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샵 '퍼즈앤스틸' 공간 인터뷰
우리의 일상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물건이지만
고유한 표현과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것이라면
일상의 사소한 순간 안에서도
특별한 울림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인이 없을 때면 장난감들이 살아나는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를 본 적이 있나요? 어릴 적 인형과 장난감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영화를 보고 저마다 추억 속의 장난감을 한 번쯤 떠올려 봤을 것입니다. 사소한 물건에도 감정을 담곤 했던 지난 시절과 다르게, 시간이 지나 우리에게 사물이 갖는 역할은 그저 기능적으로 필요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사소한 것에 감정을 담기에 우리는 너무나 바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때로 감정을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처럼 기능적인 필요에 집착을 갖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것들 말이죠.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장난감처럼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도 모처럼 위안을 주는 사소한 물건을 곁에 두어보는 건 어떨까요?, 사소함에 담긴 의미가 선물해 줄 특별한 순간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공간은 신용산역 용리단길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퍼즈앤스틸’입니다. 이 공간에 깃든 취향과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들의 일상에 특별한 순간이 더해지길 바랍니다.
비교적 한적한 용리단길 골목에 위치했던 공간, 퍼즈앤스틸. 지니 가던 발걸음을 붙잡던 매장의 현판을 보고 고갤 들어 보니 커다란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머금고 있는 유리잔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협소한 계단을 통해 올라와 문을 열고 마주한 퍼즈앤스틸은 지나온 길과 다르게 포근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 줍니다. 넓게 트인 창으로 퍼즈앤스틸의 로고를 비추는 따스한 햇빛과 공간 곳곳에 조화롭게 녹여낸 싱그러운 플랜테리어가 이곳의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반가운 미소로 맞이해 주던 공간의 주인이 친절한 안내와 함께 향미 가득한 커피 한 잔을 직접 내려줍니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커피를 음미하며 천천히 공간 곳곳을 둘러보니 오목조목 놓여 있는 아름다운 유리 공예품과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정돈된 오브제가 눈길을 이끕니다. 공간을 향유하는 동안 어느새 마음 한편에 여유로움이 자리하고 조급했던 지난 시간을 잊게 해 줍니다.
이곳에 오는 한 사람 한 사람, 설레는 표정으로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던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취향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사소한 물건에 담긴 특별한 감정을 향유하며 느낀 마음속 깊은 여운을 여러분께 전하기 위해. 퍼즈앤스틸의 서형원, 부러운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먼저 공간과 두 분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한번 부탁드릴게요.
A 네 안녕하세요, 저희는 매일의 한편을 지킬 수 있는 제품들을 소개하는 편집샵, 퍼즈앤스틸을 운영 중인 대표 서형원(이하 ‘One’), 부러운(이하 ‘Envy’)입니다. 퍼즈앤스틸은 저희가 특별한 기억을 갖게 된 순간에서 비롯하여 다양한 취향을 소개하기 위해 시작된 공간이에요. 지금은 주로 일본 유리 공방에서 들여온 작품들을 위주로 선보이고 있어서 유리 공예 편집샵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단순 샵의 형태만 갖는다기 보다 저희의 취향을 나누고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Q 공간을 둘러보면 두 분의 취향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요. 퍼즈앤스틸을 통해 두 분의 취향을 공유하고자 데는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A(One) 저희가 12년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만나왔는데요. 어느 날 저희가 함께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느낀 게 있었어요. 그동안 저희는 정말 사소한 것까지 서로 좋아하는 경험과 취향을 나누면서 또렷한 감정을 공유해 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행위가 저희가 갖는 고유한 톤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둘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온전한 취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퍼즈앤스틸을 준비하게 되었죠.
Q 두 분의 관계 안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너무 멋진데요. 퍼즈앤스틸이라는 공간의 이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A(One) 저희 둘이 오키나와로 첫 일본 여행을 간 적이 있었어요. 당시 오키나와 어느 작은 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노을질 무렵에 바다 구경이나 할 겸 맥주 한 캔씩 사 들고 해변에 앉아있던 때였어요. 거기서 서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고개를 들고 수평선을 바라봤는데 일렁이는 파도 위에 붉게 물든 석양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저희 둘 다 ‘와’ 소리의 외마디 감탄만 내뱉은 채로 하염없이 같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죠. 아마 당시에 서로 같은 걸 느꼈을 거예요. ‘이 순간만큼은 오랫동안 특별한 기억으로 남겠구나’ 라고요. 그 뒤에 저희가 공간을 준비하면서 당시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며 위로받았던 순간을 기억하고자 퍼즈앤스틸이라는 이름과 지금의 로고가 나오게 된 거예요.
