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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천우 Apr 08. 2024

태권도에 보내는 이유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해 랑톡(교직원 안심번호)을 확인해 보니 한 학부모로부터 장문의 문자 십 여건이 와 있다.


"... 주말이라 선생님 연락도 되지 않고... 배를 차고 팔로 목까지 졸랐다고... 가슴이 미어져서... 학폭위에 신고를... 삼대독자 아이를... 할아버지 할머니도 다 아시고 온 집안이 발칵 뒤집어져서... 아이 아빠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그 아이들의 부모들도 마땅히 지도를 해야..."


이 가족은 얼마나 힘든 주말을 보냈던 것일까. 랑톡 덕분에 나는 평온한 주말을 보내고 한껏 재충전된 상태로 설레며 출근한 이었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평소와는 달리 시무룩하게 앉아있던 A의 얼굴이 떠오른다. 무슨 일 있었어? 어디 아파? 하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던 아이. 끝까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은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게 화근이었다.


1교시부터 관련 학생들을 불러 물어보니, 쉬는 시간, 활동적인 남자아이 몇 이서 편을 나누어 게임에 나오는 전쟁놀이 같은 걸 하교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놀이가 격해진 것이었다. A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 여러 명에게 러싸여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맞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같이 다가 너무 몰입 나머지 서로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까지 했다고 하니 사실은 쌍방공격에 가까웠다. 초등 입학식 바로 다음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전 서울대 갈 거예요!"라고 야심 차게 말하던 A. 우유를 마시다 실수로 흘려도, "아, 이거 진짜 비싼 옷인데!" 하며 진심으로 속상해하던 A. 문자 속 ' 삼대독자'라는 철 지난 단어에 아이 부모와의 소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오후 6시. 모두 다 퇴근캄캄한 복도. 창밖에는 어느새 까지 내린다. 우산이 없는데 어떻게 집에 가지? 배도 고프고 한숨도 새어 나온다. 이런 일을 맞닥뜨리면 교사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같은 일을 20여 년간이나 했어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특히나 더 어렵다. 여기저기 어려운 통화를 끝내고 크게 심호흡 한 다음, 다시 A의 부모에게 전화를 건다. '네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아침의 언짢은 태도가 아직도 역력하다.


"... 우리 A 말로는 자기 돌려차기 한방이면 다 끝낼 수 있는 시시한 아이들이었다는데... 맞고 다니지 말라고 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그렇게 태권도도 보냈는데, 정말... 속상해 죽겠어요. 태권도도 소용없나 봐요. 주짓수로 바꿔야 될까 봐요..."


, 이래서 초등저학년 남학생들이 태권도를 다니는 거였다(맞고 다니지 말라고). 게다가 이래서 요즘 주짓수로 많이 바꾸는 거였다(그냥 패고 다니라고). 어쩐지 요즘 태권도 싸부님들이 학교 앞에서 전단지 자주 나눠주시더라니.


오늘은 겨우 월요일... 나는 벌써 방...... 주말이 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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