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애플망고 갖다 주세요~

아빠 이야기. 아들 키우기 사연#1

by 중년의글쓰기

“아빠, 여기 애플망고 좀 갖다 주세요~” 아들 녀석이 자기 방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나를 부른다. 열이 오르나 보다. 아들은 항상 열이 많아서 얼음을 좋아한다. 그래서 냉동실에 항상 얼린 망고, 빙과류를 수시고 재워놓고 산다. 나는 아내에게 전달한다. “엄마~ 3번 방에 애플망고 1개 주문이요~” 그리고는 아들에게 “손님~ 만원인데. 카운터에 달아놓을게요~” 했다. “ㅎㅎㅎ” 아들이 웃는다. 아내도 따라 웃는다.


아내는 애플망고를 접시에 담아서 아들방으로 간다. 아내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들은 어제부터 기침에 목이 아프다더니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받고 3일 치 약을 받아왔다. 결국 아들은 <자가격리> 중. 다행히 아내와 나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으로 일주일간 아들은 본인방에 감금되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감금이 아니다. 녀석은 집에서 방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아내가 삼시 세 끼를 방으로 갖다 주고, 간식도 셔틀 서비스한다. 아들은 거실에 놓아둔 노트북도 가지고 들어갔다 (우리 가족은 주말에 거실에서 프로젝트로 영화를 본다) 이제 아들방은 넷플릭스 영화방이다. 중간 방에는 짱짱한 사양의 컴퓨터가 있다.


수시로 영화방, 게임방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과일주세요~” “간식 뭐 없어요?” 거실에 있는 엄마를 부른다. 거실은 카운터가 되었다. 엄마는 음식 조리를 한다. 요즘 PC방에는 휴게음식점 이상으로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고 하더니… 아내는 PC방 매니저 겸 조리사가 되었다. 아예 ‘과자’를 종류별로 바구니에 담아 방안에 놓아두었다.


이제 아들에게는 최적의 “놀” 환경이 되었다. 아이들은 인터넷만 있으면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괜히 나가서 우르르 몰려 돌아다니지 않고, 쓸데없이 돈 나가지 않으니 좋다’ 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내가 말했다. “ 어제 낮에도 <컴퓨터 게임>을 하던데?” “어? 평일에는 컴퓨터 사용 못하도록 잠가 두었는데?” 휴대폰 ‘family safety’ 앱을 열어서 살펴봤다. 가족 설정이 풀려있다! 계정으로 들어가서 다시 설정해야 한다. 이게 할 때마다 헛갈리다. 이제는 “설정”이란 단어가 부담스럽다. 이상하게 한번 들어가면 미로처럼 이리저리 헤매다 돌고 돌고 제자리이다. 미디어, 게임 중독으로부터 아들의 ‘safety’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설정’부터 어렵다.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지?’


아들은 지난 몇 주째 하교 후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도, 이 녀석은 모른 척 얘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게임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밤늦게 자더니 컨디션 조절에 실패. 이번 중간고사 시험 성적도 엉망이었다. 결국, 이런 생활습관으로 인해 몸이 약해져서 ‘코로나’에 걸렸나 … 하는 생각에 이르자. 속이 부글부글 한다.


왜 아들을 키우는 모든 가정에서 한 번씩 컴퓨터를 부숴버리는지 알겠다! 하지만, 아들의 <코로나 격리> 기간 동안 나의 <화>를 잠금 설정해두자. 분노 폭발 금지기간이다… 휴~~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해본다. ‘카톡~’ 알람이다. 아내가 보냈다…”난 집에 있는 게 안 맞아. 아들 시중들고 있으니 짜증 나네.”.... 나는 아내에게 답을 보낸다. “ㅋㅋ 나도 그래, 나와서 나랑 산책하자~”


아내 휴대폰에 알람톡이 울린다. 아들이다. “집에 갇혀 있으니까, 미치겠어. 엄마~”
‘그렇구나, 나의 비뚤어진 마음으로 아들의 마음을 섣불리 판단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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