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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새날 May 29. 2023

직업이 목표가 될 수 있을까?

1-1. 당신에겐 진정한 목표가 있나요? -ep.2


"그럼 쌤은 꿈을 이루신 거네요?"


고등학생 시절부터 수학강사가 되길 꿈꿨고, 그래서 수학과로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수학강사로 생활하고 있는 저에게 어느 날 한 학생이 물었습니다. "왜 쌤은 수학강사가 되고 싶었어요?"란 질문에 별거 아니라는 듯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후에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지"란 대답에 저렇게 묻더군요. 


참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 "저는 늘 목표가 있었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던 일을 하고 있어요"라며 자발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는 것이 미묘한 자신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요상한 자신감으로 20대를 보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며 능동적으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부터 어떤 과목의 선생님을 할 것인지, 어디에서 강의를 할 것인지 모두 제가 선택했으니까요. 


그런데 '꿈을 이뤘다'는 학생의 한 마디가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학생이 가볍게 던진 그 말은, 며칠 동안이나 생각에 잠기게 했습니다. '도대체 이 불편한 기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제 나름의 답을 찾았어요. 답은 간단했습니다. 저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겁니다. '꿈'이란 단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제 삶은 평범했으니까요. 


어렸을 적 상상 속의 제 모습은 빛나는 핑크색 구름에 휩싸여 있는 듯이 반짝거리고 멋지기만 했습니다. 더 잘 나가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현실의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들과 다른 패턴으로 일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 밥을 챙긴 후 뒹굴거리다 출근하는 삶은 멋진 상상과는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바쁜 주말을 보낸 후엔 '좀 쉬어야지'란 생각으로 평일을 나태하게 보냈고, 방학보충으로 바쁜 기간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반짝거리는 일상이 없더라도 통장 잔고가 든든했다면 덜 불편했을 텐데, 통장에 찍혀있는 금액은 평범한 일상보다 더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는 나의 삶을 선택했어'라고 떠벌리고 다녔지만 정작 그 삶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선택'은 만족스러울지 모르지만, 그 선택 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삶을 꾸려나간 방식은 참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수학강사'가 되길 선택하면서 어떤 수학강사가 되길 원하는지, 수학강사가 되어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이 세상에 어떤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싶은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했습니다. 단순히 '수학강사가 될래'라는 생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학강사가 되어서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수학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될 테야'란 구체적인 방향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었을 때 나는 얼마나 만족스러울까, 어떤 기분을 느낄까도 미리 생각해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물어봐주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었고요. 아쉽습니다. (정말 인생선배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그때를 놓친 후 서른이 넘은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갖게 해 준 그 아이에게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자기 계발 영상과 유명한 교수님들의 강의와 책을 보다 보면 꿈은 '동사형'이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접합니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군인과 같은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 사람',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는 문장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그러지 않아서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었던 겁니다.


다행히도 요즘 제가 꿈꾸는 일은 동사형입니다. '10년 후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란 질문에 답을 해나가다 보니, 글을 쓰는 작가이면서도 컨설팅을 하고 저만의 사업을 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서 제가 실현하고 싶은 하나의 가치를 평생 동안 쫓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답니다. 


단순히 '수학강사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때보다 훨씬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정해졌습니다. 물론 그때보다 더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운 덕인지도 모르지만요. 아무튼 그 시기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진 만큼 앞날이 더 기대되고 설렙니다.


지금의 생활이 어딘가 불만족스럽고 칙칙한 회색빛으로 느껴진다면, '나는 꿈을 이룬 게 맞을까? 이건 내가 생각했던 삶인가?' 스스로 질문해 보세요.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게 느껴진다면 지금은 새로운 생각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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