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탄생이라고 쓸까나
어제 점심에 작가님을 뵙고 왔다. 이름을 밝히면 또 이상하게 연결 지으려는 분들이 계시니 그냥 작가님이라고 쓰고(맛난 밥도 사주심). 캐릭터 만드는 일이 좀 수월하지 않아 고민을 말씀드리니(캐릭터 엄청 잘 만드시는 작가님이셔서) ... 조언해 주신 부분을 듣고 와서 느낀 건 아직 내가 좀 순진하다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농담을 좋아하지만, 또 염세주의적인 내면의 문제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좀 얇게 치부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그게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 같다.
새벽에 종희 샘과 댓글을 주고받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울컥해버렸다. 부모 자식 간의 사소하지만 엄청난 문제들은 결국 부모 자식 간의 일로 단순화되어버리고 마는 습성을 갖고 있다.
내가 이십 대 때였나. 사주라고 하는 걸 믿지 않게 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신내림을 받았다는 점쟁이들도 죄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아주 뻔한 이유 한 가지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게 내 사주에 부모의 이별수가 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였다. 우리 패밀리에서는 기정 사실화되어 있는 사건이고(그것을 팩트라 생각하는 게 너무 싫다) 나는 더 명랑하려고 노력했다.
사람은 다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습관이 있지 않은가. 저 이야기를 믿게 되면, 내가 얼마나 불운한 자의 운명을 타고났고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버린 장본인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걸 감내할 용기가 당연히 없었다.
뭐, 그 뒤로는 재미로도 사주를 보지 않았고 그냥 유치하다고 잘라버렸다. 지금도 바뀐 건 아니다. 그러다가 어제 만났던 댑효님께서 작품의 캐릭터 보안 이야길 하시면서 타로 카드를 이용하면 캐릭터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타로, 만다라, 별자리를 봐주셨다. 수고스럽게 시간을 내어주셨다. 작품에 도움이 되라고 말이다. 그런데 별자리에 부모의 결별이 들어있다고 말씀하셔서 괜히 또 혼자 뜨끔해져 버렸고 이 밤이 될 때까지 차곡차곡 그걸 몰아내고 있었다. 살아야 하니까.
작품 하나를 끝낼 때마다 산후우울증처럼 마음을 앓는데, 지금이 딱 그런 시기여서일까.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엄마가 볼 무언가를 하나 쓰는 게 내 유일한 목표이다. 책이라는 건 시간 내어 읽는 분이 아니니 그게 내가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삶에서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일 거 같다.
언젠가 엄마가 재밌게 보실 수 있는 드라마를 하나 꼭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