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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Apr 18. 2022

집에 있는 이것으로 어디서나 왕얼음을 만들자

얼리는 건 난데 먹으려면 비어있는 얼음통에 대처하는 방법

 하필 여름이 되자마자 사무실 얼음 정수기가 고장 났다. 아예 안 나오면 차라리 마음을 비울 텐데 컵으로 디스펜서 레버를 민 채로 2-3분을 기다리면 한알씩 떨어진다. 평소에 어쩌면 저렇게 참을성부족할까 했던 직원 A는 그 앞에 석상처럼 서서 컵에 얼음이 차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마저 답답하다.

 아이스믹스커피를 위해 탕비실 냉장고의 얼음 트레이를 깨끗이 씻어 정수기 물을 받아 얼려 먹기로 한다. 이쯤 얼었겠지 하고 가보니 트레이얼음 통도 비어있다. 심지어 다시 얼음을 얼려 놓지도 않았다니. 설마 하고 보니 직원 A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컵 안의 네모 얼음은 분명 냉장고에서 나온 거다. 이것이 서너 번 반복되자 보살급 성격의 소유자 B도 사회생활하며 대체 이게 정상인 거냐며 히키코모리 친구,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분명히 얼음을 얼려 놓은 건 난데 먹으려고 할 때마다 늘 빈 통이라 마음이 상했다면, 주방 상부장에 하나쯤은 들어 이것으로 아주 간단하게 왕얼음을 만들어 먹자.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는 작은 유리 밀폐 용기면  따로 왕얼음틀을 살 필요가 없다


 집에 하나씩은 있는 냉동 가능한 작은 유리 밀폐용기. 소스나 적은 양의 반찬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크기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은 이유식 용기로 썼던 똑같은 크기의 이 그릇이 서너 개는 있을 것이다.

순서대로 네 컷. 아주 간단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1. 용기에 정수한 물을 넣고 얼린다. 너무 꽉 채우지 않는다.

2. 뚜껑을 열고 용기 채로 텀블러나 머그컵, 유리컵 위에 뒤집어 놓는다. 입구가 좁지 않은 대부분 컵에는 다 맞는다. 좀 삐져나와도 된다.

(둥근 컵에 둥근 용기는 꼭 끼는 수가 있으니 주의)

3. 10-20분 정도 놓아두면 딸각하면서 얼음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기다리기 힘들다면 샷을 먼저 내린 컵 위에 얼음을 올려두면 아주 빠르다)

이게 끝.


 이제 천천히 녹는 왕얼음이 있으니 시원하고 맛있는 음료를 즐면 된다. 사무실에 두 개만 갖다 놓으면 번갈아 얼리며 나만의 왕얼음으로 아이스커피를 누릴 수 있다. 여행 갈 때 가져가면 숙소에서도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도 왕얼음이 꽤 크게 남아있을 정도로 천천히 녹는다


 여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너무 노인 같은 표현이지만 젊은 시절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몸에 열이 많다고도 했다. 신기하게도 만으로 마흔이 딱 되던 그 해부터 찬 음료를 마시면 예전에 엄마가 이야기하던 것처럼 몸속이 추워졌다. 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는 직원을 보며 역시 젊은이는 다르구나 한. 

 하지만 먹을 것보다 마실 것이 더 당기는 여름에는 아이스커피, 아이스 홍초, 아이스 녹차, 자몽청과 탄산수를 섞은 에이드 등을 끊임없이 마신다. 집에 늘 얼음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 쓰던 큰 냉장고는 얼음 디스펜서가 있었다. 작은집으로 이사를 결정한 후 10년 수명을 채운 그 냉장고가 고장 나 작은집 크기에 맞는 400리터 대의 지금의 냉장고로 바꿨다. 300리터 대도 가능했겠구나 싶을 만큼 냉장고 자리는 넉넉하지만 얼음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매번 얼음을 얼려놓지만 작은 냉장고는 얼음 트레이도, 얼음 통도 작아서 식구들끼리 한잔씩 마시고 나면 이미 없다. 

 

 집에 있는 작은 용기들에 여름 내내 얼음을 얼리니 아쉬움이 싹 사라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레모네이드와 같은 음료에는 물론, 국수와 냉면 면발을 쫄깃하게 할 때도 미리 꺼내 놓은 왕얼음 두 개를 사용한다. 그러고도 남은 얼음을 냉면에 넣어 더운 날 이가 시릴 만큼 차갑게 먹는다. 


 집에 있는 것을 이용하여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속까지 시원한 여름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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