Q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름이 굉장히 와닿네요. 지금은 공간에 유리 공예품들을 굉장히 많은데, 특별히 유리 공예품을 모으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A(One) 처음 의도는 저희가 함께한 여행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을 선물했던 오키나와를 알려보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원래 오키나와가 유리 공예로 유명하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희처럼 오키나와에 대해 특별한 마음을 갖는 작가님들이 이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오키나와의 여러 공방에 직접 컨택을 시도하다가 처음으로 ‘글라스 아트아이’라는 공방과 연이 닿게 됐었죠. 원래 도쿄에서 살다가 오키나와에 반해서 아예 집을 옮기게 되었다는 작가님의 사연도 와닿았고, 특히 섬의 자연경관이 표현된 작품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희 의도와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뒤로 자연스럽게 유리 공예품들 위주로 공간에 들여오게 된 것 같아요.
Q 시작은 오키나와를 알리는 것이었지만, 계속해서 유리 작품을 메인으로 들여오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A(One) 당시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건 저마다 유리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저희가 쉽게 상업적으로 가려면 예쁜 공산품을 가져다 놓아도 상관은 없어요. 그렇지만 작가님들의 작품을 고집하는 건, 우리의 일상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물건에 고유한 표현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도 특별한 울림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작가님들의 작품을 들여오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배제하고, 그저 유리라는 물성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Envy) 저희가 유리뿐만 아니라 세라믹류 일부 들여오고 있지만, 제가 느끼는 유리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어떠한 소재보다 표현이 훨씬 자유롭다는 거예요. 여러 작가님들이 같은 소재와 모양으로 만들고자 해도 저마다 갖는 고유한 특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정형화된 틀 없이 모두의 작품이 다 색다르게 표현되거든요. 그래서 자세히 보면 같은 작품들끼리 진열되어 있어도 유리의 성질 때문에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게 없어요.
Q 그래서인지 진열된 유리잔들을 보면 물멍이나 불멍을 보는 것처럼 자연과 많이 닮아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A(Envy) 네 맞아요,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작가님들께서는 유리를 액체로 생각하신다는 거예요. 저희가 생각하는 차갑고 딱딱해서 깨지기 쉬운 유리가 아닌 거죠. 작가님들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연하고 부드럽게 늘어나는 특성을 이용해 중력과 원심력을 통해 빚어내면서 유리가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표현하려고 하세요. 어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사실 규격화된 틀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작가님들은 큰 틀은 갖고 계시지만 그 안에서 유리가 표현되고자 하는 바를 굳이 의도하여 막지는 않으시거든요. 그런 점에서 유리에 자연이 담겨 있다는 말은 너무 좋은 표현인 것 같네요.
Q 두 분이 이 공간에서 가장 애정하시는 작가님의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Envy) 저희가 처음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도 꼭 소개해드리려고 하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매장 가장 안쪽에 진열된 ‘글라스로카’ 공방의 ‘니시다 유카’ 님 작품이에요. 작가님이 특별히 인상 깊었던 건 그 누구보다 유리에 대한 애정이 정말 깊다는 점이었어요. 작가님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을 때 작가님이 본인의 공방을 갖게 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러면서 유리를 통해 자신이 ‘구원받았다’라는 표현을 하셨거든요. 그전까지는 자신의 공방을 갖기까지 본인의 작품을 어떻게 표현해 낼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상당히 길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제는 유리와 대화하며 드러내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로 본인의 삶에 굉장히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그런 진정성 있는 모습이 굉장히 감명 깊었어요.
Q 어떻게 보면 정말 순수한 모습을 갖고 계신 분이었군요?
A(Envy) 맞아요. 순수하다는 게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네요. 특히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분명한 캐릭터와 아우라가 있었는데, 정말 참된 어른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었어요.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슴없는 애정과 사소한 부분까지 배려해 주시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표현하시던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그런 작가님의 인간적인 모습 자체를 좋아하게 되다 보니 그분의 작품 표현과 세계관도 좋아하게 된 것 같네요.
Q 유카 작가님이 유리를 통해 ‘구원받았다’라고 표현했을 때, 대표님은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A(Envy) 제가 직종을 여러 번 바꿔온 타입인데요, 일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는 이 일이 맞는 건지, 정말 이 일을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는 ‘나도 분명히 그런 부분이 있겠구나!’라고 생각이 바뀌었죠. 이제는 퍼즈앤스틸을 찾아와 주시는 분들도 저희를 보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아봐 주세요. 그전에는 들어볼 수 없었던 이야기인데 작가님이 본인만의 작품 표현을 발견하고 이어나가시는 것처럼, 저도 그런 의미로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마음의 동화가 컸던 것 같아요. 제가 모르고 있던 소중한 것을 가르쳐주신 거죠. 이거 너무 유카 작가님만 말씀드리는 게 아닌가 싶네요 (웃음)
Q 다른 작가님들께서 서운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A(Envy) 다른 작가님들에겐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래서 더 다양한 작가님들을 발굴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유카 작가님을 만나고 난 이후로 작가님들이 저마다 갖는 표현과 이야기를 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거든요.
