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 초등학생 아들. 우리는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녔다. 2014년 겨울, 프랑스 파견 와서 아직 임시 숙소- 레지던스 호텔에 머물고 있었던 때. 이제 안정된 거처를 마련해야 했다. 마음이 조급해 해졌다. 회사와 연결된 ‘부동산 에이젼시’를 통해서 본 집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프랑스 현지인이 자주 사용하는 직거래 사이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주중에 저녁 늦게까지 관심지역 부동산을 검색해서 미리 약속을 잡았다. 주말에는 현장 방문하여 집을 확인했다.
어느 날 어느 지역의 집을 보러 갔을 때 있었던 일이었다. 우리는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에 온전히 의지하여 주소지를 찾아갔다. 첫 번째 본 집은 깨끗하고 가전 가구가 잘 갖추어져 있고 보안도 좋았지만 월세가 너무 비싸다. 두 번째 집은 건축한 지 300년이 지난 난방 시설도 없는 곳이었다. 여기서 도저히 살 자신이 없었다.
우리는 실망감을 안고 차로 돌아왔다. 하지만 주차해둔 위치에 우리 차가 없다!
'프랑스에는 도둑이 많다더니, 차까지 훔쳐갔나 보다!' '회사에서 임시로 제공해준 차량인데' 아찔했다. 우리는 너무 당황해서 주변에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마침 근처에서 차를 타고 있는 젊은 여성분을 발견했다. 우리는 차를 빼려는 그녀를 붙잡고 사정을 얘기했다.
“차를 잃어버렸다.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
그 프랑스 여성은 차에서 내려서 경찰서를 검색해서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나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영어로 상황을 설명했지만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다. 결국 현지 경찰은 우리 더러 직접 경찰서로 오라고 했다.
나는 다시 그 프랑스 여성에게 시선이 갔다. 그녀는 뒷자리에 어린 자녀를 태우고 있었다. 유아용 안전시트가 불편했던 지, 아이가 마구 울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잠시 달래고는 밖에서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었다. 아이는 울고 있고 우리 때문에 출발을 못하고 있었다. 어려움에 처한 낯선 이방인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과 본인이 처한 곤란한 상황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었다.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고 미안했다. 결국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그 여성을 보내드렸다.
우리는 침착하게 다시 주변을 잘 살폈다. 어쩐지 처음 도착했을 때와 풍경이 달라 보였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비슷한 건물들과 도로 주차장이 또 있었다. 그곳에 우리 차가 얌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차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 도시는 건물의 배치, 외관, 높이 그리고 가로수 등이 비슷하고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엉뚱한 곳을 처음에 주차해둔 곳으로 착각했던 것이었다!
외국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동네 이웃들을 알게 된다. 산책하다가 만나게 되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알제리 출신의 식료품 가게 사장님, 위층에 사시는 프랑스 할머니 마담! 이제 동네 주민이 된 것 같다. 이방인이 아닌 현지인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나는 ‘베르사이 (베흐 사이)’(일본어 표기로는 베르사유)에 살았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주말에는 베르사이 뒤뜰과 연결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탔다. 입장료가 없고 넓은 들판에 양 떼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 자주 갔었다.
어느 날 공원에서 길을 묻는 낯선 외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발음으로 봐서는 미국에서 여행 온 가족 같았다. 나는 지도를 펴서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웃으면서 ‘땡큐~’ 하고 고마워했다. 아마 한가하게 자전거를 타는 내가 현지에 사는 사람 같아 보였던 거 같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겪었던 일이 생각이 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주차한 위치를 못 찾아서 당황했던 그 사건 말이다. 그때 어려움에 처한 이방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었던 젊은 프랑스 여성이 생각났다. 심적 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던 그의 얼굴 이미지가 또렷이 기억난다. 이번엔 내가 낯선 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에게 도움을 주어서 기쁘고 뿌듯했다.
사람은 다 비슷한 마음인가 보다. 만일 낯선 타지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로부터 뜻밖에 도움을 받으면 그에 대한 고마움이 훨씬 커진다. 나도 빚을 갚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를 보건대, 그 일에 대한 기억이 꽤 오래간다 그리고 추억이 되었다. 내가 도움을 받았던 그 프랑스인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렇다면 프랑스에 여행 왔던 그 미국인 가족은 그곳에서 만난 동양인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우리 모두는 지구촌 동네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