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당신에겐 진정한 목표가 있나요? -ep.3
예전에 사연자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사연자로 등장했던 여성분은 청춘들에게서만 느껴지는 생기어린 아름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 분의 사연은 이랬습니다.
"변호사 시험을 쳐야하는데, 공부가 하기 싫어요. 정신차릴 수 있게 따끔한 말 좀 해주세요."
풋풋함이 느껴져 마냥 어려보이던 그 여성분은 예상과는 다르게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해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중 회의감을 느끼고 다시 새로운 꿈을 찾아 로스쿨에 진학해 어느덧 3년을 보내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한 공부 때문에 등록금으로 6천만 원을 들였고, 그만한 세월이 흘렀으니 당연히 불타올라야하는 시기에 주변사람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탓에 우울증까지 생길 지경이라는 무거운 고민이었습니다.
진행자 분들은 그런 그녀에게 '지금 그만두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그녀의 바람대로 따끔한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간 그녀가 지금은 잘 지내고 있길 바랍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춘들이 한 번쯤은 겪어보는 고민일거란 생각에 가벼이 넘기기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녀가 그런 고민이 생긴 원인에는, 나태함과 의지박약이 아니라 다른 것이 있었거든요.
'변호사'라 하면 '공부를 잘했겠구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만큼,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공부를 잘 했고 외고에 진학했고 대학교도 누구나 인정하는 괜찮은 곳으로 진학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생활에서 회의감을 느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이유에 대해 방송에 나와 직접 이야기를 풀어내진 않았지만 아마 본인의 생각과 달라서였겠죠.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으로 지내는 동안 '엘리트'로 살았던 그녀가 사회에 나가 맞딱드린 생활은 꿈꾸던 것과는 달랐을 겁니다. 생각보다 평범했고, 지루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보다 잘나가는 사람, 자신만큼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음에도 돈을 더 잘 버는 사람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을겁니다.
공부를 잘 하면서 느꼈던 자부심, 주변의 기대, 부모님의 기대, "이만큼 잘 하다보면 좋은 삶이 펼쳐질 거야"라는 생각과 달랐던 겁니다. 학창시절 1, 2등을 놓치지 않으며 열심히 했지만 그녀가 생각한 것만큼 대단한 삶이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공부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과 섞여 의미없는 일을 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며 '현타'가 왔을겁니다.
그런 그녀가 로스쿨에 다시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괜찮아보여서'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니 그 직업을 선택한 사람이 제일 괜찮아보여서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본인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싶은 것,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고 말입니다. 그렇게 3년을 보낸 후, 또다시 현타가 오는건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녀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는 얼마나 행복했을지, 궁금합니다. 변호사 생활로 10년이 흐른 뒤에는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할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그 방송의 진행자로 있었더라면 당장 정신차리라고 혼내기보다 '두 달만이라도 자기 공부를 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었을것 같습니다.
그 방송을 보고 난 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어졌습니다. 하고 싶은것이 있더라도 "지금은 그거 할 때가 아니야, 그런건 나중에 커서 해"라는 부모님의 말 때문에 원치도 않은 대학에 진학하고, 재미없는 전공 공부를 하느라 또 4년을 보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일단 대학은 가고 생각해보자"라며 방황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그들에게 "시간이 지나면 다 생각이 들겠지, 일단 공부나 해"라며 조언하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많고요. 그런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 중, 취업은 무탈하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더라도 잘 지낸다면 다행이지만 취업 후에는 '적성에 안맞는 것같아', '이제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엔 너무 늦었어'라며 드문드문드는 고민들을 애써 모른척하며 지내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사는게 어떻게 마음대로 되겠어?"라면서 말입니다.
부모님의 생각과 주변 사람들의 말,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알게모르게 정해놓은 삶의 패턴 탓에 학창시절을 개성넘치게 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대학 졸업과 취업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첫 단추를 잘못 끼웠더라도 전혀 늦지 않았으니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보라고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다시 잘해보자" 마음먹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지금, '예전에는 왜 이걸 몰랐을까?'란 아쉬움도 들지만 지난 날보다 앞으로 만들어갈 날이 더 많다는 생각에 이전보다 설레고 기쁩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하루하루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에 행복합니다. 그덕에 "그때가 좋았지."란 말을 단 한 번도 뱉어본 적이 없습니다.
간혹 "5년 만 더 젊었더라면, 지금은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란 재미있는 상상에 빠질때도 있지만, 지금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그런 저에게 '너무 늦은 것 같아서요'라며 고민을 털어놓는 20대들의 빛을 잃은 듯한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50-60대에 도전해서도 성공을 이뤄내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건 그분들이 재능이 있어서겠죠"라며 쉽게 넘겨버리는 태도가 참 아쉽습니다.
'내 나이쯤엔 뭐라도 이뤘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떨쳐내고 하고 싶은 일, 궁금한 일이 있다면 뭐든 시작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개성있는 존재감을 인정받길 원하면서 왜 스스로를 누군가의 틀에 맞춰 판단하나요?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회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기준을 위해 애를 쓰나요?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했을 때 기쁜 감정을 느꼈고 보람찼는지, 무엇을 하면서 가슴벅차는 감정을 느꼈는지, 무엇을 할 때 평온함과 안정감을 느꼈는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빛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전보다 솔직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