Q 저도 간접적으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일상에 감사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공간을 찾아와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늘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편인가요?
A(One) 그렇게 느껴주셨다니 너무 뿌듯하네요. 맞아요, 저희가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들어주시는 분이 어떤 감정을 갖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는 있지만, 어찌 됐든 이곳에서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샵의 경험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감정의 일렁임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얻어 가셨으면 하는 마음을 늘 갖고 있어요.
Q 혹시 이 공간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다른 아이템도 있나요?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배제하고 두 분의 취향으로만 보았을 때요.
A(One) 그 부분에 대해선 저희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저희가 향을 좋아하고 또 사소한 변화로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향이니까 인센스 같은 아이템으로 저희만의 향을 개발해 볼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어요. 저희가 애정하는 오키나와의 바다 내음이나 숲 속의 향과 같이 추억이 담긴 향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Q 인센스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무엇이 될 수도 있지만, 퍼즈앤스틸에서 선보이게 될 물건이 갖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요?
A(One) 어떤 아이템이 되었든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더해줄 수 있는 저희 취향과 이야기가 담긴 무언가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공간을 찾아와 주시는 분들께 굳이 물건을 보시진 않더라도 ‘여기 앉아서 커피도 드시고 노래도 듣고 편하게 머물다 가세요’라고 제안을 드리는 게, 그냥 이런 사소한 여유와 편안함이 서로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면 좋겠다는 의도였으니까요. 그런 매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봐요.
Q 두 분의 취향이 가득 담긴 이 공간에서 특별히 신경 써서 조성한 곳이 있다면 어디일지 궁금해요.
A(One) 저는 우선 이 시즌 테마존이라고 할 수 있는 매장 가운데 공간이 가장 애정하는 곳인데요, 어떤 것에 국한되지 않고 계속 다양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고민에 이 가운데 공간에 새로운 작품을 보여줄 때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시시각각 변화하는 테마존을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퍼즈앤스틸의 비주얼적인 면모를 시기별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테마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A(Envy) 저는 소파가 있는 이곳인데요, 저희는 이 공간이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곳이 되지 않길 바랐어요. 이 공간의 의도는 우리의 취향을 공유하고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거든요. 그래서 소파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을 두고 커피를 내어드리고 하는 것도 저희가 집에 있을 때 음악을 틀고, 식물에 물을 주고, 커피를 내리며 책을 읽고 하는 등의 일상의 편안한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함께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였어요.
Q 두 분은 일상의 사소한 편안함을 위해 어떻게 시간을 보내사 나요?
A(One) 저는 쉬는 날 제 사소한 감정에 더 귀 기울이려고 해요. 그날의 공기가 어떻고 몸의 컨디션은 어떠한지, 그 기분에 맞춰 원두를 골라 커피를 내리고 커피 향에 따라 선곡도 바꿔보고, 그렇게 차분함이 찾아올 때쯤 오롯이 제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고 있으면 글을 끄적이게 돼요. 그리고 가끔 머리가 시끄러우면 몇 시간이고 정리가 될 때까지 걸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을 즐겨요.
A(Envy) 저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즐기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식물을 참 좋아하는데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모든 화분을 창가로 옮겨 빛을 쬐게 하는 게 루틴이 있어요. 그러고 나서 모닝커피를 내리고 테이블에 앉으면 저희 집 고양이가 무릎으로 뛰어 올라와서 고롱대며 잠을 자요.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바로 이때였어요. 내가 온전히 집에 녹아있는 그 시간이 저에게 온전한 편안함을 안겨다 주는 것 같아요. 또 그런 마음이 이 공간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고요.
Q 그런 마음이 직접 내려주시는 커피 한 잔에도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특별히 이곳을 찾아와 주시는 모든 분들께 꼭 커피를 내려주시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A(One) 그냥 우리 집에 손님이 왔는데 빈손으로 맞이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은 마음이에요. 그리고 커피도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거잖아요. 저희가 드립백을 판매하고 있어서 시음 차원에서 커피를 권해드리긴 하지만 사실 핑계이고 웰컴티 개념으로 저희 취향을 같이 느껴 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도 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이 근처가 굉장히 번잡스러워요. 음식점도 많고 카페도 많지만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마땅치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간에서는 저희가 제공해 드리는 커피 한 잔 드시면서 잠깐 마음을 내려둘 수 있는 그런 여유를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Q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의 힘인지, 두 분의 작품 이야기에 몰입해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A(One)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힘들게 찾아오셨지만 가볍게 둘러보다가 금방 나가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이 근방으로 오시는 많은 분들이 아무래도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고 와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 봐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나누고자 하는 취향과 이야기들을 충분히 즐기고 오래 머물다 가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그래서 여유가 있는 분들이 이곳에 놀러 와서 잠시 쉬다 가는 것도 좋지만, 바쁜 와중에 이곳을 우연히 들리게 된 분들도 마음을 내려놓고 충분히 여유를 즐기다 갈 수 있도록 더 좋은 경험과 이야기를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Q 퍼즈앤스틸을 다녀간 분들을 보면서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셨나요?
