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를 하면 잘 안듣고는 안들렸다고 해!

아빠이야기..."내 말을 안들어!"

by 중년의글쓰기

오전에 사무소 출근하여 업무 준비를 마치고,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뇌과학>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아내에게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강의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해 보았다. 마침 점심시간에 맞추어 아내가 사무소에 들어왔다. (저희 부부는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중입니다)

오늘 강의 내용중 <유체 이탈>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사례를 아내에게 설명했다. 아내는 무언가를 전자렌지에 넣으면서 내 얘기를 경청해 주었다. 아내의 적극적인 반응에 나도 신이났다. 나는 그 연구사례에 관하여 좀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내는 옆 편의점에 가서 <감자 수제비와 간식거리>를 사와달라고 했다. 우리는 가끔 옆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사서 데워먹는다. ‘군것질 거리로 무엇을 사야할까? 아내가 콕 찍어 얘기해 주면 좋으련만..’


- 어…알았어. 근데 군것질거리는 뭘 사야 될지 모르겠는 데, 자기가 가면 안돼?
- 내가 좋아할 만한 거 몇 개 사와요~
- 응. 알았어요~

편의점 패스트푸드 코너 선반을 살펴보았다. 감자수제비는 없었고 들깨수제비와 얼큰김치수제비가 있었다. ‘아내는 들깨보다는 김치수제비를 좋아할거야’ 나는 김치수제비 한개와 내가 먹을 ‘고기반찬 도시락’ 하나를 들고 계산대앞에 섰다. 편의점 사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 사모님과 사장님 취향이 역시 다르네요.
- 네, 각자 먹고 싶은 걸 먹어야지요~

나는 ‘얼큰김치수제비와 도시락’을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 왔다. 식탁에는 ‘카레밥’이 데워저 있었다. ‘아차! …’ 나는 당황했다. 아까 아내가 ‘전자렌지’에 무언가를 넣었는 데, 집에서 밥을 가져왔구나!

- 자기야! 이 도시락 뭐야? 내가 카레밥 데우고 있었던거 아까 봤잖아? 감자수제비 없었어? 내가 좋아하는 감자수제비 사오라고 했잖아? 못 들었어?
- 아니 들었어.. 근데 감자수제비가 없더라고…
- 카레밥 먹기 싫고 도시락을 먹고 싶으면 먹어! 근데 군것질 거리는 왜 안사왔어?!

아내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아이고, 큰일이다’ 나는 다시 편의점으로 갔다. ‘도시락을 바꾸어야 하나, 그냥 먹어야 하나…’ 도시락을 선반위에 올려놓으려는 데, 갑자기 선반위에 놓여있는 ‘감자수제비’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감자수제비와 과자, 초콜릿을 사서 사무실로 뛰어 왔다~
- 자기야~ 감자수제비 있더라, 초콜릿도 사왔어!
하지만 아내는 이미 ‘얼큰김치수제비’ 포장을 뜯어서 뜨거운 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 왜 당신은 내말을 안듣는 거야? 무시하는 거야?
- 아니야. 감자수제비 사오라고 들었어. 편의점 가서 봤을 때, 분명 들깨수제비 밖에 없었는 데…

아내는 데워둔 카레밥을 치운다.
- ‘고기반찬 도시락’은 먹어도 돼? 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자기는 아들이랑 똑같으면서 왜 아들이 밥 먹기 싫다고 하면 매일 잔소리를 해대고 그래?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미안함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살짝 억울하다.

약간의 긴장속에 어색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아내는 잠시 쉬고 있다. 이럴때 건드리면 안된다. 들판에서 갑자기 사자를 만난 초식동물처럼, 나의 뇌는 굳어지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들도 자기랑 똑같아. 뭐라고 얘기를 하면 잘 안듣고는 안들렸다고 해.
-일부러 그런거 같지는 않은데 염려가 되면서 화가나. 타일르기도 하고 혼내기도 했지만 잘 고쳐지지 않아.. 지금은 아들에 대하여 많이 내려놓은 거 같아.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엄마 진짜 화날 거 같다고 잘 얘기하면 아들도 인지를 하고 조심하고 하려고 해. 근데, 이상하게 자기가 그럴때는 그게 잘 안되네…

-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그걸 안해!
- 자기가 편의점에서 통신사 할인이 나보다 더 되어서, 자기가 계산하라고 보낸거야…
- 아. 그렇구나…
- 자기가 다시 편의점 갈때, ‘제발 감자수제비 있다고 하지 마라’ 라고 생각했었는 데, 감자수제비를 들고 왔어! 차라리, 없다고 하지 그랬어!
- 아. 그랬구나…
- 자기가 그럴때 마다 울컥하고 화를 참지 못하겠어.
- 이제 아들이 그러면 그러려니 하는 데, 아직 자기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울컥하고 화가나네.
- 내가 미안해…
- 나도 미안해…
다행히 아내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사무실 분위기가 다시 따뜻해졌다.

분명 나는 아내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는 데, 나는 왜 다르게 인지를 할까? 정말 뇌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걸까?’
뇌 과학 관련 강의를 아무리 들어봐도 소용없는 일이다. 아내의 촉과 빠른 인지 능력에 비해 나는 인지 오류 투성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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