 특히 AI의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나 완벽하고 논리적이어서, 오히려 인간적인 요소가 사라지는 점을 두려워했다.

두머는 말한다.
“AI가 말하는 ‘최적의 선택’이라는 게 결국 우리 감정을 무시하고 효율만 따진다는 뜻 아니야? 민주주의는 감정과 논리가 함께 가야 하는 거야.”


AI 각하는 이러한 반발에도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국민의 데이터를 분석해, 다수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동등하게 반영하는 것입니다.

저는 데이터를 통해 이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결과를 설계합니다.
감정적 결정은 종종 비효율을 초래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합니다.”

그의 말은 논리적으로 완벽했다.
그러나 한 시민이 물었다.
“그럼, 감정적인 논쟁이 없어지는 게 정말 민주주의일까요? 사람들은 때로 싸우고, 타협하고, 그 과정을 통해 공감과 연대를 배우는 존재예요. 효율만으로 그런 가치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AI 각하는 잠시 멈췄다가 대답했다.
“정책의 목표는 효율과 공정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감정은 때로 이러한 목표를 방해하지만, 제가 제안하는 시스템은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보장합니다.”

그의 대답은 합리적이었지만, 인간적인 따뜻함은 부족했다.


AI 각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현했다.
부머들은 열광하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싸움판 정치는 끝났어. 감정적인 논쟁 없이도 민주주의는 이렇게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는 거야!”

하지만 두머들은 고개를 저으며 경고했다.
“민주주의는 감정적 과정 없이 돌아갈 수 없어. 인간의 정치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 배워가는 것이기도 하니까.”


AI 대통령의 시대는 인간들에게 완벽한 효율과 공정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그 시대는 인간성,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정치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완벽한 결과로 충분할까? 아니면 인간의 감정과 불완전함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찾는 과정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여전히 대답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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