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야한 영화 볼 때, 왜 내가 더 부끄러울까?

아빠 이야기. 성적 담화 1

by 중년의글쓰기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거실에 스크린을 치고 넷플릭스 영화 상영을 합니다. 아들은 유명 래퍼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자고 했습니다. 영화를 보던 중, 예상치 못한 ‘야한 장면’이 여럿 있었습니다. 재빨리 소파 쿠션으로 아들의 눈을 가리고 빨리 장면이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수위는 갈수록 높아집니다. ‘아~ 아들의 귀도 막아야 하나…’ 참 난감했습니다.


“너 이런 영화인지 알고 고른 거 아냐?” 한마디 했습니다.

“아빠는 꼭 저렇게 얘기하더라!” 아들이 정색을 하고 화를 냈습니다.

아내는 내게 눈을 흘겼습니다. <또또 , 쓸데없이 아들을 자극한다. 그러지 말라고>라는 신호입니다.

‘아~ 불편하다. 야한 영상을 아들과 함께 보는 건’


영화를 볼 때, 아내와 아들보다 내가 더 안절부절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성’에 대해 아들과 터놓고 대화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들도 이미 알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여자 친구도 있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성적으로 많이 성숙하고 개방적이라고 하는데… “어느 선까지 갔니? “ 물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나의 청소년 시절과 군대 시절을 돌아보았습니다. 성적인 호기심과 욕구가 강했던 그때. ‘절구통에 치마만 둘러도 헤헤’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꽤 많은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아~ 이제 우리 아들도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게 되겠지?’

‘그래, 이참에 먼저 아들에게 아빠 얘기를 들려주자!’


에피소드 1)

군대 시절, 일요일에는 푹 쉬고 운동하고 지내는 것이 제일 좋았다. 하지만 그날은 아침부터 차려입고 종교행사에 가게 되었다. 동기 한 명이 좋은데 봐 두었다고 꼬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열댓 명 모여 선임의 인도하에 인근 교회로 갔고 예배시간 내내 잠에 취해 졸았다.


드디어 종교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마을 입구에서 샛길로 빠져 어느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일인당 약간의 돈을 받고 만화와 영화를 보는 곳이었다. 나는 만화에 별 관심이 없던 터라 비디오를 보기로 했다.


방안에 여럿이 모여 야한 영화를 봤다. 불편했다. 공간이 좁아 자세가 불편했던 건지. 단체로 ‘야한 영화’를 보는 상황이 불편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에피소드 2)

고등학생 때도 그랬다. 동네 조그만 영화관이 하나 있었다. 주로 ‘야한 영화’ 만을 골라서 상영하는 곳이었다. 건물 외벽에 항시 야한 그림의 입간판이 걸려 있었다. 어느 날 나는 호기심에 혼자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날까 봐 가슴이 콩닥거렸다. 영화관 앞을 지나가는 척하다가 안으로 뛰어들었다.


매표소 창구에 돈을 내밀었다. 매표원 누나가 얼굴을 쓱~ 하고 내밀고는 나를 훑어 본다.

“혼자예요?”

“네….”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니. 그녀는 ‘피식^^’ 하고 표를 내놓는다. 나는 지하 계단을 내려가 어두운 상영관에서 겨우 자리를 잡았다.


두 편의 영화를 연속 상영하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야한 영상”이 계속되었다. 스토리가 전혀 없는 그런 영화들이었다. 서서히 어둠 속에서 주변 사람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여있었다. 영화는 재미가 없었고 혼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불편했다. 나는 살며시 극장을 빠져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에피소드 3)

나는 강원도 인제에서 대대장 운전병으로 근무했다. (운전과 관사 청소, 밥 짓기 등을 했다) 그 당시 ‘원통’이란 동네에 유명한 다방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강원도 ‘모든 사단 인원’이 거쳐갔다고 했다. 나는 출장 중에 기회를 봐서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지프차를 인근에 주차하고 군복 옷깃을 빳빳이 세우고 호기롭게 그 다방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에 있는 여자가 인사를 했다.

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방 내부는 꽤 넓었고 소파와 탁자가 많이 있었다. 국방색 무늬와 꽃무늬 레이스가 마구 뒤엉킨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순간 몽롱해졌다.


한 아가씨가 다가와 물었다. “커피요?”

“예…”

“여기 커피 두 잔이요~” 나는 현금 이천 원을 탁자에 놓았다.

곧이어 다른 아가씨가 크림을 잔뜩 넣은 다방커피 두 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내 무릎에 앉았다~ "놉", 바로 입술이 깊이 들어왔다.


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밥솥에 넣어둔 찹쌀떡 마냥 내 몸이 흐느적 댄다. 그 아가씨는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이렇게 사단 병력 모두가 이곳에 신고를 하는구나’ 싶었다. 군대 오기 전 대학생이었다는 등의 짧은 대화를 했던 거 같다. 나는 미지근해진 커피를 벌컥 들이켜고 밖으로 나왔다.

'내 돈 주고 내가 당한 이 느낌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항상 부끄러움은 내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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