A 공간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저희 머릿속에만 있는 순간들을 다른 분들도 직접 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 전해드리는 거였어요. 그럴수록 작은 세세함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세세함을 발견해 주시는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어느 날 한 커플이 다녀간 적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는 곳 하나 없이 서로가 어떻게 보았고 느껴졌는지 끝없는 대화하고 서로가 느낀 순간들을 공유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처럼 결이 비슷한 분들이 같은 시선으로 퍼즈앤스틸을 즐겨주실 때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저희가 항상 이야기를 전달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갖는 생각인데,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이 공간에 담긴 이야기와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손님들께 전달하다 보면, 당시 느꼈던 감정들이 저희 얼굴에도 드러나게 되는데요, 그럴 때 그런 감정의 동화됨을 알게 해 주는 표정이나 눈빛을 갖는 분들을 보게 되면 이 일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공간에 있는 유리 작품들 외에도, 곳곳에 놓인 소품이나 오브제들도 대표님의 취향이 뚜렷하게 반영된 물건들인 것 같아요. 저처럼 구매할 수 있는 건지 물어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A(Envy) 감사하게도 방문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저희 취향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유리 공예로 시작했던 게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취향 가득 담긴 것들을 두고 쇼룸처럼 공유하기 위해 시작한 거다 보니 이 안에 있는 오브제나 소품들의 조화로운 구성을 특히나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곳에 있는 작가님의 작품과 이야기를 좋아해 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식물이나 오브제를 보고 어디서 살 수 있냐고 여쭤보며 취향을 발견해 주시는 분들께 특히나 더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웃음).
Q 이곳에서 두 분의 취향을 즐기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나아가실 생각인가요?
A(Envy) 가장 먼저 진행하고 싶은 건 역시 작가님들의 개인전이에요. 저희 매장의 모든 작품들은 저희가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공방의 작품인데, 정식으로 개인전을 열어 알릴 수 있다면 더없이 감격스러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작가님들께 조금씩 부탁드리고 있는 일이 았는데, 작가님들의 작업을 영상으로 담아 일정 시간대에 매장에서 보여드리면 어떨까 해요. 여길 찾아와 주시는 분들께 말로만 설명해 드리기에는 작업과정이 상당히 길고 디테일하거든요. 그래서 액체화 된 유리가 어떻게 작품으로 만들어지는지 직접 영상으로 보시게 된다면 유리공예에 더욱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역시 물건은 직접 사용하고 경험해 봐야 그 매력을 온전히 알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 취향이 담긴 공예 컵에 저희가 내려드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경험을 전하고 싶어요. 그렇게 조금 더 느긋하게 이 공간을 즐겨주시고 시간을 보내주신다면 너무 뿌듯할 것 같아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 5년, 10년 뒤 퍼즈앤스틸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길 바라시나요?
A 현재로서는 그렇게 크지 않은 이 공간에서 저희의 취향을 담아 공유해 왔지만, 가능하다면 미래에는 퍼즈앤스틸이 전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큰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로 운영하고 싶다는 비전을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저희가 지금 이 공간에서 시즌별로 다양하게 테마를 구성하고 음료를 내어드리고,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하는 것들을 조금 더 완성된 공간에서 조화롭게 보여드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애착하는 물건은 별다른 기능 없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 안에 소중한 기억과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친구와 우정을 다지기 위해 구매한 기념품일 수도, 내 감정의 기록이 담긴 일기장일 수도, 사랑하는 연인이 마음을 담아 전해준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의 형태가 어떻든, 특별한 감정이 담겨있는 것이라면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 안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상기시켜 주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가 함께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본 순간의 기억에서 시작된 퍼즈앤스틸의 이야기처럼, 여러분들도 사소함에 담긴 감정과 의미를 살펴보면서 더 깊은 이해와 연결을 찾아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써내려 가보시길 바라겠습니다.
퍼즈앤스틸 : https://pauseandstill.kr/
해당 인터뷰는 24/7 series 에디토리얼 콘텐츠로 기고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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