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내가 이방인이라고 느낀 순간.

아빠 이야기... '우리'와 '그들'

by 중년의글쓰기

<호모 사피엔스>의 일부 발췌..

“진화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사회적 포유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이민족 공포증을 지닌 존재가 되었다”

“사피엔스는 인간을 본능적으로 ‘우리’와 ‘그들’의 두 부류로 나눈다. 우리는 너와 나, 언어와 종교와 관습이 같은 사람들을 말한다”



2014년 12월 겨울, 우리 가족은 1박 2일의 짧은 스위스 여행을 했다. 우리는 조용하게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를 원했다. 그래서 일부러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을 방문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신나게 눈썰매를 탔다. 산을 굽이 굽이 내려오는 동안, 아름다운 스위스의 풍경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거리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스위스 전통 행렬도 구경했다. 우리는 저녁 늦게 숙소에 돌아왔고 서둘러 씻고 밥을 먹자, 아들은 금방 잠이 들었다.


아내는 갑자기 맥주 생각이 난다고 했다. 나는 밖으로 나와서 가게를 찾아보았다. 당연히 한국의 ‘편의점’ 같은 곳은 없었다. 늦은 저녁이라 상점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호텔에서 더 멀리 나가보았다. 저편 골목에서 왁자지껄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가 보니 ‘펍’ 같은 곳이었는데, 이 거리에서 이곳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흥에 들떠 있었다. 대부분 얼굴이 하얗고 키가 큰 아저씨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그런 덩치였다. 아마도 동네 주민들이 하루 일을 마치면 이곳에 모여 회포를 푸는 아지트였던가 같았다. 내가 들어서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렸다. 순간 내가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다행히 바텐더가 나를 발견했고 무슨 일로 왔는지 영어로 말을 걸어 주었다. 나는 맥주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았고, 그는 테이크 아웃은 안된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곳의 분위기에 점점 압도되었다. 결국 “땡큐” 한마디 인사를 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마치 어느 부족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여 당황해하는 타 부족 사람처럼 느껴졌다.


관광객이 항상 많은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시 외곽 프랑스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가면 이런 분위기였다. 햇볕이 좋은 주말 오후, 야외 카페에서 나 홀로 앉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낯선 수다를 듣고 있을 때 그랬다. 내 모습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스스로’ 이방인이 된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내 얼굴 근육에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많은 이민자들과 함께 살고 관광객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프랑스에서는 그 느낌이 덜 했던 거 같다. 하지만 스위스의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너와 내’가 확실히 구분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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