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연인

소유미의 ‘흔들어 주세요’때문에 떠오른 드라마, 과한 잡담으로 연결되다

“브런치”를 비롯해 지금 나의 각종 SNS 프로필 사진에 올라 있는 사진이 다름 아닌 배우 김주혁 사진이다. 워낙 김주혁을 좋아한 나는 여러 차례 김주혁 사진을 프로필 사진에 올렸었다. 프로필 사진을 자주 바꾸지 않는 나로서는 이미 여러 번 올라갔다는 자체가 내가 얼마나 김주혁을 좋아하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하는 것이다. 너무 일찍 이 세상을 뒤로 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고, 그걸 알았을 때 그의 '잔잔한' 연기가 그리워 <프라하의 연인>을 '또' 봤던 기억이 난다.

나에겐 그런 책이 있다. 읽고 또 읽게 되는 책이… 내가 내 돈을 내고 사는 책은 기준이 딱 하나였다. 2번 이상 읽을만한 책만 사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리하여 실제로 내가 산 대부분의 책은 2번 이상 읽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동의보감’이다. 실제로 횟수를 세지 않아 몇 번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모르긴 몰라도 족히 10번은 넘게 읽었다. <프라하의 연인> 도 그런 드라마이다. 보고 또 보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 아마도 그런 첫 번째 이유는 단연 작가이지 않을까 싶다. 엄밀히 말하자면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김은숙이라는 작가를 인식하게 된 것은 오히려 <프라하의 연인>이 아니라 <태양의 후예>였다.

책이나 영화는 이야기의 '재미'가 나에게 중요했었어서 작가 따라 책을 고르거나 영화도 감독을 따라 고르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이상하게 드라마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엄마의 의지가 아닌 내 의지로 드라마를 골라 보기 시작한 이후 나는 내가 배우들을 보고 고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내가 드라마 작가를 의식하게 된 첫 작가는 노희경이었다. 친구 하림이가 <거짓말> 을 왜 안봤냐고 ‘타박’한 이후, 내가 너무 펑펑 울면서 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쓴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고 곧 <바보같은 사랑>을 보게 된다. 이 드라마 이후 나는 드라마를 단순히 소일거리로 보지 않고 하나의 ‘위대한’ 작품처럼 생각하게된다. -사실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면 드라마를 처음으로 작품처럼 인식하게 된 건 <여명의 눈동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드라마는 나는 '예술'이라고 부른다. 그 이후 <꽃보다 아름다워>까지 이르면서 노희경은 유일하게 내가 따라가는 작가였었다.

그러다 드디어 <프라하의연인>에 이르렀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끝까지 다 보았고 그 이후 헤아리지 못할 만큼 보고 또 보기를 하였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야기는 최상현 형사(김주혁)가 연락 두절된 애인 찾으러 프라하에 가는 걸로 시작한다. 그 곳에서 윤재희(전도연) 외교관을 만나게 되고 윤재희를 만나러 온 지영우(김민준) 검사는 상현의 애인, 피아노 치는 강혜주(윤세아)를 만나게 되고 늘 그렇듯이 얽히고 설키게 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요약하면 간단하다. 주인공들이 시련을 겪고 마지막에는 ‘나름의’ 해피엔딩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련을 겪는 것들이 18부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고로 그 시련을 어떻게 엮어내는 지에 따라 드라마의 재미와 작품 수준이 달라진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 면에서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 구조를 짜는 능력이나 대사를 ‘만드는’ 수준은 이미 이 때 수준급이었던 것 같다. -여기에서 이야기를 미주알 고주알 얘기하는 건 별 의미가 없으리라 판단해서 직접 보기를 권한다. 이 작품이 그녀의 3번째 장편인데 벌써 이 정도 수준이면 지금 거의 배우급 유명인이 된 것이 그냥 우연은 아닌 게 확실하다. -사실 그래서 내가 못 보고 지나친 <태양의 남쪽>이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다.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를 거쳐 <태양의 후예>에 이르러서야 김은숙을 알게 되었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반면에 실망도 있었다. <연인>-개인적으로 내 취향의 드라마이긴 하지만 별점을 높게 줄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상속자들>의 작가이기도 한 것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글로리>를 보면서 “역시 김은숙”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직 건재하다는 데 동의한다.

