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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새날 May 12. 2023

나에게 인생선배가 있었다면

intro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평범한 일을 하며 ‘평범한’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생활을 30년 넘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생활 속에서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이 있었어요.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여러 가지 선택지들 중 그나마 괜찮은 것은 무엇인지 골라주는 인생 선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요. 평범하게 살며 지나온 시간들이 후회가 되지는 않지만, 그런 선배가 있었다면 조금 더 다채롭게 인생을 꾸밀 수 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철이 없던 초등학생 시절, 취향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던 중학생 시절에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인생선배’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아마 대학입시를 앞두고 진로진학을 결정해야 했던 시기라 더 그랬을 겁니다. 희한하게도 어떤 대학을 진학할 건지, 어떤 과에 진학할 건지, 그러고 나서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 1학년때부터 결정을 해두었는데도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때 이후로도 종종 “인생선배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찾아 나서지 않아서인지, 그런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생각했던 대로 수학과에 진학을 했고, 저는 원하던 대로 수학강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건들을 겪은 후 시간이 지나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껏 겪어왔던 일들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 아니고 느꼈던 감정들이 꼭 느껴야 하는 감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뭐라도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해왔던 일들과 그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성장통이나 시행착오가 아니라 그저 '삽질'에 불과했던건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그 10년 동안의 대단한 삽질 덕분에 이제서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렇게 글을 쓰는 소재로 쓰고 있지만 '인생선배'가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나에게 먼저 삶을 겪어본 인생선배가 있었다면, 조금 더 빠르게 지금 상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혈기왕성했던 이십 대의 나를 꼭 붙들고 “새날아, 지금 네가 꼭 생각해봐야 할 것은 말이야”라며 이야기해 주는 괜찮은 인생선배가 있었더라면 그 선배의 멋짐을 닮고 싶어서라도 더 괜찮은 삶을 살았을 것 같습니다. 우울한 기분에 빠져있을 때에는 매콤한 떡볶이 한 그릇을 사주며 “네 기분은 이해하지만, 빨리 털어냈으면 좋겠어”라며 격려를 해주고, 갈팡질팡할 때에는 전화로라도 “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해 주는 인생선배가 있었더라면 조금 더 빨리 성장했을것 같습니다.


그 아쉬움을 몰라준 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삼십 대 중반이 되어 다시 ‘인생선배’의 필요성을 느끼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인생선배가 없었더라도, 누군가에게 인생선배가 되어줄 수는 있지 않을까?”


더 많은 것을 배우며 더 치열하게 살아온 지금의 20대에게, 저는 한없이 부족할 수 있지만 그래도 또래들은 해줄 수 없는 이야기 한 구절 정도는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졌습니다. 너무 평범하게 살아왔다 보니 "이런 건 꼭 해봤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는 해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이건 진짜 삽질이더라"라며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은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평범했지만,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생선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제 글을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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