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과 영향력은 다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들이 장난을 친다.
아무렇지 않게 퐁 하고 점프를 하는데, 순간 엘리베이터가 살짝 흔들린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잡이를 꽉 잡고, "야, 그러다 큰일 난다!" 하며 아들을 노려본다.
아들은 킥킥 웃고, 나는 괜히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아들 녀석을 단단히 단속하고 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구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점프하면, 엘리베이터 말고… 지구는 괜찮을까?”
머릿속은 다시 실험실로 변한다.
지구에는 약 80억 명의 사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튼튼한 다리가 있고, 무게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
“80억 명이 동시에 점프하면 지구가 흔들릴까?”
웃긴 질문 같지만, 나도 궁금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지구에 꽤나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가벼운지를 보여주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럼 계산을해 보자. 우리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말이다.
인류 평균 체중: 약 60kg
전체 인구: 약 80억 명
총합: 60kg × 80억 = 4.8 × 10¹¹kg, 즉 4,800억 kg
이제 지구와 비교해 보자.
지구의 질량: 약 6 × 10²⁴kg
우리가 아무리 많아도, 전체 질량의 0.00000000008%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이 모두 모여서 동시에 점프한다고?
모기 떼가 거북이 등에 앉았다 뛰는 정도의 영향력일 것이다.
그래도 실제로 동시에 점프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 충격은 있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리가 나고, 미세한 진동이 감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 자체가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왜냐면 지구는 우주에서 1초에 약 30km로 이미 돌고 있다.
즉 1초에 서울에서 대전까지 날아갈 속도로 우주를 빙글빙글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도에 비하면, 우리가 다 함께 발을 구르는 건
회전목마 위에서 발 구르며 '비켜보시죠' 하는 수준이다.
소리는 날지 모르겠지만, 방향은 그대로다.
우린 그냥 잠깐 튄 거다. 아주 잠깐, 아주 조금.
이 사고실험은 단순한 물리학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구조를 상상해보는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수십억 명이 동시에 같은 행동을 한다고 해서, 세상이 덜컥 흔들릴 거라고는 누구도 진지하게 기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상상은 자유니까 해보는 거다.
“다 같이 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집단 행동은 인상적이고 때로는 경이로울 만큼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게 꼭 변화를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정작 80억 명이 동시에 점프해도 지구는 아무 일 없다는 게 좀 웃기다.
그리고 이건 조금 낯선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사람이란 존재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이 행성의 아주 얇은 껍질 위에 붙어 사는
작은 생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점프해도, 지구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 하나로 우리는 우리 존재의 무게를, 그리고 그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중요한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상상하고, 묻고, 글을 쓰고, 웃으며 이야기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지금 우리들처럼 말이다.
농담처럼 시작된 상상이 어쩌면 우리를 아주 잠깐, 현실 위에서 살짝 들어올려 주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상상 하나로 우리는 조금 가벼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