이쯤해서 배우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주혁을 처음 알 게 된 것은 아마도 <YMCA 야구단>이 아닐까 한다. 이미 송강호랑 김혜수가 있으니 영화를 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거기에서 김주혁에 눈도장을 찍었는데 그렇다고 금방 좋아하게 된 건 아니고 결정적으로 “좋다” 하게 된 건 뒤늦게 본 <싱글즈>와 <프라하의 연인> 때문이었다. 다들 김주혁 그러면 그의 유작인 <독전>을 떠올릴 사람들이 많으리라. 독한, 악한 역도 잘 어울리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역할이 오히려 잘 어울리는 배우로 앞에 얘기한 <싱글즈>, <...홍반장>- <갯마을 차차차>의 ‘원작’인 영화- 그리고 <청연>같은 영화들을 더 자주 떠올리게 된다. <프라하의 연인> 에서 '최상현' 형사가 멋있어 보이는 이유의 김은숙 효과도 있겠지만 분명히 김주혁의 연기탓인 게 확실하다. 싱긋 웃는 모습과 씁쓸히 대사를 읍조리는 표정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담아 내는 연기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잘 알게 된 지금 그의 연기가 더 마음 깊이 다가온다.

전도연은 처음에는 오히려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연기를 못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다 <접속>이 나온다. 그런데 영화 자체에 가리워진 느낌이 크다. 오히려 <약속>에서의 연기가 더 돋보였던 거 같다. 진짜 찐 팬이 된 것은 류승준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혜영님도 같이 나오는 여성 ‘버디’ 무비이다. 거기에 이어 <스캔들:조선 남녀 상열 지사>에 이어 <밀양>, <하녀>, <협녀:칼의 기억>-김고은과의 케미가 끝내준다- 등등등 <길복순>까지 긴 영화 리스트에 드라마까지 더해지면 꽤나 긴 리스트가 그녀의 이름 밑에 달린다. 이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연기는 나는 감히 <밀양>을 꼽을 것 같다. 그녀의 비밀스러운 듯한 아련함, 쾌활함, 청순함, 바닥을 알수 없는 슬픔 연기에 더해 <프라하의 연인>에서는 돌직구 연기도 꽤나 돋보였다.

그 외에도 아직 유명해지기 전 하정우, 윤세아도 나오고 <다모>로 큰 인기를 얻은 김민준도 나온다. 아이돌이었던 장근석에 앤디, 실력 탄탄한 중년 연기 선배님들도 많이 나와서 탄탄한 각본에 힘입어 더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되지 않았나 싶다.

“걸어지지가 않더라”, “비빔밥도 불거든요”, “주름에 고맙다고 절 해. 그것 때문에 반했으니까.” 이 외에도 클리세스럽게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전도연의 '노래' 부르는 장면도 나의 손에 꼽는 명장면에 들어간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김은숙의 각본이 좋다는 얘기로 귀결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이 드라마는 김주혁에서 시작해 김은숙으로 끝나는 건가?


추천 영화 : <YMCA 야구단>, <싱글즈>,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청연>, <독전>,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조선 남녀 상열 지사>, <밀양>, <하녀>, <협녀:칼의 기억>


추천 드라마 : <여명의 눈동자>, <바보같은 사랑>, <꽃보다 아름다워>,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태양의 후예>


추신1 : 소유미의 ‘흔들어 주세요’가 극중에서 전도연이 노래방에서 트로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바람에 이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러다 김주혁 생각이 났고, 덕분에 원래 소개 하려던 영화는 하는 수 없이 미뤄야 하게 되었다.

추신2: 저작권이 염려스러워 사진은 예전 내가 프라하 여행갔을 때의 사진으로 대신 한다. 내 얼굴이 보이는 것이 민망해 덧칠 좀 한 것은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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