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에 대해

직장맘의 육아일기

by 연작가

션이 처음 디베이트 접한 때가 초등 4학년 때이다.


이때 디베이트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해서 대회를 나갔었는데 우연찮게도 초등부 참가자 중 가장 어린 4학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었었다. 사실 그 결과보다 더 놀랐던 것은 이 당시 션과 친구들이 디베이트의 매력에 푹 빠졌던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했다.


그 후 초등 고학년에 교대 영재원 다니면서 주말 일정이 생기고 이때는 수/과학 할 시간 확보가 필요해서 디베이트를 관두게 했다. 계속하겠다고 떼쓰는 걸 정말 얼마나 오래 말렸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국제학교로 가기로 한 중 1 여름부터 다시 디베이트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디베이트를 한건 중1인 셈이다. 이때는 국제학교 입학 전에 말이나 많이 해 보라고 대회를 참가시켰던 것 같다. 한 2년 동안 수학이나 과학에 더 빠져 지냈었으니까..


그 후 만 3년이 흘렀다.

그동안 여름마다 디베이트 대회를 나갔었고, 나름 좋은 결과도 얻었지만 실력이 점점 늘었다.


디베이트는 3명이 '팀'으로 해야 한다. 누군가와 팀을 이뤄서 두 개 팀이 매칭을 해야 하는데 이때도 실력들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의미가 있는데, 제주도에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일단 디베이트 하려는 아이들 Pool이 작고, 있다손 쳐도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결국 션 입장에서는 디베이트를 너무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션의 디베이트 실력은 계속 올라갔는데 그 이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봤다.


일단, 디베이트는 '말'보다 '논리'다.


그 '논리'가 정리되려면, 배경지식은 필수다.


배경지식은 결국 '독서'가 답인데 이건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기간이 필요하다.


션이 최근에 한 말이 있는데, 책에서 읽은 것들, 학교에서 배운 것들, 신문이나 뉴스에서 본거, 하다못해 SAT지문 등이 어느 정도 쌓이니, 서로 관련 없던 것들이 어느 날 다 연결이 되기 시작하더라며 디베이트 케이스 짤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 션의 디베이트 실력이 확 올랐던 '결정적 계기'는, 작년 여름 대회 준비였다. 이때 제주도에 션 보러 가 보고, 여름 여행 같이 가면서 션과 같이 있을 때 보니, 자투리 시간은 혼자 중얼중얼 계속 연습을 한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디베이트 동영상이란 동영상은 죄다 다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디베이터는 다 추적해서 그 동영상 따라 하고 듣고 또 듣고를 했다. 이때 샤워 할 때도 말소리가 끊임없이 들렸었다.

그리고 어떤 주제에 대해 알고 싶으면 리서치를 엄청하고, 관련된 책도 찾아 읽었었다. 뉴욕타임지와 Syndicate 이 2개를 구독하기 시작해서 꾸준히 읽기도 했고.


그 결과가 겨울 무렵 갑자기 실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릇이 물이 가득 차 있다가 톡 건드리니 물이 넘친 것 같은 느낌?

역시 뭐든 양이 차고 넘쳐야 하는데 그때까지는 충분한 기간이 필요했고, 저 방법이 혼자서도 디베이트 연습하기에는 제법 좋았던 것 같다.


몇 해동안 션과 그 친구들을 보며 느낀 점을 하나씩 정리해 보면..

디베이트는 시작이 빠를수록 좋다 :

물론 어느 정도 영어로 말이 되어야 가능하지만 어릴수록 아이들 간 수준 차이가 아주 크지 않다. 빨리 시작하면 그만큼 발전 가능성도 높아서 둘째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접하게 해 줬을 거다. (이 글 읽은 션이 하는 말, 동생 있으면 초1부터 시켜~라는데 초1을 누가 가르치냐~

빠를수록 좋다의 의미는 딱 션처럼 초 4가 적당한 거 같다. 그래야 초 5, 6 정도에 어느 정도 실력이 쌓여 대회에서 실적도 쌓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새는 더 어린 초 저학년 대회도 생겼나? 션 때는 대회참가를 초4~초6 이렇게 자격이 되었었는데~ *** 초 저학년은 무조건!!! 독서, 독서, 독서다!!!!)

빨리 시작하면 장점 중 하나는,

아이들 마다 좋아하는 영역이 다 다르다. 디베이트 주제가 워낙 다양하고 특히 최근 핫이슈들이 잘 등장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미없고 어려워하는 주제라는 선입견이 생기기 전 접할 수 있게 되어서 이 부분은 너무 큰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뭐라도 접하고 나면 향후 학문적으로 접하게 될 때 만만하게 생각하고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또 하나는 실력 여하를 떠나 후발주자들은 희한하게도 심리적 위축감을 가지는 거 같다. 상대팀이 지난 대회 상이라도 받았다면 일단 기가 죽고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회도 진짜 실력 있는 동생 하나가 션팀과 붙었을 때 살짝 위축되어 보여 매칭 후 가서 너 정말 잘했고 실력 있으니 강팀 만났을 때 절대 졸지 마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디베이트는 '자신감'이라고 하며)

첫 대회는 겨울 디베이트 대회를 노리자.

여름 디베이트 대회는 실력 있는 아이들이 대거 총 출동해서 아이의 성향에 따라 기죽기 딱 좋다. 겨울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처음 대회 나갈 때 경험도 쌓고 운 좋으면 수상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한번 해 보고 다음 여름에 집중 연습해서 나가면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다.

한 번 두 번 좋은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

팀은 저절로 실력 있는 아이들과 만들어진다. 서로서로 안면 트기 시작하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지금도 겨울 디베이트 대회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디베이트는 나 혼자 잘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팀'전이기 때문에 좋은 실력의 아이와 팀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

디베이트 해서 어디다 써먹냐고?

원래 션이 말을 그래도 잘한 편이긴 한데 디베이트까지 하니.. 션의 성향에 날개를 더 달아준 것 같다. 내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기회가 상당히 많다. 글쓰기, 발표, 연설, 인터뷰 등..

디베이트를 해서 저런 것들을 다 잘한다 말한 순 없겠지만, 아까 언급한 션의 성향에 긍정적 효과를 준 것은 사실이다.(션은... 이걸 꼭 말해줘야 알아? 내가 100가지 좋은 점 적어줘?라고 한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

션의 친구들을 보면 대략 중3까지 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관두는 경우가 대폭 늘었다. (일지감치 영재고/과고/이과로 결정한 아이들은 더 일찍 관뒀다) 이유는 당연한 거지만, 내신 준비로 많이 바쁘다. 디베이트가 시간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입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션은 왜 하냐고? 내 마인드는 오래전 바뀌었다. 션이 '미친 듯이' 좋아하면 입시와 상관없이 하는 것으로...

그리고 오래 하면 나도 모르게 얻는 게 분명 있다.


Ps. 션은 교내 디베이트 소사이어티의 Chair이기도 하다.

Co-Chair로 한 명이 더 있는데 션은 주로 내부 교육 담당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후배 중 소질이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고 너무 좋아하며 잘 챙겨준다. '형님, 형님' 하며 따르는 그 아이도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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