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1
이전에 언급한 수많은 과오들보다 가장 많이 후회하는 건, '다이어트'와 '폭식'으로 날린 돈이다. 어릴 때부터 기름지고 달달한 것을 좋아했던 식성 때문에 통통한 몸매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이 아주 심했던 것은 아니다. 당연히 폭식도. 그런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배달어플의 편리함을 알게 되었고, 절대로 되돌리고 싶지 않았던 고3 시절의 몸무게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나는 유래없던 다이어트와 폭식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건강한 방식으로 시도했던 적이 일생에 걸쳐 딱 두 번뿐이다. 그 외에는 다이어트 약을 먹어가며 급하고 간단하게 살을 빼는 방식을 시도해 왔다. 그렇게 해서 줄어드는 체중은 온전히 체지방의 무게가 아님을 알면서도, 쉬운 방법을 택했다. 한 가지에 꽂히면 지겹게 꽂히는 만큼 빨리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성격 탓이 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저녁마다 적게 먹고 줄넘기를 뛰며 살을 뺐다. 건강하게 노력했던 만큼 요요는 잘 오지 않았고, 덕분에 싫어하는 운동을 기피하며 오랫동안 디저트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살이 찌던 어느 날, 마흔을 훌쩍 넘은 외삼촌의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 그래서 나는 빠르게 살을 빼기 위해 허*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돈을 들이부은 만큼 효과는 좋았지만, '이렇게 하면 당연히 살이 빠지겠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식사량을 조절해야 했다. 어지러움이 심했고, 건강을 해치는 만큼 요요도 빨랐다. (결혼식 다음날 원래 몸무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십 대 중반이란 나이에 대상포진에 걸렸다.
어리석은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 다른 과목 성적은 아쉽지 않을 때, 체육만 '양'을 받은 나다. 줄넘기를 뛰며 힘들게 고생했던 그 순간을 또 겪고 싶지 않았다. (그런 고생이 싫어서 혹독한 다이어트를 한 후에는 다시 살을 찌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데, 나는 왜 그게 쉽지 않을까.) 아무튼 나는 다시 몇 십만 원 씩을 들여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러면서 원하지 않던 부작용이 생겼다. 다이어트를 도와준다는 식품이나 약을 먹을 때, 오히려 폭식이 잦아지는 이상한 패턴이 반복됐던 거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저녁에 셰이크를 먹는다. 그러다 3일 차쯤 되면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기 시작한다. (3일이라도 가면 다행이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다시 폭식을 하고. 그게 지긋지긋해지면 아예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몇 달을 지낸다. 그러다 바지 위로 튀어나오는 감출 수 없는 뱃살을 보며 다시 또 다이어트를 시도하다 폭식을 한다.
돈을 들여서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다시 돈을 들여서 살이 찔만한 것들을 골라서 먹는다. 그게 지난 5년 간의 삶이었고, 지금도 가끔은 유혹을 참아내느라 고생을 한다. 아무튼 그렇게 써버린 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가 되는 돈이다. 배달 어플로 간식 또는 식대비로 소비하는 금액이 매달 60만 원 대. 거기에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때에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구매하느라 한 달에 10만 원을 추가로 쓴다. 그렇게 구매한 보조제는 끝까지 먹지도 않고, 보조제를 산 어제의 내가 부끄럽도록 다시 간식비를 결제한다. 그렇게 다이어트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매달 70만 원씩을 들여가며 건강을 해치는 사람. 수많은 다이어트 보조제로 나의 건강 상태는 넝마가 되었다. 어느 책에서 읽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리한 식단 조절과 보조제를 이용한 다이어트로 인한 근손실은 평생에 걸쳐서도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뜩이나 운동을 좋아하지 않은 내가, 근육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나이에 접어들었으니 탄탄한 몸매가 되기는 하늘에 별따기가 된 셈이다.
쉬는 날 없이 일해가며 번 돈은 이렇게 의미 없이 줄줄 새어나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