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 of Interest

멋있는 중년 '오빠'가 보고 싶다면 강추

이 드라마 시리즈를 보게 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인공 Jim Caviezel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내가 본 유일한 Jim Caviezel의 영상물이 내가 지금까지 본 전쟁 영화 중 최고로 꼽는 <The Thin Red Line (1998)>이며 그의 영화 속 모습이 퍽이나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이런 저런 이유로 그의 다른 영화들이나 드라마들을 보지 않거나 못 보거나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는 너무 감상적인 면이 부각된 거 같아 보기를 '거부'했고 나머지들은 대부분 나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 했거나 나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지 않아서 기회가 없어서 이유로 딱히 마땅하진 않지만 하여튼 보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 이 시리즈의 '짤'을 보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앞도 뒤도 재지 않고 도서관에서 당장 빌려다 보게 되었다.

일단 이 시리즈는 Jonathan Nolan이 각본(한국 번역에 그렇게 되어 있는데 영어로는 Created by라고 되어 있어 좀은 어패가 있어 보인다) 으로 되어 있다. Nolan이라는 이름이 흔하진 않은 거 같아 살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좋아하는 Christopher Nolan의 동생이었다. 나는 워낙 Christopher Nolan을 <Memento (2000)> 시절부터 좋아해서 지금까지 그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영화들은 나에겐 보증수표같다. 그런 그의 <Memento>의 원작이 된 Memento Mori라는Esquire 잡지에 실린 짧은 글의 원작자가 Jonathan이라는 말은 내 뇌리에 박혀 없어지질 않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더 흥미가 돋았다.

그런데다 Jim Caviezel가 맡은 John Reese라는 캐릭터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제껏 본 적 없는 '차분한 킬러' - 그의 목소리 톤은 그냥 소리만 들으면 전혀 액션 드라마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너무 정제 되어 있다. - 인데다 잘하는 말로 모델 핏에 멋있게 나이든 중년의 모습은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내뿜게 한다. 그래서 나의 프로필 사진을 지금 프사에 올라가 있는 김주혁에서 이 아저씨로 바꾸고 싶은 마음까지 먹고 있다.

스토리는 "Machine"에서 시작한다. 감시 카메라에서 얻은 모든 정보를 조합하여 테러를 막는 용도로 개발된 이 시스템에서 획득되어진 다른 정보가 알고 보니 범죄의 징조임을 알게 된 "Machine"의 창조자인 Harold Finch(Michael Emerson)가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던 전직 미 특수 요원이었던 John Reese를 '고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 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설정도 특이하고 "Machine"이라는 시스템도 지금의 현대 사회의 실제 현실을 반영하면서 내가 평소에 두려워 하는 디지털 사회의 안 좋은 점이 그대로 드러나는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범죄 드라마라 내 눈에 안 들어올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John을 의심하여 쫓는 형사 Joss Carter (Taraji P. Henson) - 그 유명한 <Hidden Figures (2016)>의 주인공이다 -와 부패 경찰인 Lionel Fusco (Lionel Chapman) 까지 가세하며 이야기는 전점 더 엉킨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여 간다.

클리쉐같은 이야기지만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연기 덕분에 이 드라마 시리즈를 선택한 것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보기 시작한 후 일하고 난 후 피로를 매일 매일 에피소드를 하나씩 격파하듯 보게 된 나의 몇 주는 행복함으로 가득했다. 좋은 작품을 우연치 않게 찾게 될 때 그리고 그 안목에 내가 만족할 때의 그 큰 기쁨은 어린 시절 내가 영화를 사랑하게 된 이후로 변함없이 나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만든다. 우리 엄마가 결혼 전 나를 우리 남편에게 '넘겨줄' 때 한 마디가 "우리 딸은 큰 거 필요없고 저 좋아하는 영화만 실컷 보게 해 주게"했던 그 말에 우리 남편은 지금까지 영화에는 인색하게 굴지 않았고 그거 하나만큼은 진짜 고맙게 생각한다.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려 곁다리 이야기를 하자면 <The Thin Red Line>은 그 이름도 유명한 Terrence Malick의 전쟁영화이다. Terrence Malick은 첫 영화로 <Badlands 황무지 (1973)>에 이어 <Days of Heaven 천국의 나날들 (1978)> 이 두 편의 영화로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해서 영화판의 모든 주목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나타났다가 잠적한다. 그러다 다시 복귀한 작품이 Jim Caviezel이 나온 <The Thin Red Line>으로 10년만에 다시 나타나 또 한 번 영화계를 뒤흔든다. <Days of Heaven> 때보다 더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게 된다. 그러고는 또 다시 잠적한다. 2000년대 초반이 되도록 나오는 영화가 없자 영화계에서는 그가 10년에 한 번씩 영화를 만들려는 게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그러다 10년이 채 안 된 2005년 Pocahontas내용을 실사 영화로 만든 <The New World (2005)>로 화려하게 다시 컴백한다. 이 네 편 영화의 명성으로 그는 지금까지도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주목을 받는다. 그래서 나에게는 우리나라의 이창동 감독의 이름이 붙은 영화들은 늘 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것처럼 Terrence Malick 감독에게도 같은 감정가를 가지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곁다리 이야기는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Terrence Malick 감독 이야기를 하면 늘 쌍둥이 형제처럼 떠오르는 감독이 있다. <The Thin Red Line>과 같은 해에 나온 우리나라 영화 <아름다운 시절 (1998)>의 이광모 감독이다. 그는 이 영화 이후 잠적했다. 지금까지 어떤 영화도 나오지 않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지나 평론가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영화에도 때론 이렇게 품격있는 영화가 나타난다"라는 말과 함께 10점 만전에 8점을 준 영화이다. - 그 당시 씨네21에서 별점 8개 받을 확률이 그리 크진 않았다. 내가 극장에서 본 영화들 중 자랑스러워 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그래 그 때 내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었지"하는 말을 하게 만드는 영화. 우리 시대 국민배우 안성기에 송옥숙, 그리고 영화<친구>의 유오성, 내가 새로 발견한 배우 오지혜가 나오며 특이하게 영화 전체가 근접촬영을 볼 수 없어서 영화의 서사를 그야말로 풍경처럼 보게 만드느 특이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딱 맞는 영화로 진짜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이렇게 아련하게 만든 영화는 없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은 걸 보니 나는 아직도 영화와 열렬히 사랑중인 게 확실하다. 후후훗.


추천 영화 : <The Thin Red Line>, <Memento>, <Badlands>, <Days of Heaven>, <The New World>, <아름다운 시절>


추신 : <The Thin Red Line>을 얘기할 때면 항상 같이 떠오르는 다른 영화가 있다. <The Thin Blue Line (1988)>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 영화는 잘못 없는 어떤 한 사람이 어떻게 감옥에 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보고서같은 영화이다. 누구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인데 굉장히 흥미로운데다 실제로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후 이 사람의 무죄가 밝혀져 풀려났다는 놀라운 뒷 이야기가 있는 신기한 영화이다. 이 영화가 한참 먼저 나온 영화가 혹시 Terrence Malick 감독이 제목을 따라한 건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한 적도 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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